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청소년 소설 <시한부>의 서평을 남긴 적이 있다. 그 때 느꼈던 감정을 다시 한 번 설명해보자면, "나의 청소년기를 아직 나는 경험해보지 못했구나" 이다.
나는 아직도 전혀 예측하지 못한 사건이 터질 때면 심장은 벌렁거리고 자동차가 빵빵거리며 나에게 달려오는 상상을 한다. 빨리 피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부딪힐 때의 통증과 상처가 예상할 수 없어 심장 박동은 이내 최고점을 찍는다. 덕분에 나는 매 번, 매 순간, 매 시간, 매일을 긴장 속에 살아서 저녁이 되고, 잘 때가 되면 이미 졸도하기 전의 상태가 된다. 말 그대로 숨 막히는 하루를 매일 보내는 것이다. 예상하지 못한 것은 하나 더 있는데, 매 순간을 긴장하며 보내기 때문에 누군가가 갑자기 지나가거나, 문이 열리거나, 내가 인식한 상태와 다른 존재로 느껴지는 순간 나는 소리를 지른다. 아, 깜짝이야.
나의 현재는, 내가 겪은 청소년 시기를 토대로 이뤄졌으며, 과거의 나에게 일어났던 일들이 충격적이면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들이 나에게도 역시 있었다. 나도 기억나지 않는 사건으로 상처를 입어 중환자실에 입원한 사례가 그랬고, 갑작스레 발생한 바람(외도)로 서로 다른 길을 선택하게 된 것들이 대표적이다. 때문에 나는 사람들이 일상적이라고 말하는 일생의 패턴에서 조금은 벗어나있다.
(정상적인 결혼을 유지하거나), (중환자실에 입원하고, 학교보다 병원을 간 날이 많거나 등등)
병원을 가느라 학교를 가지 못하는 날에는, 그리고 밖에서 햇빛을 쐬지 말아야 한다는 의사의 지침을 따르기 위해, 나는 집안에 있는 전집을 읽었다. 지금도 스트레스를 받으면 책을 읽거나, 배움이 필요할 때 독서를 하는 건 그런 이유일 것이다.
오늘은, 한국 소설이면서도 청소년 소설의 느낌이 물씬 나서 나의 청소년기를 되돌아보게 하는 소설. <너의 노래가 내게 닿을 때>의 서평이다.
- 저자
- 태화
- 출판
- 미다스북스
- 출판일
- 2025.02.13
소설 속 학생인 도윤은, 부모의 일방적인 싸움이 진절머리가 나있다. 싸움이라는 게 말이 싸움이지, 항상 집에 돌아온 아버지가 엄마에게 고래고래 소리지르며 밥타령을 하는 것이 사건의 전부다. 지겨워진 그의 일상에 친구인 아람이 한 결 고운 바람을 불어 넣는다.
아람과 함께 덕질이라는 걸 하게 된 도윤은 지겹다 못해 지쳐버린 그의 일상에서 휴식이라는 걸 만나게 된다. 하지만 끝까지 모른채 하려던 엄마는 (아마도 아니었겠지만) 결국 도윤에게 호통을 치고 만다. "학생이 공부를 해야지". 도윤의 힐링이 소설 끝까지 유지되면 좋았겠지만 안타깝게도 그의 소원은 이뤄지지 않는다. 그러다 도윤이 힘을 얻게 도와준 '아이돌; '리안'이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고 만다. 도윤이 좌절에 빠질 때, 아람은 괴로움에서 이겨내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고자 한다.
사실 우리 모두 이런
고민을 해본 적이 있잖아요
처음 책의 후기에서 작성했듯이, 나는 나에게 닥친 일들이, 나에게만 일어나는 일들이라 생각했다. 그러다 괴로움에서 이겨내기 위해 목숨에 대한 하찮은 도전을 할까 고민한 적도 있었고 책에 파묻힐 때도 있었다. 우울증일 땐 병원을 찾았고 무작정 술을 퍼먹다 장염에 걸리고 술병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때도 있었다.
신기한 것은, 이러한 경험들이 비단 나에게만 일어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이다. 얼핏 보면 달라보이지만 또 다시 바라보면 비슷한 경험을 한 우리는 항상 고민이라는 큰 파도에 휘청이고 난관에 부딪히며 스스로를 비난하고 힐난해 깊은 바다 저 밑에 가라앉혀질 것만 같은 동굴 속에 스스로를 가둔다.
완벽을 추구하다 지쳐본 경험
인스타, 페이스북 등 수많은 소셜 미디어 속에 존재하는 누군가의 완벽한 삶에 어느 날은, 갑자기 나만 괴롭고 우울하며 힘들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기도 한다.
누군가의 하루를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들다.
소설 <너의 노래가 내게 닿을 때>을 처음 접하고, '아이돌' 에 빠진 도윤을 바라보는게 내 시선에선 어떻게 느껴질까 잠깐 고민할 때가 있었다. 어린 시절 상처에서 회복하기에도 바빠 TV를 보고 아이돌이 나와도 크게 마음쓰지 못했던 시절이 있었기에 '아이돌'을 바라보는 내 감정 또한 마음의 쓸모를 느끼지 못한 탓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 <너의 노래가 내게 닿을 때>를 읽으며 마음이 따뜻해진 이유는, 어떤 배우의 목소리로 인해 (이상하게도) 공연이 끝난 후 후련해진 내 마음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어떤 배우의 침 튀기며 말하는 목소리에 집중하고 있으면 나 또한 악마가 되었고, 어떤 배우의 노랫 소리를 듣고 있자면 사람들에게 "너희 들 탓이라며" 말하고 싶은 내 마음을 알아주기라도 하듯 통쾌함이 마음 속에 스며들었다. 뮤지컬이, 연극이, 영화가, 내 마음 뿐만 아니라 내 하루를 더 따뜻하게 만들었다.
비단 '아이돌'이어서가 아니라,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누군가 (혹은 무엇인가)가 있다면 그것 만으로도 이미 살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걸, 작가 태화가 알려주고 있다.
괴로움에 휩쓸릴 때면, 나는 뮤지컬을 예매한다.
그리고 책을 읽고, 글을 쓴다.
그것이 누군가에게 조금이나마 따뜻함을 줄 수 있다면, 하루를, 아니 한 시간 동안이라도 잠깐 내 마음을 전달할 수 있다면, <너의 노래가 내게 닿을 때> 같은 소설은 항상, 언제나, 대환영이다.
'Los libros 1112' 카테고리의 다른 글
25-10. 영화화된 소설 『미키7』 서평 (0) | 2025.03.31 |
---|---|
25-09. 소설 『붉은 낙엽』 서평 (0) | 2025.03.28 |
25-07. 박서련 소설 『몸몸』 서평 (2) | 2025.03.21 |
25-06. 독일 에세이 헤르만 헤세의 『삶을 견디는 기쁨』 서평 (0) | 2025.03.19 |
25-05. 소설 오디오 북 『스토너 』 서평 (5) | 2025.03.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