나는 에세이, 시집을 좋아하지 않는다. 시에서 나타나는 공백, 여백의 미에서 느껴지는 새로운 즐거움이라던지 하는 것들 말이다. 가끔 여백의 미를 느끼고 싶은 기분이 들어 멍하게 쳐다보고 있다가, 아무런 결론 없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다. 여백의 미를 아직 느낄 짬바는 아닌 듯 싶다.
깨달음도 철저한 해석 뒤에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번개처럼 내리치는 느낌에 가깝다. 책 중에서
우연히 읽게 된 책 《겸손한 공감》.
정신과 의사이면서 동시에 작가인 그가 쓴 책을 읽게 되었다. 한 때 의사가 나에게 말했던 답에 대해 의구심이 많았을 때가 있었다. 내가 질문을 하면 명확한 답을 주기 원했는데, 돌아오는 답은 "잘하고 있어요", "그럴 수도 있죠", "크게 문제는 안되는 것 같은데요" 와 같은 말들이었다.
주기적으로 흐름을 타는 나의 기분은 어떨 때는 낮고, 어떤 상황에는 나도 통제하지 못할 정도의 하이텐션이 반복되면서 스스로도 정신차리지 못할 상황이 반복되었고 병원으로부터 앞으로 어떻게 지내야 할지,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야 할지 조언을 얻고 싶었다. 최근 사회의 불확실성과 불안한 사회구조, 사람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는 많은 이들이 조언을 구하기 위해 의사를 찾는다는 기사도 있어 반가웠음은 물론이다.
" 살면서 겪는 모든 일에는 나름의 신비가 숨겨져 있는데
우리 인간은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야 그걸 발견할 수 있어. 책 중에서
어린 나이. 초,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에서 휴학계를 내고, 아르바이트를 한 후에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나의 한계는 항상 존재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기억을 잃고 쓰러졌으며, 어지러운 느낌을 받으면 꼭 다리를 다쳤다. 나의 일상에 방심하는 사이 어딘가에 상처가 났다. 그런 나를 보고 누군가는 "덜렁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곤 했다.
그렇게 나는 조금씩 내 인생과 삶을 배워간다. 아직 40대가 되지는 않았지만 배울 것 투성이다. 과거를 돌아보자면, 20대 후반에는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해 이력서에 "배우고 일에 써먹고 싶다"라는 말을 쓴 적이 있었다. 30대 초반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때 인사 담당자가 말했다. "회사는 배우는 곳이 아닙니다."
"자신의 한계를 알아가는 것.
자기에게 어울리는 목표를 찾는 것.
그리고 그것을 향해 헌신하는 태도를 기르기 위함이죠. 책 중에서
아직 나의 목표는 알 수 없지만 책의 제목인 <겸손한 공감> 에 대한 결론은, 사람 사는 건 다 똑같다는 것이다.
여전히 사람이 어렵고 문제가 생긴 어떤 상황에서 어떤 방식이 효율적인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사람과의 관계에서 주고받음이 항상 1:1일 수는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렇게 나는 나만의 울타리 안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계라는 울타리를 없애면서도 적절한 인간관계를 맺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인간관계란 가까움과 거리두기. 연결과 차단, 마음 터놓기와 경계지키기, 이타심과 이기심 사이를 요령껏 헤쳐나가는 일이다. 책 중에서.
도파민은 호기심과 놀라움, 경이감을 느껴야 활성화 (중략)
권력을 가졌다는 인식이 타인의 감정을 읽고 해석하는 능력을 손상시킨다. (책 중에서)
<겸손한 공감>은 작가의 입장에서 최대한의 공감을 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정신의학적인 부분을 언급함으로써 독자의 생각을 넓게 만들어준다. 첵의 목적이 <겸손>과 <공감>에 부합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느 자기계발서보다 유익한 것은 사실이다. - 끝
자존감이 높아서 스트레스를 이겨내라고 하는 것은 인간이 환경의 지배를 받는 맥락의 동물이라는 점을 망각한 반쪽자리 조언이다. (중략) 개개인이 자신의 정신건강을 지킬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통제 가능한 지금 현재에 집중하는 것이다. (책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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