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게 가족이에요.” 가족, 그 징글징글한 시작과 끝에 대하여. . ‘가족 간병’이라는 예민한 소재를 흡입력 넘치는 스토리로 녹여낸 이번 작품을 통해, 작가는 서로 다른 무게로 짊어지는 ‘가족의 책임’이 일으키는 비극의 내막을 생생하게 추적한다.
소설은 한 노부모의 죽음으로 시작된다. 찹쌀떡이 목에 걸린 채 죽어가는 어머니, 칼에 찔려 피 흘리는 아버지. 그들은 삶의 마지막 순간에도 자식을 생각하지만, 그것은 네 명이나 되는 자식
중 누가 더 불효자인지 답을 낼 수 없다는 비감 어린 회한이다. ‘뒤통수를 친’ 자식들에 대해 치욕스러워하는 부모. 피할 수 없는 순리로 닥쳐온 부모의 ‘늙고 병듦’을 짊어진 자식들. 서로가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인 그들의 끊을 수 없는 굴레가 끊긴 그날, 그 가족에게는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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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황스러우니 만큼, 완성도 높은 소설.
가족과 함께, 소중한 연휴를 보내는 새해가 밝았다. 교보문고에서 e북을 찾아보던 중 눈에 띄는 제목이 있었다. 가장 지긋지긋한 족속이라니. 명절 이후 가족 싸움이 늘고, 이혼이 늘고, 서로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게 있으니 그럴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었는데 '가족'의 2행시를 보고 있자니 허허-하고 헛웃음이 터졌다.
쉽게 이해할 수도 없는 부모의 죽음은 가족들을 당황시키기 마련인데, 시작도 충격적이지만 내용도 충격적이다. 아니 너무나 사실적이다. 읽다보니 자연스럽게 소설 속으로 빠져버렸다. 극 사실주의라고나 할까.
책은 가족 구성원 각자의 삶을 그린다. 하루를 '삶'에 있어서 각자의 인생에 어떤 일들이 있었기에 그렇게나 험악하고 사악하게 대했는지 책을 보면 알 일이다. (#줄거리 주의#)
가족들의 이야기
<가장 질긴 족쇄, 가장 지긋지긋한 족속, 가족>은 카테고리별로 가족 일원의 이야기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칼 맞은 아버지, 자녀들이 어릴 때부터 부적처럼 생각했던 찹쌀떡이 목에 걸려 쓰러진 어머니. 그리고 가족들의 이야기.
"그 놈의 약속, 원칙! 여기가 무슨 군대야, 직장이야. 가족끼리는 그냥 봐주고 넘어가고 그런 맛이 있어야지, 하여간 당신의 그 깐깐함이 문제라고" - 책 중에서 -
"김은희 돌싱맘". 선뜻 부모님을 봉양하겠다며 나선 싱글맘. 유독 문제가 생길 때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노력하는 부류. 막상 나도 꼼수를 부리거나 잔머리를 굴릴 생각조차 못하는데, 은희의 마음을 이해하면서도 선뜻 이해할 수 없었다. 생각치도 못했던 부모님의 유산상속 얘기에 마음이 혹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주어진 역할에 성실히 임한다.
부모가 본인 뜻때로 따라주지 않아 답답한 대학병원 의사. 장남 김현창, 돈 문제로 골치아프지만 주변의 시선 때문에 쉽게 행동하지도 못하는 장녀 김인경, 그리고 차남, 김현기 " 10년차 고시생인 물류 아르바이트생" 처음부터 죽음이라는 생의 마지막에 너무나도 쉽게 도착해버린 그들의 부모 "김영춘과 이정숙".
이해할 수 없는 가족간의 간극.
나는 김은희의 입장이 많이 이해되었다. 아이러니 하게도 책은 가족에 대해 얘기하고 있으나, 사람 사는 곳 어디나 그렇듯이 문제 없이 깨끗한 곳은 없다. 머리를 굴리기보다 사죄라도 한다는 생각으로, 그리고 자녀된 도리로 부모를 봉양했으나 갑작스레 세상을 등져버린 부모들에게, 비록 그들의 마음이 어땠을지 알지는 못했지만, 그녀 혼자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반대로 부모가 되보진 않았으나 주변에서 들은 이야기들로 부모의 마음도 한 편으로는 이해가 되었다.
" 이층으로 뛰어 올라가는 발걸음 소리가 요란한 걸 보니 작은 딸이 많이 상처 받은 걸 알 수 있었다. 네 아버지가 마응믄 모질지 못하면서도 말을 야멸차게 하는 구석이 있다고, 그러니 네가 이해해주라고 딸을 어르고 달래주고 싶어도 계단 하나 못 올라가는 자신의 몸이 한탄스러웠다.- 책 중에서 - "
가족의 사건을 그렸지만 사회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요즘 문득, 사는 게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년 해왔던 새해 인사지만, "여유가 없어보인다는 말"에 분노했고, 니까짓게 뭐냐며 혼잣말로 우우웅 거렸다. 거리감이 느껴질 때는 이렇게 모른 척 먼저 인사하는게 아랫사람의 도리라는 애둘러 말하는 이야기. 선심쓰듯 시간내서 오라는 말에 머리에 뿔이 났다. "아, 사람들이랑 같이 사는게 이렇게 어려운 일인가."
"낮은 곳에서 고통받는다고 해서 남에게 착해지지 않는다. 오히려 가학적인 마음이 생긴다. 동료를 괴롭힐 수 없으면 자학이라도 해야 견딜 수 있을 만큼, 그들이 감당하고 있는 삶의 하중은 무겁고 재미없는 것이다". - 책 중에서 -
가족이라 더 편할 수 있지만 작가가 말하는 소설 속 가족이야기가, 비단 가족만의 이야기일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참으로 공감되는 소설이었다. fin. 출처 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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