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의 무게/산문집

[실패지도] 지루하고 무료한 추석 어느날.

올라씨 Elena._. 2014. 9. 8.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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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손인 남자친구는 추석이라 친척집에 갔다. 덕분에 명절이면 집에서 뒹굴뒹굴하는 나는 오롯이 혼자가 된다. 일상처럼 반복되는 엄마와의 전부치기를 비롯해 빨래, 설거지 등 집안일이 자연스레 내 차지가 된다. 평소에는 일하느라 내팽겨치던 집안일이 신기하게도 부메랑처럼 돌아온다. 

 

이번 추석도 그랬다. 유난히 연휴가 긴 이번 휴가에는 여권사진을 찍겠다 다짐했건만, 씻기가 귀찮아 밖으로 나가지않고 집안일만 하며 낮잠도 퍼질러 자고 먹고 싸고 하는 일이 다반사. 오늘이 월요일이니 화, 수 이틀만 지나면 다시 직장으로의 회귀다. 지금은 지루하기만 한 오늘도 출근하는 목요일이 되면 아쉬움에 입맛을 쩍쩍 다시겠지. 주 3회 병원을 다니는 우리엄마는 월요일 아침부터 병원을 나설 채비를 했고, 나는 역시나  집에서 뒹구르르. 오늘 아침에도 긴가민가했다. 오늘이 가기는 갈까.

 

봄, 가을이면 동물이 털갈이를 하듯 내 손도 일종의 털갈이를 한다. 살갈이라고 하는게 더 정확한 표현일지 모르겠지만 피부가 벗겨지고 벗겨지는 두 차례의 고난이 찾아온다. 그 고난을 견뎌내면 다시 아무렇지도 않게 내 피부는 정상인들의 그것이 된다. 하지만 이번 가을은 달랐다. 폼클렌징을, 화장품을 바꾼 것도 아니고 굳이 다른 것을 찾아내라면 핸드크림이 전부였는데 이 핸드크림 탓이었을까. 내 피부는 쩍쩍 갈라져 피부가 하얗게 뜨고 벗겨지기 시작했다. 회식 때 자리잡은 직장동료들이 기다리는 것도 잊은채 급한 마음에 병원을 찾았다. 

 

'주부습진' 웬만하면 집안일도 잘 안하는 내한테, 주부습진이라니.. 스테로이드가 들어간 연고와 스테로이드 기능이 있는 약을 3일치 처방해줬다. 일단 3일치라고 약을 처방해주던 의사는 성형외과를 같이하는 의원같은 느낌의 병원에서 원장같은 포스를 하고 앉아있었는데 환자가 와도 어리둥절 쳐다보는 간호사(혹은 간호조무사)들을 보니 화상흉터를 수술하고자 병원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여기는 아니라는 생각이 곧바로 들었다. 지난주 목요일이었을까. 처방받은 연고와 하루 3끼 모양새가 다른 약을 복용하고 지난 지금, 내 습진은 전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스테로이드는 되도록이면 쓰지않겠다는 내 다짐을 무너뜨릴 정도로 심한 증상이었지만 병원에서 잃은 신뢰는 더이상 연고와 약을 처방받으러 그 병원에 가지않겠다는 결심만 제대로 섰다. 

 

아이쇼핑이나 하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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