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의 횡포, 범인의 농간. 책 속에 나오는 말이지만 소설 "십계"를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이보다 더 나을 말이 있을까. 횡포와 농간. 소설 십계를 관통하는 말이다.
십계 十界
1. 섬에 있는 사람은 오늘부터 사흘간 결코 섬을 떠나지 말 것.
2. 살인이 발생했다는 사실은 물론 섬의 상황을 외부에 전달하지 말 것. 당연히 경찰 신고도 금지.
3. 배의 도착을 사흘 후 동틀 녘 이후로 미루고, 각자 가족이나 관계자에게 사흘 늦게 돌아간다고 연락할 것. 연락할 때 섬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알리지 않되 의심받지 않도록 노력할 것.
4. 통신 수단은 소지 금지. 스마트폰을 전부 회수해 용기에 넣어서 봉인하고, 꼭 필요한 상황에만 모두의 합의를 얻어서 사용할 것.
등등.
무인도 에다우치지마섬 이야기
큰 아빠가 보유 하고 있던, 바다 어딘가 위치한 무인도 에다우치지마섬. 큰 아빠가 사망하자 동생은 그 섬으로 투어를 떠난다. 섬을 활용해 투자를 해볼 요량이다. 아홉 명이 탄 배는 짐을 싣고 유유자적 섬길에 오른다. 섬에 데려다준 선장은 내일 와도 된다는 답을 듣고는 섬을 떠난다. 그들에게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누군가는 절벽 아래에 석궁을 맞은 채 사라지고, 시체의 일부가 잘린 채 발견되며, 불에 타죽는다. 첫 사건이 일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열 개의 계명을 받는다.
종교에서나 가질 법한 열 가지 계명, "십계"는 말도 되지 않는 허구적 믿음을 강요한다. 살인이 벌어졌지만, 신고하지 않는다. 범인을 찾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 범인의 지시사항에 따른다 등.
인간의 궁금증
하지만 그럼에도 인간에게는 궁금증이라는 게 있다. 주방 의자 한 켠에 팔짱을 끼고 있던 야노구치는, 범인의 정체를 알아내고자 노력하고 결국 죽음에 이른다. 십계를 따르지 않은 자의 최후다.
추리 소설이라 그런지, "십계"를 읽으며 내 머릿 속엔 범인이 누구일지 찾아내는 추리가 자동 재생되었다. 하지만 야노구치가 죽음에 이르자 금새 시들해졌다. 추리소설은 이런 맛이지. 암, 그렇고 말고.
소설 내에서 서술해나가는 아빠의 딸 "리에"는 사건의 중심은 아니지만 원하는 대학에 가기 위해 삼수를 하면서 쌓인 눈치와 경험으로 사건 속의 작은 사건들을 눈치것 이해하고 받아들인다. 그것이 작가가 서술자로 "리에"선택한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최근 읽은 소설 "프리즈너" 보다는 흥미로웠지만 히가시노 게이고의 『당신이 누군가를 죽였다.』"만큼은 즐겁지 않았던, 각보다 허무한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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