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의 기억/우리나라

캠린이의 노지캠핑 : 생애 첫 노지 차박 (서울 근교, 경기)

올라씨 Elena._. 2023. 11. 3.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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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린이의 노지캠핑 : 생애 첫 노지 차박. 성공? 실패? 

캠린이.. 캠핑 어린이라고 쓰기 전에 살짝 고민이 됐다.

어린이가 아니라 유치원생일수도 있고 영아, 아가일 수도 있는데, 캠아가가 맞는 말일까? 

제목을 몇 번이고 썼다 지웠다를 반복했다. 하지만 선뜻 결정이 되지는 않는다. 

 

다음 번엔 캠아가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살며시 해본다.  

아직 스스로 캠린이라는 이름을 붙이기는 부끄러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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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캠핑을 가기까지, 3년.

생애 첫 노지 차박..캠핑.... 을 해보고 싶었다. 3년에 차를 사기로 결정한 것도 오로지 '캠핑' 때문이었다.  차를 살 때 SUV를 사야겠다고 마음 먹은 이유도 오로지 캠핑때문이었다. 물론, 산타페를 주로 몰아서 SUV에 대한 로망과 높은 차체에 대한 편안함도 있었다. 그렇지만 이 글은 캠핑에 대한 글이므로.... (사실은 99% 였을지도. ) 그렇게 소형 SUV를 사기로 하고 알아봤다. 코나는 뭔가 아쉬웠고 시승할 수 없었으며, KIA에서 나온 셀토스 또한 예약이 밀리고 시승할 수 있는 곳이 근처에 없었다.  아이오닉은 전기차라는 것이 내심 걸렸다.  나의 선택을 받은 건 쉐보레의 '트레일 블레이저.' 너였다. 

 

어찌됐든,  3년 전에는 이미 캠핑을 하는 사람들(캠퍼)가 많았고, 지인이 캠핑을 가기 위해 산 소품과 갖가지 가재 도구들이 부러웠다. 아기자기하고 예쁨이 가득한 준비물에서 나는  설레임을 느꼈다.  그렇게 일 년이 지나고 한 겨울에 글램핑을 가봤는데 너무 추웠다. 그렇게 기억 속에서 캠핑은 잊혀지는 듯 했다. 

 

그러다 작년 10월, 강아지를 입양했다. 나의 댕댕이는 매일 산책을 해야했고, 나도 모르게 움직이고 있었으며 하루에 15천걸음 이상을 걷는 중이었다. 6개월 이전에 사회화가 필요하다고 해서 나름 다양한 인간세상을 알려주기 위해 노력했지만 부족함이 느껴졌다. 그러다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를 고민했고, 해답은 캠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토캠핑장을 가기에는 캠프정감 오픈 초기에 옆집에 피해를 준 것만 같은 생각이 들어 조심스러웠다. 전기가 있어서 캠핑을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었지만 밤에 짖는 것이 문제였다. 노지캠핑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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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노지 캠핑 : 

언젠가 버스를 타고 바닷가 종점까지 왔던 나는, 차박지를 고민하다 문득 이 곳이 생각나 1시간 정도 차를 끌고 해당 위치에 도착했다. 뜬금없지만  생애 첫 노지 캠핑이라니 설렜고 한 번도 텐트를 쳐본 적 없는 내가 과연 가능할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캠핑 용품 다 사놓고 무슨...이런 고민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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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숙박 위치 

위치 : 경기도 화성 섬 인근.

일정 : 1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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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지캠핑 캠핑 준비물 

차량 : 트레일블레이저

텐트 : 아이두젠 A3 + 투어링 패키지

그 외 준비물

: 메이튼 의자, 댕댕이 음식, 고기, 아이스박스, 생수, 쓰레기봉투, 일반 매트, 목줄, 풉백, 젓가락, 차충매트, 침낭 2개, 일회용 그릴, 랜턴 2개, 그리고 핫 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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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지 캠핑의 시작과 준비 

 

여기에 텐트 깔아도 되는거 맞아? 라는 생각이 들 때쯤 차들이 하나 둘 오더니 금지 구역으로 들어가고 한 부부는 풀 숲에서 나오고 길은 울퉁불퉁하고 아, 여기가 노지구나 싶었다.  일몰이 찾아오고 점점 하늘이 어두워지는데 나는 첫 캠핑이라 이래도 되나, 여기서 자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더욱 나를 무섭게 한 건 깜깜하고 아무것도 없다는 것. 전봇대를 비롯해 어떤 불빛도 없었고 나의 차 또롱이의 쌍라이트와 캠핑 랜턴, 그리고 핸드폰의 액정 빛. 그것이 전부였다. 

 

고민을 하다가 아, 밥이 없지 생각하고서 20분을 다시 달려 햇반과 따뜻한 커피, 그리고 탄산수(맥콜짱)를 사왔다. 고기를 먹으면 탄산을 먹어아햐는데 없다니 이런 낭패가... 사이다는 먹기 싫으니 맥콜로 했다. 소맥을 한 잔 하고 싶었지만 혹시 차를 빼야 할 수도 있으니 조심한다고 술은 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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댕댕이의 우다다

우리 댕댕이는 뛰노는 걸 좋아한다. (어떤 댕댕이가 싫어하리....!! ) 밤이 어둑어둑해지기 전에 도착하자마자 한 컷 찍어보았다. 노지라 그런지 풀도 많고 벌레도 많을테고 그렇지만 해충방지(안티버그) 옷을 입었으니 문제없지! 라고 생각하며 목줄을 잡고 한 두바퀴를 돌고 나서, 충분히 냄새를 맡게 하고 댕댕이에게 시간을 주었다.

 

사실 솔캠이 가장 무서운 것은 어두운 밤 혼자서 캠핑한다는 사실일테다. 어떤 위험이 닥치더라도 준비가 없다면 나에게만 괴로운일이 발생될 수 있어서 굉장히 조심스러운 결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나마 솔캠을 도전할 수 있는건 댕댕이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낯선 소리, 낯선 이미지가 보이면 짖는 내 새끼 덕에, 나는 조금은 안심할 수 있었고 더욱 편안한 캠핑을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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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지의 풍경

나이가 들었는지 나에게 자연은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예쁘고 뭐라 형용할 수 없지만 보고 있으면 멍때리게 되고 자연 속에서, 자연을 경험하는 것 1분, 1초가 더욱 고맙다. 

 

사진이 예쁘게 나오지 않았지만, 저 사진들을 보고 있으면 왜인지 모르게 그때의 기억이 가슴 안 쪽에서 울렁거리고, 마음이 묵직해진다. 사람은 없고 자연 그대로, 자연을 벗삼아 생활한다는 건.. 축복받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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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지 캠핑, 성공인가 실패인가.

제목에서 언급했지만 반은 성공, 반은 실패했다. 아이두젠 A3의 데크 고정 과정에서 망치로 두들겨봤지만 고정팩이 박히지 않았다. 결국, 바람이 많이 부는 위치라 텐트는 다시 고이 접어 가방에 넣고 차에서 자기로 했다. 차충매트와 침낭을 깔고 매트와 침낭 사이에는 핫팩을 구겨넣었다.

 

차 밖에서 느껴지는 추위가 차안에도 쌀쌀하게 느껴졌지만 핫팩이 따뜻해서 그런지 이불 속에 쏙 들어가 잠들었다. 새벽에는 줄곧 깼는데 아마도 무서움 때문이겠지. 그럴 때마다 잠에 푹 빠진 댕댕이를 꼭 안고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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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노지 캠핑의 꽃, 화로대와 고기 

집에서 오리 로스와 양갈비, 그리고 치마살을 사갔다. 뭘 먹고 싶을지 모를 때는 이것 저것 다 챙기는게 인지상정이다. 결국 가져간 고기는 모두 다 먹었고 1회 화로대라 오래 쓰지 못할 거란 걱정이 들었지만  2시간 정도 불이 올라와서 가져간 고기는 모두 잘 구워먹었다. 그러고 보니 소세지도 가져가서 구워먹었다. 그 날 몸은 추웠지만 배는 참 따뜻했다. 

 

쓰레기 봉투가 큰 게 없어서, 종이 뚜껑으로 담아 집에 와서 정리했다. 석쇠는 일회용이 아니라서 깨끗히 씻어 담에 쓰려고 보관해두었다. 나름 미니멀 캠핑을 꿈꿨지만 불판에 구워먹는 고기맛 때문에.. 미니 화로대를 주문했다. 다음에 쓸 일이 있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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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박의 아침. 

아침에는 조금 쌀쌀했고, 첫 노지 차박(캠핑..?) 이라 그런지 아침에 보는 풍경이 너무 좋았다. 밤에 춥게 잔 건 별로 생각나지 않았다. 그렇지만 온 몸이 뻐근했기에, 아 내가 집 밖에서 자긴 했구나.. 싶었다. 

 

해나 달은 참 찍기가 어렵다. 반사광과 빛번짐 때문에 대충 찍을 수가 없다. 하지만 나는 그냥 찍었다. 내 머릿속에서 생각나면 되니까... 그 장면을 나는 잊을 수가 없고 그걸 기억하기 위해선 사진으로 남겨둬야 한다. 

 

갈대 소리가 귀를 간지럽히고 금새 해가 차올랐다. 사람들이 없어서 평안한, 그리고 마음이 든든해지는 첫 차박, 애견동반, 노지캠핑이었다. 다음번엔 꼭 차박 텐트를 성공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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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지 캠핑 후.. 집으로 가는 길

1박 2일의 일정이었지만 댕댕이가 뛰어놀고 자유롭게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시간은 한 2~3시간 정도 였다. 그 외에는 일종의 경비를 서야 했을 테고 고기 굽는 냄새에 설렜을테고, 추운 날씨에 엄마와 차에서 잔다고 긴장이 풀어진 탓인지 그 다음날 차 안에서 뻗어버렸다. 곤히 잠든 내 아들래미..... 사랑해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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