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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 강창래 작가 에세이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올라씨 Elena._. 2024. 10. 28.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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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디선가 들어본 작가의 이름이 사뭇 익숙하다. 그의 저서를 찾아보아도 내가 읽었을 만한 책은 없는데, 왜인지 모르게 친근한 작가이자, 강사이면서 기획자인 “강창래 작가”의 에세이를 읽어보았다.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다.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지은이 강창래

펴낸곳 (주)문학동네

전자책 발행 : 2018년 5월 

 

 

배우로부터 알게 되다.  

TV에서 스쳐지나가며 만난 한 배우가 있었다. 한석규 배우였다.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라는 책의 추천사 중 눈에 띄는 내용이 있다. “남편과 이별을 앞두고 있다면, 나는 그에게 무엇을 부탁할까.” 방송인이자 “당인리책발전소”의 김소영 대표의 말이다. 

 

  TV에서 스쳐가듯 만나 읽게 된 이 에세이는, 아직 왓차에서 (왓챠에서 볼 수 있는데 넷플릭스나 디즈니만 구독하고 있는 나에게는 시작하기가 굉장히 까다롭다.) 시작도 못한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 책으로 먼저 접해보았다. '봐야지' 하면서도 아직 게으름을 부리고 있는 탓이기에. 

 

“아무리 슬픈 이야기라도 글로 쓰면 위로가 되었다.”  책 중에서

 

죽음을 접대하다. 

  사람이 사람을 잃는다는 건 어떠한 말이나 행동으로도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어릴 적 막내동생이 걸음을 뗀지 얼마 안되었을때였나, 아니면 내가 걸음마를 뗀지 얼마 안되었을 때 였을까. 어릴 적 기억이라는 것 밖에는 남는게 없는데도 할머니의 초상은 아직도 또렷히 기억난다. 

 

  아버지는 무덤가에 앉아 목이 터져라하고 울었으며 할머니를 할아버지와 함께 모신 후에는 목소리가 채 나오지 않았다. 그런 아버지의 모습이 새삼스러웠다. 많은 사람들이 강원도로 찾아와 할머니의 곁을 지켰고 아버지의 어깨를 토닥였으며 그 옆에는 장손이 다소곳히 손님들을 맞았다.

 

  시간이 지난 후, 아버지는 할머니에 대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할머니가 어디서부터 태어나고 자랐으며 어떻게 할아버지와 함께 살게 되었는지 몇 번째 자식이었는지, 그리고 아버지 본인을 어떻게 키워왔는지 모든 것이 낱낱이 ㅡ 마치 꿈을 꾸듯 ㅡ 서술되어 있었다.  

 

  나도 시간이 지나 가끔 할머니의 역사가 그려진 책을 본다. 두껍진 않지만 빽빽하게 적힌 그녀의 인생은, 지금 생각해보면 아빠의 울음에 보답이라도 하듯 글로 생생하게 남아있다.  아빠에게 죽음은 누군가의 "위령 (慰靈)"으로  남았다.

 

또 다른 애도의 방식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태는 위로가 되었다. 대구만큼 비싸지 않고, 그 담백하고 고소한 맛에 젖어들게 해준다. 인간이기 때문에 인간 중심적인 사고방식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다. 힘들고 지친 날에는 생명을 약탈해야 살아갈 수 있는 잡식성 동물의 운명을 겸허히 받아들이자. 책 중에서.

 

  반대로 어머니에게 '애도'란 조금 남다르다.  엄마는 외할머니의 손 맛이 느껴지거나 기억에 남았던 요리의 맛을 찾아낸다.  이모와 술래잡기를 하며 허허벌판에서 뛰놀던 기억들과 어머니에게 남아있는 외할머니의 추억은 바로 "요리"다. 

 

  어머니가 만들어준 음식을 먹다보면 ㅡ 그녀는 전혀 다르다고 하지만 ㅡ 내 입 맛에는 외할머니의 기억이 남아있다. 고봉밥을 만들어 반찬과 함께 내어주던 손은 주름으로 자글자글했지만 힘듦을 내색하지 않고 장손며느리로서 모든 걸 케어했던 외할머니의 기억은 엄마를 통해 나에게 전해지고 있다. 그것이 엄마의 애도의 방식이며 슬픔을 정화하는 삶의 또 다른 방법이다.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강창래 작가의 에세이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는 애도의 방식이며, 사랑하고 애정하는 아내에게 음식을 차려주는 그의 실제 이야기를 담았다. 와이프라는 단어보다, 아내라는 말에 담긴 애정이라는 단어가 와닿는 슬프고도 우아하게 느껴지는 에세이다. 

 

  가을이라 그런지 더욱 애절하게 느껴지는 에세이 속에는 음식 아니 요리에 대한 맛도 느낄 수 있다. 동태전, 야채 수프, 누룽지탕... 제대로 먹지 못하는 아내에게 요리를 해주려든 초보 요리사의 이야기가 담백하게 적혀있으면서도 레시피에 충실하다. 사랑이란게 이런걸까. 

 

  아내는 살고 싶었을지 모른다. 살고 싶었을 것이다. 남편과 아들의 사랑과 그들의 시선이나 눈빛을 느꼈을 테지만 암이라는 걸 경험해본 나에게도 조금이나마 남편의 마음에 공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나홀로 여행을 떠났다. 그리고 다시 남겨진 삶을 충실하게 살아가고자 한다. 담담하지만, 슬프면서도 애잔하고, 자꾸만 시선이 가는 그의 책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이다. fin 

  

노란 망고를 자르다 보니 고흐의 해바라기가 떠올랐다. 참 희한하게도 병원에는 고흐의 그림이 많이 걸려 있다. 고흐의 고통스러운 삶을 떠올리면 그림이 편하지 않을 텐데도.좀 다른 이야기지만 아산병원의 벽그림이나 꽃꽂이는 아주 어색했고, 신촌 세브란스에는 벽그림이 좋은 게 많았다. 병원에 적당하면서도 그림 자체로도 좋은.  아, 고흐의 그림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참 아이러니하게도 고통스러운 삶을 살았던 고흐의 그림은 사람을 편안하게 해준다고 한다. 책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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