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의 무게/단편집

연차

올라씨 Elena._. 2024. 5. 6.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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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레나는 그녀의 인생에 있어, 그녀의 삶이, 그녀의 하루가 고정관념이라는 프레임 안에 있다는 걸 몰랐다. 우물 안 개구리라는 말이 그녀와 잘 맞았다. 하지만 엘레나는 그 사실을 몰랐다. 그녀가 보기에 타인이 나에게 쓰레기를 던지는 일은 비일비재했다. 한국말인지도 모르겠지만 수두루 빽빽하다는 말이 그녀의 뇌 언저리를 간지렀다.  매 시간이 고되었다. 하지만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은 크게 없었다. 그냥 살아가는 것 말고는.

 

그러다 그녀에게도 터닝 포인트가 찾아들었다. 어느 순간 빛줄기가 그녀에게로 뻗었다. 마른 하늘에 갑작스런 번개가 치듯이. 딱 그런 느낌이었다.

 

엘레나는 출근하자마자 반차를 썼다. 적어도 사나흘 전에는 작성하라던 연차 기준에서 벗어나는 일이었지만 그녀는 그걸 사소로이 가뿐하게 무시했다. 그녀에게 오늘의 반차는 무엇보다 중요했다. 

 

역시나. 특별한 일 없이 반차는 허락되었고 서둘러 약속이 있는 것처럼 나갔다. 하지만 서둘러야 하는 편이 옳았다. 간만의 갑작스러운 휴식이었다.

 

평소에는 먹지도 않던 참치김밥을 하나 물고선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해서는 한 30 분 정도 누워있었을까, 이건 아니다 싶었다. 갑작스럽긴 했지만 소중한 휴일이었다. 너무나 행복한. 

 

 차를 몰고, 정비센터로 향했다. 리콜 명령이 떨어진 차를 맡겨두고 강아지와 산책을 했다. 한 시간을 돌았는데도 서비스 센터에서 연락이 없자 지인의 집으로 갔다. 도착해서 잠깐 쉴까 싶더니 전화가 왔다. "차 찾아가세요". 다시 강아지를 데리고는 산책길에 나섰다. 나가려는 걸 알았는지 끙끙거리는 강아지의 애처롭고 안쓰런 눈빛을 도저히 집에 두고 나올 수가 없었다.  

 

  센터로 가는 길목에 타코야끼를 파는 트럭이 있었다. 언제나 냄새를 맡으면서도 맛있겠다 하고는 속 마음을 들키지 않겠다는 듯 지나친 집이었는데 오늘은 이상하게 군침이 돌았다. 두 박스를 사서는, 한 박스는 센터에, 그리고 나머지 한 박스는 집으로 가져와 나눠먹었다. 유난히 맛있는 타코야키였다.

 

  가족들이 모였다. 국과 반찬, 소고기를 구워 오손도손 오랜만에 둘러앉아 덕담을 주고받았다. 선물이 오갔고 생일 축하 노래가 집에서 흘러나왔다. 오늘은 엄마의 생일이었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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