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것은 드러나고 감추어진 것은 알려져 훤히 나타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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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의 서거 이후로 추기경들의 밀실 정기 교황 선출 회의를 말하는 콘클라베가 열린다. 교황의 자리에 공석이 생기게 되면 세계 각국의 추기경들이 보여 문을 걸어 잠구고 차기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
이번 서평을 남길 도서다. 콘클라베. 라틴어로 콘 클라비스(con clavis). ‘열쇠를 지니다’ 라는 뜻이다.
- 저자
- 로버트 해리스
- 출판
- 알에이치코리아
- 출판일
- 2025.02.10
콘클라베를 알게 된 건 인스타그램을 통해서였다. 영화로 개봉 예정인 콘클라베가 책으로 나와있다는 사실이 내심 즐겁고 기쁘게 느껴졌는데 어릴 때부터 대학생이 될 무렵까지 성당을 다녔던, 수산나라는 세례명을 가진 나에게는 성당과 관련된, 천주교라는 말이 새삼 새롭고 정겹기 때문이다. 언젠가부터 영화를 보러 가기도 쉽지 않아서 책을 먼저 보기로 했다.
전례처장 만도르프 대주교가 마이크 앞으로 올라가 차분하면서도 또렷하게 공식 제문을 읊었다. “선거인단을 남기고 모두 퇴장 바랍니다(Extra omnes).” 책 중에서.
교황의 서거라면, 한 나라의 대통령이라고 표현하면 맞을까. 아니, 그것보다 더 크다.
어떤 단어가 적합할까 생각해봤지만 마땅히 대체할 표현이 없었다. 아마도 전 세계에 촘촘히 펼쳐져 있는 '천주교'라는 종교가 그들의 대통령을 어떻게 뽑는가. 라는 질문과 답을 던져봐도 적당한 답이 안나온다.
내무장관의 보고에 따르면 테러 위협은 즉각적이면서도 위중했기에 지대공 미사일과 저격수들을 바티칸 주변 건물 옥상 여기저기에 배치했다. 책 중에서
교황 선출을 위한 투표는 전세계적으로 이목이 집중되는 자리이기도 하다. 한 나라의 수장을 뽑는 데에도 정치, 군사적으로 난리인데 전세계를 대표하는 단, 오직 한사람을 뽑는다는 건 엄청 큰일이다.
엘리고 인 숨뭄 폰티피켐(Eligo in Summum Pontificem) 나는 이 분을 추기경으로 선출합니다. 책 중에서
투표지에는 위의 문장만 단촐하게 써있다. 외부와 단절된 성안에는 추기경들만 남아있으며 그들은 누구를 뽑자고 표면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속마음으로 (혹은 별도의 모략과 책략을 통하여) 검토한 후 신이 선물해주는 교황 자리에 누구를 앉힐 것인가에 대한 충분한 고민 후 교황으로 선출될 자의 이름을 적는다.
무신론, 민족주의, 불가지론, 마르크시즘, 자유주의, 개인주의, 페미니즘, 자본주의……. 하지만 이놈의 ‘주의’는 하나같이 우리를 진리의 길에서 멀어지게 만들려 하죠. 책 중에서
본인의 양심을 토대로 Eligo in Summum Pontificem 이라는 문장 아래 추기경이 될 사람을 뽑는 "콘클라베"의 이야기는 이렇다. 교황이 서거하고전 세계 추기경들을 대표하는 <한 사람>을 뽑기 위한 투표일정이 잡힌다. 이후 투표가 끝날 때까지 선거인단을 가둬놓는다. 투표가 결렬되어 차기 교황이 선출되면 흰색, 선출되지 않으면 검은색 연기로 굴뚝에 불을 피워 알린다.
교황으로서 믿고 존경할 만한 리더십과 신뢰가 있는 후보자에게 투표하는 이 과정에 있어 추기경들은 "양심"에 의해 투표할 것을 서로 요구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리더십'이라는 건, 구체적으로 예시를 떠올리긴 어렵더라도 대략적으로는 생각할 수 있을 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에서 잠시 언급한) 모략, 책략 등이 화두가 되어 누군가는 교황 후보에서 탈락하고 포기하는 일련의 사태가 발생된다.
소설은 초반에 지루할 수 있는데 중반이 이르러서부터는 박진감이 넘치고, 흥미진진해져 책 읽는 속도가 빨라진다. 누군가의 계략으로 물리적 공격 대상이 되는 바티칸. 그리고 주님의 뜻이 무엇인지를 몰라 곰곰히 생각해보다가 아니다 싶은 문제에 사실을 밝히고 이를 도와주는 조력자도 갑작스레 나타난다.
사람들이 사는 곳엔 항상 다툼과 생각치 못한 분쟁이 발생한다. 소설 <콘클라베> 또한 그렇다. 성직자로서의 책무를 다하는 것처럼 보여도 남 모르게 재산을 증식하거나 성적 유혹을 이기지 못하는 자도 있고, 불명예스러운 행동이 결국 드러나 얼굴을 붉히는 사람도 있으며, 남모르게 사실을 파헤치는 사람도 존재한다. 갑작스레 나타나 큰 소리로 스스로의 소신을 외치는 사람도 나타나며, 이들과 다르게 상대적으로 "정말" 신성하거나 선한 사람이 존재하기도 한다.
사람 사는 세상은 참으로, 흥미롭다.
성스러운 직업을 가진이들에게조차도 욕심이 있고, 그 욕심을 실제로 표현해 과시하는 사람도 있다.
바티칸이라는 곳에 존재하는 그들 또한 사람이기에, 그런 일이 결코, 단연코 없을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목적의식, 그리고 조화와 도전의식을 불러일으켰다. 비록 잠재적이나마 이제 곧 신임 교황이 탄생하리라는 암시도 느낄 수 있었다. 책 중에서
비교적 두꺼운 책이지만 흥미롭고, 영화화된 이유가 있다. 다양한 모략과 책략이 판치는 곳에서 교황이 선출되기까지의 어려움 덕에, 교황이 선출되지만 또 한 편으로 문제가 생긴다.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는 책의 끝을 통해 보면 될 것이다. 소설이지만 현실감이 존재해서 어딘들 그렇지 않겠느냐 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소설 <콘클라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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