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후기를 쓰고 싶어지는 향수. 르라보 향수 LE LABO ANOTHER13

올라씨 Elena._. 2023. 9. 8.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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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를 쓰고 싶어지는 향수. 르라보 향수 LE LABO ANOTHER13 

나의 첫 향수는 디올의 쟈도르 였다. 여성스러우면서도 섬세하고, 그러면서도 관능적인 느낌을 주어서 그런지 이런 향수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아, 관능미. 나는 관능미가 넘치는 쟈도르를 사랑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점차 쟈도르가 주는 무거움에 지쳐버렸다. 머리가 아팠다. 그래서 가벼운 느낌의 청량감이 들면서 동시에 여성스러움을 간직한 랑방 에끌라드 아프레쥬를 거쳐 필로소피의 퓨어 그레이스, 그리고 2022년 나를 행복하게 했던 기억을 되살려줄 마츄팩츄라의 여성 항수까지. 그러다 향수에 대한 향수는 멈춰버렸다. 

 

도무지, 아무리 생각해도 나와 맞는 향수가 없었다. 전부다 뭔가 부족했다. 그러다 성수로 외근일정이 잡힌 어느 날, 눈에 들어온 매장이 있었는데 "르 라보"였다. 반대편 횡단보도에 서있어도 어디선가 짙은 향기가 나서 고개를 들어 나도 모르게 발걸음을 움긴 곳이었다. 

 

나의 향수, LE LABO ANOTHER13 

  르 라보의 클래식 컬레션에 포함되는 ANOTHER13은 복잡한 히스토리를 보여주고 있지만,, 이건 잘 모르겠다. 체감되지 않는다. 매혹적이고 독특하다는 말은 맞다. 일반적이지 않은 대중속에 가려진 향기이면서도 향수를 쓰는 사람의 힐링 향수이면서, 향기에 취하게 한다. 

 

2010년, 르 라보는 어나더 매거진으로부터 독점적인 향수 작업을 제안받았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르 라보와 어나더 매거진의 편집장 Jefferson Hack 간의 창의적인 콜라보레이션을 시작한 Colette의 Sarah 덕분에 탄생했습니다. 이 콜라보레이션의 결과로 매혹적이고 독특한 ANOTHER 13이 완성되었습니다.

 

  전성분은 간단하고 매우 명료하다. 하지만 내가 받는 느낌과 주변 인물이 받는 느낌은 달랐다. 아?, 응? 뭐지? 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향긋함과 센치함, 그리고 뭔가의 시티우먼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엘레베이터에서 ANOTHER 13의 향기를 찾던 그녀는 내가 범인이라는 것을 알아챈 순간 이렇게 말했다. "이거, 딱 자기꺼네요. 너무 잘어울려요."

 

변성알코올,향료,정제수,벤질살리실레이트,벤질벤조에이트,비에이치티 [ILN48648]

 

성수의 르라보

 어찌됐든 나는 성수의 르라보 매장으로 향했고, 언젠가 선물받았던 핸드크림을 홀린 듯 샀다. 매장에서 '르라보 포마드 핸드크림'의 향을 맡던 내가 직원에게 물었다. 핸드크림의 향이 바뀌었네요? 

 

  직원이 웃으면서 응대해주길, 부티크 안에 다양한 향이 조합되어 있어 다르게 느낄 수 있으니 밖에서 시향해보라 했다. 나는 쿨하게 잠시만요, 하고 핸드크림을 문 밖에서 테스트 해볼 수 있었다. 향수도 마찬가지로 시향지에 두 번 펌핑한 다음, 매장 밖에서 향을 맡았다. ANOTHER 13의 향기를 맡는 순간, 내가 말했다. 이거 주세요.

 

 

 

 

 20분정도 지났을까. 나는 곱디 고운 재생지에 포장된 ANOTHER 13을 선물로 받았다. 내돈내산이지만, 내 돈 주고 선물이라니 좀 웃기지만, 그렇다. 선물을 받은 기분이었다. 나에게 주는 향기로운 선물.

 

나에게 주는 선물이얌.

재생지로 포장되어 있어서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연에 일조하는 느낌이 들었다.

조금은 온난화가 늦춰지는 세상이 오기를.. 

 

르라보의 라벨링 서비스 

르 라보 부티크(매장)에서 구매를 하면, 라벨링 서비스를 제공한다. 

향수에 뭐라고 적어드릴까요? 라는 질문에 아무것도요. 라고 대답했다.

결과물은 아래.  

FOR라는 단어 옆에 YOU라고 표시되었다.

 

물어보니 이름이나 원하는 문구를 넣을 수 있다고 했다. 향수병에도 마찬가지. 

 

나의 또 다른 자아. ANOTHER 13

  나는 이 향수에 정착하기로 했다. 처음엔 서울에서 나오는 브랜드라 생각했는데, 매장에서 얘기를 하다보니 프랑스에서 온 브랜드라는 걸 알고 새삼 놀랬다. 이렇게 관심이 없었군. 콜렉트 매장에서만 판매하다 단종된 ANOTHER 13은, 독자들의 성원과 관심으로 다시 판매되기 시작했다. 나에게는 행운으로 찾아온 것이다. 

 

  암브록스의 동물적인 노트에, 강렬함과 반짝임을 더해주는 암브레트 시드, 재스민, 모스의 향이 더해져 살냄새에 가까운 향을 계속해서 발산시켜 준다머스크계열의 향수 키엘의 오리지널 머스크나 더바디샵의 화이트 머스크와는 상반되는 또 다른 머스크의 향을 체험할 수 있다. 나무위키

 

  가볍지 않으면서 무겁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모스 향이 다른 향들과 제대로 믹스앤매치 되는 까닭에 기분이 좋지 않을 땐 한 번씩 뿌려주면 자동 힐링 예약이다. 13가지의 적은 전성분이지만 힐링 효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만족스러운, 향수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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