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함께 입양했던 강아지는 이제 오롯이 나의 몫이 되었다. 키우는건 좋지만 함께 케어할 수는 없는 상황에 나는 의도치 않았음에도 1인 보호자로 강아지를 키우게 된 것이다. 사실 좋지 않은 상황을 가정해 혼자 케어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을 고려해 입양을 결정했지만 하루를 살아가는 과정은 녹록치 않았다.
입양 전 고민했던 강아지 파양에 대한 다양하고도 갖가지 말도 안되는 이유들.. 이 내용들을 보면서 마음을 다잡고, 한 번 결심했으니 잘 지켜내야지 하는 다짐도 나는 잊지 않았었다. 이유도 안되는 말들은 여기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 2시간에 이르는 산책, 최소 30분 이상의 터그는 나를 지치게 했다. 나름 워커홀릭으로 회사에서 유명세를 떨치고 있어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회사에서 문제를 일으키지 말아야한다는 생각에 집중해 일을 처리하다보면 퇴근길엔 이미 녹초였다. 1인 가정의 댕댕이 케어는 너무나 쉽지 않았다.
오늘은 6개월동안 나의 댕댕이와 생활하며 내 마음을 불편하게 했던 것들에 대해 기록으로 남겨볼까 한다.
두려움과의 싸움
독고다이였다. 퍼피유, 강아지 카페, 익명 카톡방, 유기견을 위한 카톡방 등 온라인 커뮤니티가 많아져 필요할 때 도움을 청했지만 내가 하루 동안 강아지를 위해 해야 할 일들이 없어지지는 않았기 때문에 위로를 받기 위해 들어간 방에서 강퇴를 당하고(아직도 이유는 모르겠지만), 하루 3시간에 이르는 놀이에 스스로도 강아지를 잘 케어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일 때가 많았다. 아주 자주 있었다. 이러한 두려움은 강아지가 스스로의 의견을 표출할 수 없고, 표현한다고 하더라도 사람이 그것을 알아채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표정이 없는 나의 댕댕이에게도 기대하긴 어려웠다.
내 생활도 살아가면서 강아지를 케어한다는 건 너무나 고되면서도 뿌듯하고 혼자 있어주는 강아지에게 고마운 일이다보니 더욱 애를 썼다. 그래도 두려움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걱정이 많은 성격인지라 조금만 (잠시만) 다리를 절뚝여도 병원에 데려갔고, 안생기던 눈꼽이 갑자기 생겨 일주일동안 사라지지 않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갑작스레 사료를 먹지 않아 변이 되어 볼 일을 보는 것조차 힘들어하는걸 볼 때 내 두려움은 더 커져갔다.
감정의 공유
어느 날은 회사에서 감정적인 일들이 터져 너무나 힘든 날이었다. 그 날은 산책조차 못한 상태로 침대에 퍼져버렸는데, 그 다음날 펫캠을 보니 내 옆에 와서 곤히 잠들어 있었다. 그런 강아지의 감정 공유가 고맙기도 했지만 반대로 내 감정이 ( 쓸데없이 걱정 많은 내 조용함이나 날카로운 성격이) 강아지에게 감정전이가 될까봐 너무 조심스러웠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일부러 활발한척 깨방정을 떨어봤지만.. 사람에게서 풍기는 분위기는 어쩔 수 없는지 소용이 없다는 걸 어느샌가 깨닫고 있었다. 나 말고는 남에게 달려가지 않는 (이름을 부르기 전까지) 내 강아지가 의지하는건 나 뿐인 것 같아서 책임감은 무서움을 모르고 솟아올랐다.
산책
퇴근 후에 집에 도착하면 6시 반. 밥을 후딱 챙겨먹고 산책을 나가면 7시 반~ 8시였다. 지금이야 한시간 남짓 산책 후 실내 놀이로 대체하지만 2시간의 산책은 정말 고역이었다. 익숙해진 지금은 산책을 하다 보면 40분 정도가 지나있지만 처음 산책을 시작 할 때만 해도 나가는게 무서운 우리 소심한 멍뭉이는, 나가지 않으려고 했고 하네스가 불편해 움직일 생각조차 안했다. 산책을 빨리 나가야 빨리 들어와서 청소도 하고 내일 출근 준비도 하고 간식도 준비하는 데 내 마음이 너무 조급했다.
어느날은 산책하며 우다다가 발현되어 우다다를 하면 뱅뱅 돌아 내 머리는 어지러웠다. 뭔가를 주워먹고는 켁켁 거렸고 강아지만 보면 놀고 싶어 다가가는 모습에, 산책하며 항상 긴장을 놓을 수가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동안 했던 우리의 산책에 두 손 두 발로 박수를 쳐주고 싶다.
지금은 8개월이 지나 조금은 개춘기에 들어선 것처럼 초기 3-4개월 산책할 때 처럼 지맘대로, 갈지(之)자로 자기 갈 길을 가지만 시간이 지나면 뭐 또 괜찮아지겠지. 늘 우리는 그래왔으니까.
입질, 낑낑 거리거나 하울링
사실 이 글을 쓰기 전에는 내가 강아지 케어를 어떻게 했는제 어떻게 교육을 했는지 알려주려는 생각이 들었는데 글을 쓰다보니 힘듦을 기록하는 글이 되었다.
우선 입질은 원하는 것이 있는데 들어주지 않을 때 발현됐다. 교육이라고 할 것도 없지만 강아지의 하루 패턴을 보고 맞춰서 행동하는 것이 입질을 방어하는 (하지 않게 하는) 교육의 방법이었다. 똥 쌀때가 되면 나간다던가, 밥을 먹었으니 놀고 싶다던가, 이건 서로의 생활 패턴을 인식해 맞게끔 하나씩 해보면서 입질을 하지 않도록 하는게 가장 큰 교육이었다. 글을 쓰고 보니 약간 나 스스로를 교육시킨 것 같기도 하다.
흥분을 하면 입질을 하고, 스트레스가 해소되지 않거나 내가 실외에서 장시간 자리를 비우면 하울링을 한다. 따라서 흥분을 낮출 수 있게 앉아, 기다려 등을 하면서 진정 될 때까지 기다렸다. 입질은 자연스럽게 해소되었다. 사실 아직도 많이 흥분하면 입질을 하지만 혼내는 자세를 취하면 금새 진정이 되서 뿌듯하다.
하울링의 경우, 낮에 해소되지 않은 에너지가 남아서 그런것으로 보인다. 실외에 장시간 두는 것은 다른 보호자에게 양해를 구하고 다녀온 것이라 크게 문제는 일어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또 오늘 다짐을 한다. 에너지를 충분히 소모해 밤에 잘 자도록 도와주자. 라고.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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