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서 본 하나의 문장이 내 눈을 멈추게 했다. '누군가 만만하게 보인다면 그건 당신을 배려해주고 있는 것이다.'라는 말이었다. 그런 듯도 싶었다. 어떠한 생각도 크게 들지 않으면서 밍기적 거리던 내 머리 속에 의문이 떠올랐다. 내가 누군가를 만만하게 본 일이 있었던가.
그랬다. 좋게 말해 "만만하게"였지, 사실을 별로 관계도 맺고 싶지 않은 사람은 분명히 존재했다. 어쩌면 만만한 것보다 더 심했을지도 모르는 상황들이었을 수도 있다. 얼굴이나 외향으로 기분이 그대로 노출되는 나의 성격이나 기운이 상대방은 모를 리 없다. 어찌됐든, 그런데 그 사람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나를 배려한 걸까? 뭐, 그럴 수도 있겠다. 왜냐면 한 사람의 행동과 말로 인해 퇴사 하는 사람을 한 두명 본 것도 아니고 얘기를 듣다보면 많은 사람들의 퇴사 사유가 사람이었으니. 그러니까, 어디 한 둘 이었던가.
나 역시 마찬가지였으니, 더 할 말은 없었다.
최근 이야기를 할 자리가 마련되었다. 퇴사가 면담의 시작점이자 목표도 아니었지만, 결국 나는 당신이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한 번 해보자 라는 마음 가짐을 가지고서 가슴 속 모든 말을 꺼내들기 시작했다. 3자 얘기를 듣자하니 내가 하는 말이 직설적이라 말하기가 조심스러웠다, 말걸기가 좀 그렇다고 한다, 그것이 너를 배려하는 것이다, 대화를 자주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와 같은 말들을 주구장창 쏟아냈다고 한다.
누군가 만만하게 보인다면, 당신을 배려해주고 있는 것이다는 말이, 이렇게 생각을 하게도 하는구나.
다양한 생각과 동시에, 내가 만만한 상대로 생각했던 누군가가 나를 배려할 수도 있었겠구나 싶다.
몇 일 동안 생각해보고 결정한 내용은, 내가 애초에 그를 만만하게 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만만하게 보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말을 붙이고 대화를 통해 풀어보려다가, 안되서 분노가 쌓였던 것이고
그동안 상대는 나를 배려하다 적당한 때에 적당한 말을 못찾아 관계가 어긋났을 것이다.
가끔 나는 사람들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행한다. 행동해왔다. 어떠한 결과나 내 앞 길이 어떨지 예상을 하지 않고 추측조차 하지 않은 채로 즉각적인 대응만 해오는 삶을 살았다. 그러다보니 결국 할 일이 생겨 그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적당한 시기가 있을 텐데, 그 시기를 제대로 맞추지 못했기 때문에 마음 뿐만 아니라 육체적으로도 지치는 삶을 살아왔다.
문장 하나로 나 스스로를 곰곰히, 그리고 세심히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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