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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스스로의 확신을 가질 수 없다면, 나를 이해해주는 섬세한 심리학. <센서티브>

올라씨 Elena._. 2018. 6. 17.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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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자기 자신이나 다른 사람에게 화를 내고 있다면, 아직도 무언가와 싸우고 있다는 걸 인식해야 한다." #89







  내가 타인과 조금 다르다고 생각하게 된 건 불과 3년이 채 안됐다. 산만하다, 주의력깊지 못하다 등..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친구와 만났는데 수다를 떨다보니 어느 순간 급격하게 지친 나를 발견했다. 겨우 40분이 지났을 뿐이었다. 그 뒤로 난 집중하지 못했고 그렇게 오랫만에 성사된 만남은 끝이 났다. 커피숍에서 만난 1시간 중 1/3은 버린 셈이 됐다. "왜 이렇게 집중을 못하지?"


 

  정신이 산만하고 매사 덤벙거린다는 말이 어렸을 때부터 나를 졸졸 따라다녔다. 사고를 치면 항상 "덤벙"거려서 어쩔 수 없다는 둥, 성격을 고치라는 둥 나를 바꾸려고 하던 어른들의 그 말이 귓에 못이 박힌 듯 들어왔었던 것도 한 몫 했다. 그래서 자책하곤 했다. "내가 덤벙거려서  이렇게밖에 못사는 걸까."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내 생활기록부에는 이렇게 써있다. " 세심하여 상대방을 잘 이해하고 독서를 좋아하며 배려심이 많다. "  배려심이 높다는 선생님의 평가에 더 배려심이 깊어져만 갔다. "내가 지금 춥다고 에어컨을 끄면 누군가는 더 덥다고 불만이 쌓일테고 에어컨을 또 킬테고, 에어컨을 끈 나를 미워하겠지?"

    

  나는 그렇게 내향적인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미리 앞서서 생각하고(물론, 에어컨을 껐다고 해서 그 사람이 날 싫어할거라는 어떠한 보장도 없다.) 그 생각을 표현하지 못하고 속으로 삭혀 참으며, 앞으로 일어날 일들에 대해 생각하다못해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엔 내 스스로가 미워져 사람을 만나지 않기도 했다.

  어찌됐든 사람을 만나는게 즐거워 만남을 즐기지만 어느새 집중이 흐트러지고 죄책감만 남았다. 세미나나 교육을 들어도 마찬가지였다. 이렇게 열심히 말하는데, "나는 집중도 못해주고 딴 생각만 하고 있구나. "  내향적인 성격을 가진 신리 되어가고 있었다. 상상의 신이라고 해두자.
 
  내향적이라는 표현은 말을 걸기 어렵고, 남들에 대해 무관심하고, 자기 망상에 사로잡히거나, 사이버 공간에 빠져서 혼자 시간을 보내는 사람을 연상시키기때문에 모욕적인 단어로 받아들여지기*도 해서 실제로 이 단어로 누군가를 표현하면 언짢아하는 이들도 있다.  #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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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이상했다. 혼자 시간을 보내며 에너지를 충전하기도 하지만 만남을 통해 사교활동으로 에너지를 충전하는 것도 좋아했고,  많은 사람보다는 1:1로 이야기를 하는 것도 좋아했다. 시끄러운 노래를 들을때 집중이 잘 되는 날도 있었지만 어느날은 조용한 곳에서 일을 하고 싶었다. 그럼 난 외향적인 사람인가? 아니면 내향적인 사람인건가? ... 멘붕이 왔다.


  이럴 땐 저게 좋고, 저럴 땐 이게 좋다보니 우유부단하다는 평가를 듣기도 하고 내 스스로를 종잡을 수가 없었다. 남이 보는 내가 정확하다고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내가 내 스스로를 어느정도는 알아야 하지 않을까? 내 스스로를 믿을 수가 없었다. 우유부단하고 심술꾸러기같은 결정이 반복될수록 자존감이 떨어지고 자신감도 같이 떨어졌다. 남은 여생이 얼만데, 이런 마인드로 평생을 살아야한다니, 몸과 마음이 괴로웠다. 




   그래서 한 가지씩 바꿔보기 시작했다. 항상 상사에게 Yes 만 외치던 나는 No!!!!!!!!! 라고 외쳐보기 시작했고, 집안일을 돕지 않으면 힘들다고 화도 내봤다. 어렸을 때 배운 것처럼 식판을 깨끗히 비우지 않고 먹기 싫은 건 남겨도 보았다. 일탈을 시작한 것이다.

  내 스스로도 이런 생각을 왜 못했을까. 지내다보니 알게 되었다. 내가 남들보다 사소한 자극을 민감하게 받아들였다는 것. 혼자만의 사색을 위한 시간이 필요함과 동시에 사람을 만나는 것도 좋아하고 사교활동을 통한 지식 축적도 좋아한다는 것을.
 
  그렇게 내 스스로가 바뀐지 1년 정도가 되었다. 지문 같은 사람이 없듯이 생각도 생김새도 같은 사람이 없다는 걸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건만, 작고 큰 차이에 너무 올-인해서 어렵게만 세상을 살고 있다는 걸 이제서야 알게 됐다.  수업이 돗대기 시장 같아 수업을 째고 카페에서 리뷰쓰고 있는 내 스스로의, 내 시간이, 남의 기준에서 바라보는 내 삶보다 유의미한 기억을 남기는 나를 위해 오롯히 남기는 이 시간, 이기적인 마음이 있어야 한다는 걸 긴 시간동안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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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얼마 전, 서점에서 이 책을 만나게 됐다. 


" 나는 짧은 시간에 결정을 내리는 사람들이 이해가 안돼요. 내게는 직장에서 회의할 때 내 생각과 느낌을 파악하고 좋은 행동 방향을 선택하는게 너무 어려운 일이거든요. 하룻함 그 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처음엔 결정을 빨리하지 못하는 나 자신이 너무 싫었습니다. 그런데 모두들 차츰 저의 행동 방식에 익숙해지더군요. 나중에는 동료들이 내 관점과 아이디어를 존중해주었습니다." #50 



  <센서티브>를 읽으며, 나는 내 스스로를 위한 자유에 한걸음 더 다가섰다. 예민하지만 어느새 예민하지 않은 내 스스로를 보는 시선이 남에게 구속받지 않을 수도 있음을 느끼며 앞으로 더 나아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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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먼저 알게 되었었더라면 나는, 작고 큰 혼란 속에서 조금이라도 빠르게 내 스스로를 인정하고 심술쟁이의 노예가 되지 않았을 것같다.



"당신이 자기 자신이나 다른 사람에게 화를 내고 있다면, 아직도 무언가와 싸우고 있다는 걸 인식해야 한다." #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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