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s librosR 1112

24-55. 팬데믹 시대의 현실판. 한국 소설 《 247의 모든 것 》

올라씨 Elena._. 2024. 12. 11. 10:20
반응형

 

 

 

 

 

  "팬데믹을 거친 우리에게 필요한 문학적 상상력"이란 소개 글이 머리에 띵-하고 울렸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 세상, 아니 지구의 모습은 어디로 가고 있는 것 일까. 

 

  20년 코로나 바이러스가 발병되면서 스페인의 맥주 "코로나"는 사람들의 대화에서 사라졌으며, 박쥐는 혐오 대상이 되었다. 바이러스를 옮긴 것이 박쥐일 것이라는 확신 가득한 주장이 제기되자 박쥐는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매개체가 되어 사람들의 반감을 샀다. 그것이 중국발이라는 걸 알고 특정 사람들은 특정인 을 기피함으로써 꽁꽁 그들만의 세계 안에 눌러 앉았다.

  또 다른 바이러스가 창궐해 인간 세상을 어지럽힌다면 어떤 느낌일까. 

 

 
247의 모든 것
강력하고 스타일리시한 소재와 이야기로 개인의 욕망과 시스템이 맞물리는 지점을 날카롭게 짚어온 소설가 김희선의 신작 장편소설 이야기다. 장르를 초월하며 독특한 이야기의 세계를 꾸려온 김희선이 은행나무출판사에서 발표한 신작 장편소설 《247의 모든 것》이 겨냥한 곳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를 살고 있는 지금 우리의 세계다. 근미래 한국,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사람들은 대규모 감염병에 대한 대비 시스템을 구축한다. 전염병에 대한 세계적 공조의 일환으로 세계질병
저자
김희선
출판
은행나무
출판일
2024.05.10

 

 

그 때처럼 하늘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차마 입 밖으로 내기 조심스러워진다. 회사에서 끝까지 코로나에 확진되지 않아 꿋꿋한 한국인이라는 걸 (아무도 모르게 나 혼자) 자부했던 나는 결국 코로나에 확진되었고, 일주일이 지난 후에도 쉽게 기침은 가라앉지 않았으며 쉽게 감기에 걸렸다. 후각을 잃은 사람도 주변에 몇 존재했다. 금새 잊어버렸지만, 조금만 생각해본다면 다시 사람들의 연결 고리를 끊어버릴 질병 아닌 질병. 바이러스를 닮은 질병. 그리고 또 다른 지옥이 나타날 거란 건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그 시기가 언제일지 모를 뿐.

   최근 한강 작가의 《 채식주의자 》의 후기를 남기고 많은 분들이 블로그를 찾아주셨다. 이번 도서  《 247의 모든 것 》 와 유사한 점이 있는데 바로 대산문화재단에서 지원 대상작으로 지정되었다는 점이다.   《 채식주의자 》는 "한국 문학 번역/연구/출판지원 사업" 중에서 2024년 영어 출판 지원 대상작으로 선정되었고 2015년, 드디어 영국에 출판 되었다.  이후 1년만인 16년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수상하면서 올해 노벨문학상까지 받는 쾌거를 이뤘다. 오늘 후기를 남길  《 247의 모든 것 》 또한 대산문화재단에서 관심있게 지켜보는 소설이다.

  소설 《 247의 모든 것 》에서 247은 해열제가 공식적으로 임의 복용 금지됨으로써 발생한 247번째 확진자다. 

 

  그는 작은 벙커에 갖혀 우주로 쏘아진다. 해열제가 인체 내부의 발열을 강제적으로 낮춰주는데 이를 금지한 것은 바이러스로부터 감염된 인체의 체온이 높아지면,  바이러스로 감염되었다 볼 수 있고 이를 정부 차원에서 대대적으로 관리하기 위함이다.  인간이 어떠한 바이러스나 유해한 생명체로부터 감염된다면 소, 돼지와 같이 강제 방역할 수 없으므로 실시간으로 정부에서 인간의 체온을 감시하기 위한 목적으로 해열제가 처방 금지된 것이다.

  정부에서 해열제를 감시감독한 이후로, 감염자 247의 이야기나 속마음을 알 수는 없다. 소설 《 247의 모든 것 》 은 247을 둘러싼 (그를 본 적이 있거나, 그와 함께 일했거나 하는 등 ) 주변인들의 목소리를 담고 있고, 247을  관리하는 세계질병관리본부로부터 247을 인터뷰할 때조차 그의 직접적인 목소리를 들을 수는 없다. 통제된 인터뷰이기 때문이다.  247이 가진 생각이나 의사를 독자는 알 수 없으며 또한 한 명의 화자(3자)가 객관적으로 지켜보는 상황도 아니기 때문에 독자는 247의 의도, 그리고 그가 어떻게 확진 되었으며 지구를 떠나가게 된 과정이나 심지어 인간으로써 어떤 심리의 변화를 겪고 있는지 독자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덕분에 독자는 코로나, 독감 바이러스와 같은 범지구적인 이슈가 발생할 때, 정부와 같은 공인된 정보 기관으로부터 간접적으로 사정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사실만 보여주는 《 247의 모든 것 》이라는 소설 속에 숨겨진 편집적인 공포(사실이 아닌 언론 등을 통해 짜맞춰지거나 현실을 알아챌 수조차 없는) 를 느낄 수 있다. 내가 그랬다.

  정신병자에게도 반론의 기회가 주어지고 아무도 타인을 함부로 가두지 못하도록 법이 바뀐 덕분이다. 그래서였을까. 바이러스나 세균이라는 단어로 누군가를 혹은 어떤 도시나 국가를 완벽하게 봉쇄하고 격리할 수 있도록 세상이 바뀌어버린 것은? 사람들은 격리와 봉쇄를 가장 두려워했다. “당신 몸에서 바이러스가 발견됐습니다”라고 통보받는 순간, 그들은 단 한 마디의 항변도 하지 못한 채 곧바로 격리센터로 끌려가야 했다. (책 중에서>

 

   세상이 아무리 이웃사촌과 같이 가까워졌을지라도, 개인의 사정을 개인이 알 수 없는 한, 그러니까 세상이 해열제와 같이 무심결에, 복용할 수 있었던 세상이 없어진다면,  정부로부터 통제되는 삶이 존재한다면, 우리는 지금 처럼 자유롭게 살 수 있을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