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좁은 세상에 살고 있다.
애초에 연차를 길게 쓸 생각은 없었다. 그러다 연차를 쓰기로 결정한 이유는 단순했다. 이러다 또 쓰러질까봐. 정신을 놓아버릴까 우려스러웠다. 항상 비슷한 루틴의 반복이었다. 알 수 없는 원인, 이해할 수 없는 결과, 그리고 그에 따르는 결말은 모두 내 생각 밖에 있었다. 나도 통제할 수 없는 나를 생각하는 꼴이라니, 우스웠다.
。결재의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결제와 결재의 뜻도 모르는 채 그냥 전달하기만 바쁜 사람. 그 사람을 가지고 나는 뭘 하겠다고 그리도 열심히 설명했던걸까.
。오래 걸리지 않는 일을 2-3일 내내 안아두고 있다가 다른 사람들의 일에 혼선을 주는 사람에게 나는 무엇을 기대했던 것일까.
。질투라면 질투를 하는, 다른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면 그걸로도 틱틱거리고, 막상 무슨 일이 있는지 물어보면 별일 없다고 얼버무리는 사람에게 나는 무엇을 원했을까.
。마음 속으로 궁금한 것을 묻어놓고 물어보지 않은 채, 문제가 생기니, 안그래도 생각했었다.라고 말하는 사람의 의도는 무엇일까.
일은 일이고 내 삶은 내 삶이었다.
자꾸 혼돈이 생기는 건, 어딘가 어두운 하수구 속 구렁텅이로 빠지는 기분이 드는 건 아마도 삶에서 정확한 분리를 하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머리 속을 휘감는 많은 생각들은 머리에서 빠져나올 생각을 하지 못한 채 맴돌았다. 오른쪽 관자돌이에 두통이 몰려왔고, 머리가 통째로 흔들리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떠나기로 했다.
떠날 때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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