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만인가, 두 달 만인가,
삼성에서 무료책으로 제공하는 책을 제외하고, 내 돈으로 책을 산게.
매번 책을 살 때는 장바구니에 가득 넣어놓았다가 스트레스 받을 때면 돈을 쓰기 위해 방문하는 교보문고.
장바구니에 책들이 한데 모여있다보니 이 책을 왜 장바구니에 넣었는지 사뭇 기억이 나지 않는다.
오늘은, 책에 대해 처음으로, 장바구니에 넣어 구매하게 된 나만의 이유를 기억하기 위해 적어본다.
일종의 기대평이 되겠다.
1. 소설, 스트레스 받을 때는 짱이지.
그래서 선택한 책이 <종의 기원>, <적막한 폭발>, < 동트기 힘든 긴 밤> .
정유정의 <28>은 실물로 사서 몇 번이고 반복해 볼 정도로 임팩트가 있는 즐거운 소설이었다.
<적막한 폭발>, <동트기 힘든 긴밤>, <잘못된 장소 잘못된 시간> 은 우중충한 책 제목에서 오는 분위기가 지금의 나와 비슷했으므로, 장바구니에 있는 걸 카드와 함께 맞교환 했다.
스트레스 받을 때는, 길의 방법을 찾을 수 없을 때는, 소설이 최고다.
2. 나이를 먹을수록 지치는 인간관계, 해답을 찾을 수 있을까.
나는 말이 많다. 최근엔 적게 하려고 노력하지만, 말이 많을 때는 주로 내가 "폭발" 했을 때다.
팀원의 일에 관심이 없는 상관 혹은 그 위의 사람들로부터 "보고 안했지?"라는 말로 위협을 받을 때마다 나는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말로만 하는 것은 일이 아니라, 결국 모든 일은, 회사에서 이뤄지므로 공적이어야 하고 증거가 남아야 한다.
그런 나를 보며 답답하다, 꼭 받아야 겠냐 라는 질문을 하는 사람도 더러 있었지만 그럴 수 있지 라는 답으로 커버하기 어려운 상황이 최근의 나에게 있었다. "기억이 안나는데?" 라는 말로 나의 구두 보고가 마치 없었던 일인 것처럼 얘기했던 것이다. 그리고 나는 질문을 이어 받았다. "그래서 니가 한 게 뭐 있는데?"
맞다이로 "그럼 넌, 한게 뭐가 있는데?"라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할말하않) 참아야지 했다.
사고가 생기면 함께 일하는 사람의 얘기를 듣기보다 타인, 외부의 얘기를 듣고 나서 일이 아닌, 감정이 섞인 말로, 무시하는 발언을 들으면 기가 찼다.
반대로 "아, 그랬구나, 속상했겠어. 미쳤구나"와 같은 공감대 형성도 없이 짐짓 기억나지 않는 얼굴로 나를 쳐다보고, 의미있는 말보다 의미없는 말을 더 많이 하는 경우에는 정말로 이게 사람인가 싶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계속 도전한다. 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인성에 비해 잘 풀린 사람>은 프리랜서를 비롯한 다양한 직업군을 가진 작가들이 소설처럼 단편으로 이뤄진 글을 주기적으로 발행하고 있는데 제목 자체가 마음에 끌렸다. 나의 울분을 들어줄 책이 아닐까/
<말하지 않으면 인생은 바뀌지 않는다> 는 일정 부분은 공감되면서도, 나머지 반은 반감이 생기는 제목 때문에 소장을 해보려 마음먹었다. 말하지 않으면 인생이 바뀌지 않지만, 말한다고 해서 인생이 바뀌는 건 아니었으므로.
어쨌든 말을 하는데, 인생이 바뀌지 않는다면, <말하지 않으면 인생은 바뀌지 않는다> 라는 메인 카피를 가진 이 책을 읽어봐야했다. 도대체 어떻게 말해야 할까 잘 풀리는 걸까. 하면서
<협력의 진화>는 이기적인 세상에서 협력을 시도하는 방식에 대한 책이다. <이기적 유전자> 의 저자인 리차드 도킨스가 추천사를 썼으며 그 때문인지 더욱 기대되는 책.
3. 나 스스로를 영업해왔던 과거를 청산하는 길.
어떤 상황에서도, 타인의 목소리와 말, 행동에 의도를 엿보며 눈치껏 살아왔는데, 그러다보니 번아웃이 잦았다. 왜 자꾸 번아웃이 찾아 오나 생각했더니, 이 이유가 가장 컸다. 다른사람들은 눈치껏 자리를 지키면서 딴 짓도 많이 하고, 스스로를 케어하며 시간을 보냈는데 나에게는 일하는 8시간은 그냥 일하는 시간이었다. 일하고 나에게 남는 시간이 있었느냐고?
대답은 NO.
하지만, 퇴근 후에도 머릿 속은 여전히 일하는 시간이다. 머릿 속을 떠나지 않는 끝없는 일과의 속에서 나는 매번 내 자신을 소모하고는, 나에게 찾아온 아픔과 고통은 남 탓으로 돌렸다.
이제는, 항상 나를 영업해 좋은 사람인 것처럼 꾸미고
그러한 상황으로부터 스스로를 질책하기보다 남을 힐난하거나 쓸데없는 시간을 보냈던.. 무의미한 소모전을 멈춰야 할 시간이다.
4. 나는 펫시터, 강아지와 함께 살아가는 반려인이다.
주의깊게 살아가고 있다고, 함께 살아가고 있다고, 잘 가르치고 있다고 생각하다가도 갑작스레 강아지의 행동과 짖음에 당황하기 일쑤다. 클리커 교육이 필요없다고 생각했으면서도 가끔은 스스로의 결정에 의문을 품는다. 말을 못하는 강아지의 의견이 듣고 싶은데 알 수가 없으니 답답해 그러는 것일게다.
간만에 강아지와 관련된 책을 선택했다. 반려인이라면 누구나 펫시터가 되어야 한다는 리뷰를 보고 맞아. 그렇지. 하고 장바구니에 넣어놨던 책이다.
기대평과 함께..
인스타였을 것이다. "책을 읽고, 어려운 순간이나 고난의 순간에 (결정의 순간에) 내가 읽은 책들의 저자가 나의 뒷배경이 된다고 생각해봐라". 캬, 이 멋진 말을 누가 했는지 지금도 가슴이 설렌다. 작가들이 내 편에 서있다는 생각만 해도, 위안이 되고 뭐랄까,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는 기분이다. 나는 또 다시, 내 인생의 올바른 결정과 후회없는 결정을 위해, 저자들을 내 친구로 삼을 독서를 시작해본다.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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