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s Culturas 1405

연극 「 붉은 낙엽 」 관람 후기 :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올라씨 Elena._. 2025. 2. 21.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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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무대)을 감쌌던 커튼이 쳐지고 막이 오른다. 에릭 무어 역을 맡은 지현준 배우가 커튼을 치고 조금은 가정을 지키는 아빠의 모습인채로, 집안이 언뜻 보이기 시작한다. 붉은 낙엽이 지금 당장이라도 떨어질 것 같은 나무가 뒷 배경으로 깔린 한 집의 거실과 주방이 보인다.  이렇게 까지 될줄 몰랐던 에릭 무어의 독백으로 시작하는 연극 '붉은 낙엽'. 오늘은 그 연극의 리뷰다.

 

 
붉은 낙엽
 
평점
9.7
기간
2025.01.08(수)~2025.03.01(토)
장소
서울 중구 장충동2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출연
김강우, 박완규, 지현준, 이유진, 장석환, 최정우, 김원정, 권태건, 선종남, 하지은, 구도균, 박기덕, 이호철, 이의령, 장승연

 

 

 믿음과 의심의 줄다리기 속, 집안을 물들여가는 붉은 낙엽의 흉흉한 적

 

  지성과 감성을 겸비한 작가 토커스 H.쿡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각색된 연극 '붉은 낙엽'이 곧 막을 내린다. (3.1일 마지막 공연, 막공을 진행하고, 현재 50% 할인으로 관람이 가능하다.)  대한민국의 연극대상과 연출 부문에서의 동아 연극상, 그리고 남자 연기상으로서 많은 수상 이력을 남긴 '붉은 낙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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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을 읽어봐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는데, 이는 주연 배우인 지현준 배우의 공이 크다.   

 지현준 배우의 낮은 저음은 노래 뿐만 아니라 연극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는데, 연극 '붉은 낙엽'에서 그의 목소리는 그의 캐릭터성을 대변한다. 세상에 일파만파로 퍼져버리는 소문 속에서 어떤 것이 사실인지, 직접 묻지 못하는 것이 어떤 답답함을 가졌는지, 그것을 지현준 배우는 목소리로 오롯이 담아낸다.   

 

 
지현준
직업
연극배우, 영화배우
소속
키이스트
사이트
인스타그램

 

 

  처음엔 독백이 들리지 않았다. 무대(집안)를 가리고 있는 커텐이 쳐지고 집안이 보일 때 자그만하게 속삭이던 지현준 배우의 독백은 극이 최고조에 달할 때쯤, 무대를 휩쓸고 귓 속으로 그의 목소리가 울리는 걸 느낄 수 있다.  왜냐고? 그의 독백이 힘을 얻었기 때문이다. 슬픔과 자조,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오만,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상황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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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웨슬리의 작은 마을.  평화로운 가을을 보내고 있는 에릭의 가족에게 이웃집 카렌의 딸, 에이미의 실종 소식이 전해진다. 실종 전날 밤까지 카렌의 집에서 에이미를 돌보았던 에릭의 아들 지미가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다. 믿음과 의심의 줄다리기 속, 집안을 물들여가는 붉은 낙엽의 흉흉한 적  과연 범인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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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진실을 알아야 해' 라고 말하는 아비,

에릭 무어는 아들에게 묻고 싶지만 참는다. 

 

 '내가 무슨 거짓말을 했는데."

어느 누가 봐도 알 수 없는 아들의 말은 거짓말인지 알 수 없다. 신뢰가 가지 않는다. 

 

  '여보, 진실이 워든 간에 이미 늦었어.' 

끝까지 아들을 믿고자 하는, 지미의 엄마 바네사 무어.

 

 '경찰 눈빛 봤어? 의심스러워하는 그 눈깔 말이야."

에릭의 형인 워렌은 순수한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정확한 생각을 알 수 없도록, 그리고 주변사람들이 갖는 의심의 갈고리를 휘어잡아 그가 이야기를 풀어낼 때면, 관객은 도대체 무슨 꿍꿍이인지 생각하면서도 그의 대사에 빵빵 터진다. 

 

 

 

  연극이나 뮤지컬의 후기를 쓰는 건 꽤나 어렵다. 문화를 관람 후 그 날 쓰는 것이 아니기에 생생했던 기억이 조금씩 사라진다. 관람 한 날에는 관람한 공연도 꿈에 나온다. 그리고 머릿 속에서 이렇게 써야지, 저렇게 써야지, 고민하다가 하루 이틀 지나간다. 결국 항상 후기는 시일이 상당히 지난 후에 쓰고 그 날 느꼈던 감정이 조금은 퇴색되었음을 깨닫는다. 그렇게 하루 이 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기억은 희미해져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나면 항상 대부분의 기억은 힘을 잃어 아쉬운 마음을 토로하는 스스로를 발견한다.

 



  연극 「 붉은 낙엽 」 역시 그렇다.
   요상하리만큼, 일 복이 터진 최근엔 스스로의 시간을 내기가 어렵다. 일에 치이고 사람에 치인 탓이다. 내 스스로,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낼 수 없기 때문이었는지 정신이 몽롱하고 현실은 꿈을 꾸는 것만 같다. 하지만 곧 괜찮아질거야, 조금씩 나아지고 있으니까. 

 

  어찌 됐든, 연극 '붉은 낙엽'은 가족간의 불신과 누구를 믿어야 할지 몰라 스스로 만든 고뇌에 쌓여버린 한 아버지의 생각과 독백을 그린다. 한 여자아이가 사라지고 소문이 무성해지기까지, 사건이라고도 할 수 없는 사건이 발생되어 뉴스와 경찰들이 에릭 무어의 집을 쫓아올 때부터 긴박하고, 나도 모르게 입을 가린채 관람하게 되는 연극. 

 

  시간이 된다면 다시 한 번 보러 가고 싶지만 안타깝게도 지현준의 '붉은 낙엽'은 관람하러 가지 못할 것 같다. 지현준 배우에게 말해주고 싶다. 컴프롬어웨이부터 시작한 뮤지컬 관람부터, 당신을 보러 국립극장을 다녀왔다고.

 

 

혹시 몰라, 국립극장의 극장 위치도와 주차 요금 사진을 붙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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