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괴의 날 / 정해연 지음 / 시공사 출판
읽게 된 계기
2019년에 출판된 정해연 작가의 <유괴의 날>은 처음 접하게 된 것이 TV 였다. 윤계상과 무뚝뚝한데 시선이 자꾸만 가는 어린 아이. 제목도 유괴의 날이라는 게 내심 의심쩍었다. 근데 윤계상이.. 유괴범인가?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유괴범이란 스마트한(?) 느낌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도 않았다. 윤계상이 유괴범이라고...?
정해연 작가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지난 10일 읽은 소설 <못 먹는 남자> 였다. 못 먹으면 좋지 않나, 살도 빠지고 .. 라는 생각으로 주인공을 부러워했던 나는 주인공의 행동과 결정에 있어 아쉬움에 남았었다.
2023.10.05 - [책] - #90번째 독서리뷰. 소설 <못 먹는 남자>, 정해연 지음.
그럼에도 정해연 작가의 소설은 흥미진진했고 집중해서 읽기에 좋아서 다음번엔 <유괴의 날>을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드라마가 끝난 이후에서야 소설을 끝냈다. 처음에 몇 회를 보다가 마지막화를 보면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거야' 라는 스스로의 물음에 답하기 위해 소설을 집어 들었다.
결말과 줄거리
정해연 작가의 소설은 휴머니즘 소설일까, 아니면 추리소설일까 하는 의문을 가지고 있다. <못 먹는 남자>도 추리소설이긴 하지만 어느정도는 휴머니즘을 담고 있지 않나 생각했다.
드라마에서 확인 할 수 있듯이 결말은 생각보다 더 처참했다. 작가의 이야기(소설)의 완성도가 처참하다는 것이 아니라 극 중의 주인공들의 인생이 처참하다는 말이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야 하는데, 로희도 명준도, 희애도, 혜은과 철원도 모두 사람답지 못하게 살아서 그런지 슬픈 결말이었다.
티비로 드라마의 결말이 나왔기에 결말과 줄거리는 함께 적는다. 결말을 원하지 않으면 back 버튼을 누르세요. 명준은 혜은의 제안에, 소아백혈병을 앓고있는 희애의 밀린 병원비를 갚기 위해 로희를 납치할 계획을 수립한다. 그러나 인생은 뜻대로 되지 않는다. 차의 번호판을 가리고 그 집 앞으로 간 찰나 어린 아이를 치게 되고 이 아이의 얼굴을 보는 순간 명준은 아차 싶다. 하지만 납치를 미룰 수는 없어 데리고 산 속으로 간다.
말이 돼? 애가 유괴당했는데 전화 안받는 부모가 이딨어? 17/167p
로희는 기억을 모두 잃었다. 명준을 아빠로 생각하기에는 믿을 수 없는 집의 꼬라지이지만, 조금씩 명준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그러나 로희의 부모는 이미 죽임을 당한 상태여서 명준은 살인자로 몰려 도망치는 신세로 전락한다.
한 편 살인 사건과 실종사건을 수사하던 경찰 상윤은 사실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로희의 엄마가 아빠로부터 살해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럼 아빠는 누가 죽였을까 하는 의문함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결론적으로는 로희의 아빠는 유전자 조작을 위해 친 딸에게 갖가지 치료 방법을 불법으로 자행하고 그 과정에서 로희의 팔을 비롯한 몸은 엉망 진창이 되었다. 로희가 천재인 이유도 아버지의 불법 연구 때문이었다.
열한 살짜리가 지시하면 서른여덟 살의 남자가 이행했다. 119/167p
로희의 아빠, 진태로부터 본인의 집에 설치되어있던 CCTV 를 제거해달라는 요청에 철원은 응했지만, 사실 관계를 파악하던 상윤은 이것이 진태의 요청이 아니라 철원의 머릿속에서 나왔음을 알게 된다.
여자는 상윤에게 방석을 내주었다. 소파는 없고 거실 한가운데에 긴 나무 테이블이 놓여있었다. 상윤이 앉자 그녀가 맞은편에 앉았다. 상윤은 21일 설치를 받은 날의 이야기를 물었다. 99/167 p
그렇게 세상은 돈으로 유전자를 살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진태의 불법 연구에 거금을 투자했던 투자자들은 모두 3살 미만의 아이를 키우고 있었고 진태는 이를 이용해 거금을 간접적으로 갈취, 부자가 되었다. 진태가 와이프 진유 사이에서 태어난 친딸 로희에게 온갖 불법 의료행위를 할 때 매번 반대하던 진유는 결국 진태에게 살해당하고, 70도의 고온을 유지시키며 와이프의 사망 추정시간에 혼선을 줌으로써 수사에 어려움을 겪게 한다.
상윤과 혜은은 결혼했던 사이. 거기서 태어난 희애는 누군가로부터 결제된 돈으로 치료를 받게 된다. 5천만원에 달하는 병원비를 지불한 이는 철원. 그의 아내가 죽을 때 받았던 보험료다.
리뷰를 마치며.
사람에게 있어 존중해야 할 가치는 생명 뿐이 아닐 것이다. 요즘 들어 더욱 내 마음을 짓누르는 사실은 '사실은 사실이 아닐수도 있다'라는 문장이다. 물론 직장생활에서 느끼는 것이지만 어떠한 일이 생기고 그것의 결과가 어떻든지 간에 과정만을 보고 남에게 손찌검을 하는 사람도 있고, 무조건 마음에 안든다며 삿대질을 하고 상대방을 비하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유괴의 날>은 추리소설이긴 하지만 사람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하나하나 확인해야 속이 시원한 상윤의 성격과, 그로 인해 밝혀지는 이야기는 삶의 결말이 '권선징악'이 아닐 수도 있음을 알려준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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