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의 훈련은 꽤나 번거롭고 어렵다. 충분히 가르쳤다고 생각되어도 방심하면 금새 서로가 잊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 답답하지만 어쩔 수 없다. 계속 가르치는 수 밖에는. 또리는 이제 2살이 넘어갔고 사람 나이로 하면 20세가 넘었다. 더 이상 귀여워만 할 수 없는 다 큰 강아지 견”犬”이기 때문에 기록으로 남겨놓고 보완을 해나가려고 한다.
교육과 훈련, 어떤 것이 맞을까.
또리를 사람과 함께 공존하며 살아가도록 노력하는데에 있어, 훈련이라는 단어보다는 교육이라는 단어가 맞을까 조금은 고민되기도 한다. “훈육”은 품성이나 도덕을 가르쳐 기른다는 의미이고, “교육”은 지식과 기술 따위를 가르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어감의 차이도 있지만 무엇보다 인간과 다른 성격(인성), 그리고 다른 생각의 차이를 품성이라고 봤을 때, 종種 이 다른 “개”라는 “종”에게 인간의 품성이나 도덕을 가르치는게 맞을까 <훈육>, 아니면 지식이나 기술을 가르치는 <교육>이 맞는 걸까. 끊임없이 스스로 고민하게 되는 의문이기도 하다. 결론은 나지 않았지만 원하는 목적에 맞추어 단어 선택을 하면 되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강아지와 함께 살아가는, 살아가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존경하고 존경하기 때문에,
그건 보호자(견주)의 선택이다.
미션명 : 리드줄 당기지 않기
최근 다시 또리와 훈련 산책을 시작했다.
산책을 시작할 때만 간식을 준비하고 이 외에는 사료만 급여한다. 경험상 배가 고프던, 아니면 배가 가득 차서 불렀던지에 상관없이 산책은 항상 강아지에게 흥미있는 일이기에 산책할 때만 간식을 주는 건 꽤나 효과적인 훈련을 기대할 수 있다.
성미가 급한 또리는 항상 사람보다 앞서서 걷는다. 그러다 조금이라도 관심있거나, 좀 더 자세하게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고 싶으면 리드줄을 더 당긴다. 사람으로서는 꽤나 고역이다. 그래서 이렇게 해보았다.
방법1. 간식을 손에 들고(쥐고) 걷는다.
손에 간식을 잡은 채로, 살짝 주먹을 쥐고 걷는다. 걷다보면 어디선가 나는 간식 냄새에 고개를 들게 되고, 강아지는 간식을 따라 걷기 시작한다. 무시하고 걷는다. 걸음 보폭이 늦어져 사람의 걸음과 함께 걷게 된다. 간식을 손에 쥐고 걷는 시간을 점차 길게 한다.
방법2. ‘천천히’ 라고 말한다.
마찬가지로 간식이 있는 상태여야 한다. 간식을 숨겨두었다가 목줄(리드줄)을 당길 낌새가 보이면 ‘천천히’라고 말한다. 처음엔 “뭔 말이야”, 혹은 “?” 라는 반응을 보이며 쳐다보기도 한다. 당연히 자기 갈 길을 찾아 나설테다. 또리가 그렇다.
하지만 여기서 포기하지 않는다. 나의 걸음걸이 속도를 동일하게 유지시킨 다음(빠르거나, 느리게 걷지 않는다. 부득이한 경우 빠르기보단 느린 걸음을 택해본다.
그리고 더 빠른 걸음으로 자기 갈 길을 택하면, 리드줄을 사람쪽으로 당겨본다.
반복되어 조금 천천히 걷는다 싶으면 (내가 원하는 속도와 맞으면), 바로 잘했어, 라고 말하며 간식을 준다. 1번 방법과 동일하게 점점 시간을 길게 잡아본다.
방법3. 자동리드줄을 딱! 딱! 끊어 산책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또리에게 자동 리드줄은 잡고 교육하는 건 크게 도움이 되지 못했다. 줄을 당기면 당길수록 그러니까 또리가 무언가 냄새를 맡기 위해 이미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줄이 짧아질수록 흥분도가 올라갔던 것이다.
방법은 줄을 당기면 “천천히”라고 말하며 리드줄을 더 짧게 잡는 것이었고, 천천히 가면 줄을 조금 풀어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오히려 목이 불편해 켁켁 거리는 모습에 이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방법4. 혼내본다.
이 방법도 실패다. 사람의 감정선을 이미 파악하는 강아지에게 (시간을 냄새로 맡는 진귀한 존재다.) 미리 대응하려면 그의 감정을 미리 알아야 내가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하지만 몇 차례 반복해보니 좋은 방법이 아니었다. 아직 내 머리 위에 또리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주의사항.
절대, 꼭, 이름을 부르지 않는다.
(이건 또리를 입양하면서부터 지켜왔던 나의 소신이기도 하다.)
나는 또리 훈련을 할 때 이름을 부르지 않는다. 이름을 자주 부를 경우 정말 필요한 상황에서 콜백(CALL BACK)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게다가 보상이 없이 계속 이름을 부르면, 막상 필요한 경우가 생겨 이름을 부르게 되면 신경쓰지 않게 된다. 또리야, 하고 불렀을 때 나에게 돌아오는 이유는, 혼낼 때나 불필요할 때 이름을 부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과물이다.
1차 시도 - 오늘 저녁 먹기 전 산책하는 30분 동안, 초기 10분을 조금씩 늘려갔더니 집에 올 때까지 더 이상 줄을 당기지 않았다. 잘했어, 또리야.
2차 시도 - 그 다음 날 산책 할 때 방법 1-4번을 조금씩 반복해보았지만, 가장 좋은건 역시 먹는 것이었다. 예기치 못하게 기분좋은 결과가 있었는데, 나의 발걸음과 맞추어 걷기도 했고 수시로 나를 쳐다보면서 움직였다.
(물론, 나를 쳐다본 게 내가 좋아서는 아닐 것이다. )
몇 일 동안 반복해서 산책을 하다보니 한 시간은 훌쩍 지나있었다. 산책을 하면서 시계를 보면 30분이 채 지나지 않은 경우가 많아서 또리를 위한 산책인지 나를 위한 산책인지 전혀 알 수가 없었고 한 편으로는 지루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렇게 반려견 교육을 하다보니, 나 스스로도 또리가 교육을 따라오는 것이 내심 뿌듯했고, 잘 따라와주는 또리가 고마웠다. 그렇게 한 시간은 훌쩍 지나있었다. 오늘 하루도 행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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