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레 추워진 날씨인지, 아니면 가을이라 내 자신이 새초롬해진 탓인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수필이나 에세이와 같이 담담한 글을 읽고 싶었다.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를 만난 이유도 그 때문이다. 그래서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 했던가. 오직 한국에 있는 독자를 위해 특별히 한마디를 남긴 그의 말 귀가 책의 끝자락을 다시 돌아보게 했다.
혼자 고독 속에서 쓴 책이 언어의 장벽을 넘고 바다를 건너 수 많은 사람들과 깊숙이 연결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패트릭 브링리.
형의 죽음과 마주한 채 그에게 닥친 하루의 일상은 큰 변화가 없었다. 형의 아파트에 가고, 형과 병원에 있고, 형의 죽음을 맞이하고.. 패트릭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으로 취직한다. 경비원으로 일하면서 만나는 명작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만나는 것이 내가 이 책을 선택한 이유이기도 했다. 언젠가부터 클래식을 비롯해 예술에 관심이 많아졌으므로.
후기라고 쓸 것은 없지만, 마지막 장을 덮으며 "와, 좋다" 라고 느끼지를 못해서 쓰는게 맞는지 고민을 하긴 했다. 미국의 중심 도시 뉴욕, 그곳에 위치한 세계적인 미술관인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200만 점 이상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으므로 작가가 느낀 명작들로 어떠한 깨달음을 얻게 되진 않았을까 하고 작가의 생각을 훔쳐보고자 했는데 글렀다는 생각을 했다. 예를 들어, 빈센트반고흐의 이야기는 아래와 같이 서술되어 있다.
조셉이 보이자 걸음을 멈춘다. 그는 고전적인 포즈로 문설주에 기댄 채 생각에 잠겨 있다. 그의 뒤편으로 미술관이 소장한 반 고흐 작품 중 절반가량이 눈에 들어온다. <해바라기>와 <협죽도>와 심플한 하얀 꽃병에 꽂힌 <붓꽃>이 보인다. 감자를 깎고 있는 농부와 카페 주인인 지누 부인, 무릎을 꿇고 앉아 딸이 첫 걸음마를 떼는 걸 응원하는 농부가 보인다. 그리고 마침내 붉은 턱수염이 더부룩한 채 오랜 고통에 시달리는 화가 자신이 모습을 드러낸... (중략)
예술과 죽음의 경계에서, 죽음을 만난 후 예술을 접하기로 한 결심은 시간이 흐르며 자연스럽게 퇴사 얘기로 책이 끝난다. 뭔가 아쉽지도, 그렇다고 만족스럽지도 않다. 읽는데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책을 읽으며 무언의 목적을 달성하기에 부족함이 있었고, 죽음을 목도한 후 삶의 전환점이 생긴다거나 하는 그런 느낌도 크게 받지는 못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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