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말이 흥미로웠다. 현실적인데 어디 수사극이나 프로파일러가 겪지 않았다면 모를 일일텐데 세세하게 알고 있는 것이 그의 전문성을 대변해주는 것으로 느껴졌다. 그리고, 프로파일러의 소설은 어떤 느낌일지, 어떤 현실성을 가진 내용일지 무척이나 궁금했다. 작가의 말대로 "흉해" 보이는 소설 제목에 망설였다. 이걸 읽어도 되나. 괜찮으려나.
경기도 부천경찰서 형사로 근무하던 1991년 연말, 막 대입 시험이 끝난 고3 여학생이 클럽에서 만난 남자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신고 사건을 수사했다. 용의자의 신원을 확인하고 체포해 피의자 신문을 하기 전 경찰서를 찾아 엄벌을 요구하는 피해자와 모친에게 당부했다.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유죄 판결이 내려지기 전까지 합의나 고소 취하를 하시면 안 된다고. 당시는 성폭행이 피해자가 고소해야 처벌할 수 있는 친고죄였기 때문이다. 분노에 떨며 당연히 절대로 합의나 고소 취하는 없다고 다짐했던 모녀. 그런데 피의자 신문을 받던 범인이 피식피식 웃으며 성의 없이 조사에 임하는 모습이 뭔가 불길한 느낌을 줬다. 아니나 다를까, 얼마 후 피해자의 모친이 경찰서를 찾아와 미안하다며 눈물을 흘리고 종이 하나를 내밀었다, 고소취하서. 나중에 알고 보니 부유하고 영향력이 큰 지역 유지였던 피의자의 부친이 피해자 가족을 전방위로 압박해서 결국 합의를 받아 냈다는 것이었다. 웃으며 경찰서를 떠나는 강간범을 쫓아가 두들겨 패 주고 싶었다. <작가의 말>
일반적으로 남자는 고음을 잘 부르지 못한다. 목의 형태가 미묘하게 여성의 그 것과 다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뮤지컬을 비롯한 음악 프로그램을 통해 고음을 자유자재로 구현하는 가수들을 종종 만나 황홀함을 느끼지만, 그것도 최근 약 10년 간의 일이니 그 전에는 고음을 가진 남성을 어떤 시선으로 보았을지 여성의 고음을 표현하기 위해 고대 시대, 남자들에게 행해졌던 그 일이 현대판으로 다시 나타난 것이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가슴 속에 품고 다닐 "사직서"를 품에 안고 힘든 직장 생활을 유지하던 표창원 프로파일러가 공상을 거듭해 초고를 했다는 소설 『카스트라토, 거세당한 자.』 는 로빈 쿡의 <<코마 coma>> 와 처럼 흡입력 있게 독자를 불러모은다. 거기서 굼뜨게 움직이지 말고 이 소설을 봐라 하고.
★ 대한민국 대표 프로파일러 표창원의 첫 범죄소설
★ 출간 전 부산스토리마켓 한국 IP 전격 선정
★ 경험에 바탕한 치밀한 수사과정, 새로운 페이지터너의 탄생
소설가 "표창원"이 아닌, 작가 "표창원", 아니 인왕 경찰서 이맥 팀장이 어떤 사건을 또 시원하게 풀어낼지 앞 날이 궁금해진다. 소설의 내용은 책과 함께 즐기시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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