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설의 제목을 읽으며 "끝이 있는" 이야기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언젠가 인스타그램에서도 언급되어 눈가가 촉촉해졌던 소설로 기억한다. 죽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 46일이라는 걸 어떻게 정했을까 궁금증이 생기기도 했다. MBTI가 T는 맞나보다. 굳이 소설에 이유를 찾다니. "우리에게 남은 시간" 보다는 "우리에게 남은 시간 46일" 이 좀 더 낫지 않나.
우리는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 누군가의 소중함에 대해 금방 잊고는 한다. 시간의 귀중함도 같이.
삶이 바빠서, 하루가 고단해서, 기분이 나빠서, 행복하지 않아서, 너무 정신 없어서 등등. 이설의 소설 "우리에게 남은 시간 46시간"은 일상 속에 남겨진 매 시간 매 초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새삼 깨닫게 만든다.
소설은 세상에 남겨진(아니, 남겨질) 우현과, "교모세포종"이라는 병으로 시한부를 판정 받은 혜인의 이야기다. 거짓말을 자주 하지만 그걸 항상 받아주는 우현, 잘 보이고 싶고 이 남자다 싶어 예쁜 모습을 보이려 노력하는 혜인.
해인이가 좀 아파. 일곱 글자의 메시지를 가깝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보냈을 때 우현은 그들로부터 직접적인 도움을 받는 일까진 기대하지 않았더라도 마음에서 우러난 공감과 위로 정도는 받을 수 있을 줄로 알았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냉담하거나 건조했다. 심지어 아무 대답도 없는 사람마저 있었다. 정말이냐며, 어떡하냐며 한두 통 메시지를 보내오다가, 난처한 일이라도 생겼다는 듯이 다음에 연락하겠다고 대답했다. 자신의 일이 아니니 할 수 있는 ... "우현의 생각 중"
소설의 좋은 점은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는 거다. 막상 죽음이라는 슬픔을 마주치게 되면 많은 사람들이 위로해주고 함께 해줄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그렇지는 않다. 사람들의 복잡한 관계는 우현의 생각을 통해, 이설 작가는 인간관계를 오마주한다.
“그냥, 조금 더 건강하게 낳아줄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바쁘다는 이유, 익숙해졌다는 이유, 권태로워졌다는 이유로 그녀에게 무심했던 건 다른 .... (중략)
남겨질 우현, 그리고 떠나야 할 혜인의 얼마 남지 않은 짦은 시간 속에서 소설 "우리에게 남은 시간 46일"은 꽤나 빠르고 편하게 읽힌다. 그럼에도 마음 속에 절절한 무엇인가 남은 건, 하루를 살아감에 있어 가장 소중한 것을 놓치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루의 사소하지만 반복되는 루틴, 그리고 매일 해나가는 사람들과의 관계. 가족들과의 작은 다툼, 그렇지만 언제나 내 옆에 있을 사람들, 가족.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세상이 아무리 불공평하다 할지라도, 평범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건 미래가 기약되어 있을거라는 소망일테다.
하지만 미래는 기약되지 않는다. 누군가는 내일 내가 갑자기 사고를 당해 먼 여행을 떠났을 때 어쩔거냐고 물어보면, 당황하며 그런 일은 없을거라고 한다. 하지만 정말 그런 일은 없다. 내일 나의 일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관계의 소중함을 아는 것. 그것이 "우리에게 남은 시간 46일"의 작가 이설이 알려주고 싶은 바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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