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광복절에 도로와 아파트가 태극기로 물들었다. 광복절은 일본으로부터 우리가 대한민국의 자주 독립이 일어난 걸 기념하는 날이다. 광복절을 기념하고, 축하하고, 숭고한 어른들의 정신과 내로라하는 행동력에 감탄하고 고마워 하면서 동시에 영화로 처음 접한 영웅을, 이번에는 뮤지컬로 만나보았다.
뮤지컬 영웅은 안중근 의사의 이야기다. 2009년 안중근 의사의 의거 100주년을 맞이해 제작된 창작되었다. 1909년 그때 그 시절 독립을 위한 대한민국의 이야기임과 동시에 우리 자신에 대한 이야기다.
개요
뮤지컬 〈영웅〉 15주년 기념공연 - 수원
장소경기아트센터 대극장
공연기간 2024.08.16 ~2024.08.18
공연시간 165분(인터미션 20분 포함)
관람연령 8세이상 관람가능
관람일의 캐스트 (2024. 08. 17) : 등장인물
한 나라의 국민으로 태어나 조국을 위해 죽는 것, 기꺼이 받아들이는 안중근 역의 양준모
러시아를 넘어, 막강한 일본을 만드는 꿈을 가진, 이토 히로부미의 역의 이정열
불 같은 운명에 몸을 던진 설희 역에 유리아
주어진 운명이라 받아들이는 저격수 우덕순 역의 육현욱
다가오는 그 날을 위해 헌신하는 조도선 역의 임정모
잊을 수 없는 건 ♬♪ 빼앗긴 조국 유동하 역의 신은총
내 아들 도마, 네가 가진 원대한 꿈을 펼쳐다오. 조마리아 역의 박정자
만두 맛집 주인, 왕웨이 역에 방보용
안중근 의사를 존경하는 왕웨이의 동생 링링 역에 최유정
러시아, 하얼빈에서 안중근을 돕는 그의 뒷, 배경 최재형 역의 곽은태
김대관역에 김덕환, 외무대신 역에 이강, 잔인한 일본 순사 역을 맡은 와다 역의 김상현
안중근 의사의 죽음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와다 역의 노지마 나오토.
그 외 영웅을 영광스럽게 만드는 앙상블.
김태현, 박상희, 박경수, 김순주, 김창현, 엄정욱, 김시영, 전우태, 고대완, 박현우, 심형준, 최민혁, 최원종, 윤지원, 서광섭, 한이재, 이수현, 김봄나리, 백중훈, 조대희, 이은상, 배연우, 이동근, 지승민, 남유진, 이용준, 강예나, 정민석, 김희찬, 한바다, 그리고 서지현.
연출 김민영, 음악감독 김문정, 작곡 오상준, 대본/가사 한아름
꼭 정성화의 '안중근' 이어야 할까.
안중근 역의 정성화 배우의 영웅을 보고 싶었다. 어쩌다보니 양준모 배우의 영웅을 보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전혀 후회가 없었다. 100점 만점에 110점. 제목에서 붙인데로 뮤지컬 영웅은 안중근 의사의 이야기이면서 우리의 이야기라는 걸 다시 한 번 깨닫는 관람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다지 고민할 필요가 없는 고민이라는 말.
놓치지 말아야 할 뮤지컬 영웅 속의 깨알 재미
뮤지컬 영웅은 안중근 의사를 비롯한 다양한 인물과 앙상블로 적절한 조화, 완벽한 군상을 이루어냈다. 독립이라는 키워드가 매력있게 느껴질지는 모르지만 적재적소에 나타나는 장면들은 웃음과 울음, 통쾌함과 아쉬움을 두루 남긴다.
볼거리 1. 안중근 의사의 감정 흐름을 쫓아가기
처음 뮤지컬, 영화에서 시작하는 자작나무 숲에서의 안중근은 스스로의 손가락을 잘라 한국 독립에 대한 의지를 불태운다. 그의 동료들과 함께. 그는 러시아로 향해 독립을 이어가게 되고, 만주를 가지기 위한 통로로서 대한민국을 정복, 통치하고자 하는 이토 히로부미를 살해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실행에 옮긴다.
그러나 그는 쉽지 않은 거사를 준비하면서 그의 주변에 있던 소중한 사람들을 잃게 되고, 하느님을 찾거나,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울부짖는다. 민주 자주 독립 투사로서, 육군 참모 총장으로서의 그도 역시 사람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이토의 국가인 일본에서 사형 선고를 받았음에도 그는 감옥에서 그를 돕는 일본인 간수에게는 따뜻하고 애정 어린 선물을 하기도 한다.
사람의 면모를 보여줌으로써 우리는 그를 더욱 더 존경하게 된다.
볼거리 2. 설희. 안타까운 실패
안중근 의사의 거사 속에, 숨겨진 슬픈 이야기를 뮤지컬 배우 유리아가 표현한다. 춤의 실루엣엔 슬픔이 깃들어있고, 중전마마를 향한 그녀의 충성심은 그녀 스스로 선택 했으나, 실패에 이르고 만다.
설희를 통해 우리는 보여지는 영웅 외에도, 보여지지 않으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스스로의 결정과 가치 기준에 의해 어떤 결과가 발생하더라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는다.
볼거리 3. 앙상블 이상의 앙상블
뮤지컬 영웅 2막에서는 쫓고 쫓기는 장면이 연출된다. 독립 투사들은 도망가고 일본 순사들은 러시아까지 쫓아와 독립투사들을 쫓는다. 아주 긴박하게.
영화에서는 화면의 한계가 없으므로 쫄깃한 추격전을 보여주지만, 뮤지컬은 공간의 한계가 뚜렷해 보여주기 쉽지 않은 장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앙상블의 군무를 바라보는 관중의 눈에서는 독립투사들이 처한 환경의 긴박함과 독립이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에도 몰입할 수 있는 원동력을 제공한다.
총평
자작나무 숲에 등장한 양준모 배우의 딱 벌어진 어깨에 반해버렸는데 그 때 뿐이었다. 뮤지컬 배우라는 느낌을 가지게 된 것은. (양준모 배우에게 빠져버렸다고 말하고 싶지만, 그의 넓고도 넓은 어깨에.. 이 넓은 어깨에 대한 로망은 여기서 그만하기로 하고 마음 깊이 꾹꾹 삼켜본다.)
왜냐하면 영웅에서 안중근 의사는 주인공이긴 하지만 주변인들과 함께 어우러져 거사를 치루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스스로의 고뇌에 북받쳐 울 때에도, 누군가의 죽음 앞에서 신에게 비통하게 눈물과 울음을 보일 때에도, 안중근 그의 곁에는 그를 지키고 그를 위해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아들의 위대한 길과 원대한 뜻을 을 막지 않고 울며 수의를 만들어주는 어머니 조마리아. 그리고 그의 든든한 뒷배경이 되어주는 최재형 의사. 조도선과 유동하, 그리고 링링과 왕웨이. 그리고 설희까지.
그럼에도 남는 아쉬움.
오케스트라 연주가 아닌 MR인 것이 아쉽다면 아쉬운 부분이었다.
서울의 먼 거리까지 방문해 관람을 하면 오케스트라가 직접 연주해주는 음악에 맞추어 극이 절정에 달할때 그에 느끼는 감정도 배가 된다. 안타깝게도 수원에서 열리는 뮤지컬 공연 (특히나 경기아트센터)은 거의 대부분 MR로 진행되기에 뮤지컬 영웅이 주는 감정의 100%를 느낄 수는 없었다.
하지만 더 좋은 소식.
뮤지컬 영웅이 영화로 볼 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
메가박스에서 실황으로 볼 수 있게 준비해, 영화관에서도 뮤지컬 영웅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8월 21일 메가박스에서 단독으로 라이브인시네마가 개봉된다. 영화로 제작되어 방구석에서 N차 관람하며 내 눈물을 쏙 빼놨던 영웅. 영화관에서 다시 한 번 독립투사들의 이야기를 즐겨봐야겠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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