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잔소리는 묻지 못하는 법이다. 네 자식이 살았단 밖에. 또 말이 무슨 말이냐."...
“되지 못한 명예 싸움, 쓸데없는 지위 다툼질, 내가 옳으니 네가 그르니, 내 권리가 많으니 네 권리 적으니 밤낮으로 서로 찢고 뜯고 하지, 그러니 무슨 일이 되겠소. 회(會)뿐이 아니라, 회사이고 조합이고 우리 조선놈들이 조직한 사회는 다 그 조각이지....
요리조리 교보문고에서 읽을 책을 고민하다 눈에 띈 작가가 있었다. 현진건 작가였다. 내가 수능을 보기 위해 국어 문제집을 풀 때 『술 권하는 사회』의 지문을 꽤나 읽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서 더 친숙한 작가이기도 하다. 이번에 그의 단편집을 읽다 마음 가는 구절이 있어 적어보니, 그 당시의 세태를 제대로 표현했구나 싶어 놀라움이 앞선다.
경상북도 대구에서 태어난 현진건 작가는, 사실주의를 제대로[!] 표현한 작가로 알려져 있다.
일제 강점기 시대, 강제로 체결한 한/일간의 조약으로 일본의 점령국으로 전락한 때에 활동한 현 작가다. 미래가 보이지 않는 컴컴하고 아득한 시대에 살았으니 얼마나 현실에 대한 비통함이 가득했을지 상상하기 힘들 정도다. 독립운동가인 그는 그의 홀연하고 외로운 죽음이 있고 나서 한참 후인 2005년 독립운동의 공적을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이 추서되기도 했다. 일제 강점기 시대에 활동했던 문인들이 그들을 위대하다 평가하고 행동하고, 글로서 그들의 위대함을 표현하며 "뭐가 잘못이냐"라고 되물었을 때 현진건 작가는, 꿋꿋히 조선인들이 처한 상황을 글로써 표현했다. 그 때문에 그는 죽을 때까지 궁핍한 생활을 해야 했다.
그가 마무리 하지 못한 책(흑치상지, 1939, 미완성작) 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나들이』
아기를 낳았으나 키우지 못한 엄마가 3개월에 한 번씩 아이의 생존을 확인하고자 생존을 알려주는 데스크로 가는 내용이다. 생존했다. 죽었다. 와 같이 간결하고 간단한 답만 들을 수 있으나, 궁민들이 많았던 그 시기이면서 스스로의 가족도 지켜내지 못했던 한 엄마의 이야기를 그렸다.
『술 권하는 사회』
어째서 사회가 술을 권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술을 권하는 사회에서 언제부턴가 알코올 냄새를 풍기며 들어오는 남편을 바라보는 아내의 시선을 담았다.
『조국』
단편집의 절반을 차지하는 분량을 가진 조국, 라펠은 사랑에 빠지지만 결국 남에게 잡혀가는 존재로 남는다. 서사의 시작은 헬렌이라는 여성과 사랑에 빠진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빠스카라는 말을 타고 아름다운 헬렌을 보러 갔다가 (물론 부모님이 모르게) 빠스카가 길가에서 만난 이리떼와 만나 장렬히 전사한다. 이로 인해 집에서 쫓겨난 라펠은 여기저기 휘리 돌며 위험한 고비를 몇 차례 넘긴다. 누군가의 보살핌으로 살게 되지만 산적처럼 보이는 거지 꼴에, 결국은 붙잡혀 가는 처지가 된다.
『까막잡기』
학수와 상천의 이야기를 그렸다. 음악회와 같은 문화를 즐기려던 그들은 짐짓 의미없는 사람들의 행동에 스스로 생각한 의미를 부여하기도 하는데, 결국 스스로의 본 모습을 보고는 뜨악하고 놀래며 소설이 마무리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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