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할 수 없는, 알 수 없는 '나'라는 삶.
2025년 연 초, 나의 화두는 바로 "나 자신"이다.
또 다시, 버릇처럼,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절박함과 위기감은 내 스스로를 위험하게 만들고 있다. 마음만 조급한 상태로 일을 하다 보니 마음은 더욱 더 급해진다. 오후가 되면 이미 녹초가 되고 남는게 없다고 느낀다. 오전에 생각했던 To do 리스트는 그대로 남아있고 이불 속으로 꾸역꾸역 들어가 잠들어버린 나는, 이튿날 아침 괴로워하며 일어나는 하루를 반복해 시작한다.
이것이 벌써 1월 중순이 지나가는 지금 시점에서야 깨닫게 된 건 어쩌면 이 책 덕분이 아닐까 싶다. 오늘의 서평은 법정 스님의 『진짜 나를 찾아라』 다.
마조 스님이 젊었을 때 남악회양 선사 문하에서 좌선하고 있었습니다. 하루는 선사가 물었습니다.
“무엇 하고 있느냐?”
“좌선하고 있습니다.”
“좌선은 해서 무엇 하게?”
“부처가 되려고 합니다.”
이튿날이 밝았을 때, 선사는 마조가 좌선하는 앞에 가서는 벽돌을 갈았답니다.
“스님, 무엇 때문에 벽돌을 갈고 계십니까?”
“거울을 만들려고 한다.”
“아니, 벽돌을 갈아 거울을 만들다니요? 그 무슨 괴이한 말씀입니까?”
“그래? 그럼 앉아만 있는다고 부처가 될 줄 알았더냐?”
이 말씀에 젊은 마조는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자신이 생각할 때는 최선의 수행이라고 믿었던 것이 허상일 수 있음을 깨달은 것이지요.
“스님, 그럼 어떻게 해야겠습니까?”...
“소수레가 움직이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해야겠느냐? 수레에 채찍질을 해야겠느냐, 아니면 소를 몰아야겠느냐? 선은 앉거나 눕는 것과 상관이 없는 것이며, 가만히 앉아 있는다고 부처가 되는 것도 아니다. 집착이 없는 것, 그리하여 취하고 버릴 게 없는 것이 진짜 선이다.”... "진짜 나를 찾아라" 중에서
사람은 모두 비슷한 삶을 산다고 생각하면서도, 가끔 툭툭 나오는 타인의 까칠함에 짜증이 치솟는다.
그들 입장에서야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독촉과 재촉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면서 발생되는 불가피한 스트레스이겠지만 그것이 나에게 전해져 오는 순간 짜증으로 변모해버리는 것이다. 웃으며 대해줬더니 갑자기 쓰레기 버릴 것처럼 툭-하고 넘어오는 짜증에 어찌 해야 할 바를 모르고 얼굴이 붉그락 해지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건 꽤나 오래 되었다.
한 편으로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을, 내 근처 누군가에게 물어볼 때 느껴지는 얼굴의 홍조는 아마도 질투겠지만, 마찬가지로 아닌 척 하며 살아내는 것 또한 꽤나 오래된 일이다.
탐욕과 증오와 무지는 그 자체가 독성을 지니고 있어서 주위에 해악을 끼칩니다. 하지만 이 세 가지 독성은 우리의 의지와 노력으로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습니다. 탐욕은 베풀고 나누는 일을 통해서 극복할 수 있고, 증오는 넓은 사랑으로 극복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무지는 차디찬 지식이 아닌 따뜻하고 밝은 지혜로 극복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이 세상이 암담하다 하더라도 우리는 좌절할 이유가 없습니다. 바로 이런 극복의 길이 있기 때문입니다.... 책 중에서.
꽤나 괜찮은 삶을 살고 있다고 웃으며 말하다가도, 어느 샌가 주먹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를 이해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로 순간적인 사건들로 인해 내 삶은, 하루는, 일상은, 버려지는 모래같은 느낌이 든다.
타인을 향한 질투, 그리고 증오와 내가 다 알고 있을 것이라는 무지의 세계에서 비롯된 이 일들은 나로 하여금 내가 만든 불지옥 속으로 나를 밀어넣고 있는 것이다.
질문을 멈추어야 비로소 해답이 나옵니다. 침묵을 지켜야 답이 들리기 시작합니다. 답을 얻으려면 침묵이 필요한 것입니다. 요즘처럼 어지러운 세상, 시끄러운 소음에 묻혀서는 답을 얻기 힘듭니다. 침묵이 드물기 때문입니다. 침묵은 깊은 무게를 지니며, 그 무게 속에 우리가 필요로 하는 답이 담겨 있습니다....
법정 스님의 "진짜 나를 찾아라"
법정 스님의 책을 읽고, 나서 요즘은 헤르만 헤세의 <삶을 견디는 기쁨> 을 읽고 있다.
두 권의 책이 무거운 내 마음의 짐과 스스로 용납할 수 없었던 그 무언가들을 내려놓는데 큰 도움을 줄 것 같아 기대가 되고, 고맙다. 아마도 사람들이 그들을 사랑하고 존경하는 건, 이미 그들이 겪어온 풍운의 삶을 내가 따르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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