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이제 시작이다

   누군가의 초상화를 그린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고양이가 바닥에 그려져 있는 자신의 초상화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것처럼 말이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남의 돈을 번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조차 나에게는 꿈이 없었다. 나에게 꿈은 몇번 바뀌었고 상당수가 어떠한 노력 없이 정말 '말'뿐인 꿈이었다. 일종의 허상이었달까.

  그런데 경영학, 경제학, 심리학, 교육학을 전공하지도 않은 내가 HRD 전문가가 되겠다는 꿈을 가지게 되었을때, 많은 사람들이 걱정했다. 아니 만류했다. 이를 테면, "인사 담당자가 되면 버는 돈 얼마 안돼.", "그냥 전공이나 살리지 그래? 너네 전공쪽은 사람이 없어서 난리라던데?" 가 대표적인 이유였다. 나는 내 적성 검사 결과지를 보여주며 사람들을 설득하려 애썼지만 그들의 마음은 좀처럼 바뀌지 않았다. 어떤 이는 이제까지 네가 그랬듯 너의 꿈이 금방 바뀔거라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지날수록 내 꿈은 윤곽이 잡히고 있었다.  비전공자가 그 곳의 장벽이 높다는 이유를 들어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공부를 하고자 노트식의 블로그를 만들었다. 글을 썼고, 쓰면서 공부를 했으며 HRD 전문성이 열정으로 대신될 수 없음을 알기에 전문성을 키우기 위한 나만의 방법이었다. 

  첫 발걸음을 뗀 것 같다. 어쩌면 늦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오늘, 나는 불합격 통지를 받았다. 일하던 중간에도 몇 번을 다시 꼼꼼히 읽었다. 그러면서 정신이 번뜩 들었다. 지금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 부분이 자만임을 깨닫게 된 것이다. 어제 블로그 포스팅이 갑작스레 멈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내 글들을 되돌아보니 전문성이 없다. 아직은 초보수준이라는 결론.

  오늘 내가 하고 싶은 "HRD"라는 단어하면 떠오르는 것들을 적어보았다.

인사 /  자아 / xy이론 / OJT / 제프리페퍼 / 사람이 경쟁력 / 성과관리 / 노무 / 기업의 재산

기업의 성공 / 노사관계 / 기획력 / 인사관리 / PT능력 / HRD / HRM / 서비스 / 성찰 / 연구

교육 / 혁신과 보수 / 인.적.자.원 / 인사기획 / 인재개발 / 경영자의 가치관 / core value

조직 / 감시와 통제 / 자유와 방임 / 조정자 / 컨설팅 / 교재개발 / 커리큘럼 / ASTD / 학습촉진

인간에 대한 탐구 / 적재적소 / 배치 / 경영혁신 / MBO / 역량 / 배치 / 교육 / 심리 / 직무분석

이 정도다. 여기까지 단어를 나열해놨을 때, 어디선가 노래가 흘러나왔다. 

맨 주먹 정신 다시 또 시작하면
나 이루리라 다 나 바라는대로

(...)

산속에도 저 바다속에도
이렇게 행복할 순 없을거야 랄랄랄라
구름타고 세상을 날아도
지금처럼 좋을 수는 없을거야 울랄랄라

모든게 마음 먹기 달렸어 어떤게 행복한 삶인가요
사는게 힘이들다 하지만
쉽게만 살아가면 재미없어 빙고

(...)

  그리고 펜을 놓았다. 아무래도 나는 이러한 실패와 의기소침을 즐기는 것 같다. 앞으로 더 발전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조차 소중한 경험이고 내 재산이 되겠지. 어떤 분의 말씀대로 1승만 하면 되는거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