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의 무게/우울증

나에게 주는 작은 위안, 오은영 박사의 “화해”

올라씨 Elena._. 2021. 11. 16.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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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 - 부웅 -.
어수선하고, 불안하고, 무엇이든 일에 손에 안잡혔다.
붕 뜬 기분이 계속 되버려서
가계부도 주식가계부도 아예 쓸 생각이 들지 않았다.
생각 없이 할 수 있는,
그냥 자동적으로 하게 되는 거.
그걸 열심히 하는 수 밖에.

'상처 받은 내면의 '나'와 마주하는 용기' 라는 책표지 설명에 눈이 번쩍 뜨였다.
생각보다도, 더욱 많이.
내 스스로가 상처 받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는지,
내 손은 이미 책을 펼치고 있었다.


가지 않은 길은 그리워하지 마세요.
잠시 스치듯 상상해 볼 수는 있지만,
지금 ‘내’가 서 있는 이 길이 최선일 가능성이 큽니다.
선택의 순간,
내’ 세포 하나하나가 최선이라고 판단해서
선택한 길이기 때문이지요.
상황에 의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결국 인생은 대부분 자신의 선택입니다.
그리고 그 선택은
내 안에 나도 모르게 그려 놓은
‘행복의 그림’에 의해서 결정되었을 거예요.
쳇바퀴처럼 반복되는 일상에서
불현듯 허무감이 들 때는 자신을 들여다보세요.
선택의 순간마다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 <오은영의 화해> 중에서


* 나와의 첫번째 화해.
허허. 헛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문득 생각이 들었다.
아침을 먹지 않고 10분을 더 자면서,
나는 아침을 먹지 않음을 후회했다.
그리고선 다시 그 선택을 후회하며,
아침을 먹기 위해' 잠을 청했지만,
그 다음날 아침에도
나의 손에는 따뜻한 라떼만 들려있었다.
역시나 아침을 먹지 않은 상태였다.

아침을 먹지 않았다면
지금 이시간에 김밥을 사먹었으면 되었을 일이다.
머리를 감기 귀찮아 안 씻고 잤다면,
오늘은 감으면 될 일이고,
빈 속에 커피를 마셔 속이 쓰리다면,
남은 하루는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되는 것.
그걸로 끝인 걸,
행하지 않음에 후회하고 과거에 살았다.
내 스스로에게 미안했다.
과거의 삶에 살고 있는 내 사진이, 현재의 행복을 찾지 않고 얽매여 있어 미안했다.
*

자동차 키를 자꾸 잃어 버려서 미치겠다고 했습니다.
다른 물건은 잘 안 잃어버리는데,
자동차 키는 벌써 몇 번째인 줄 모르겠다고요.
제가 그 남자에게 물었어요.
차 키 말고 다른 것도 잃어버리세요?”
남자는 답했습니다.
“아니요, 절대 안 잃어 버려요.”
저는 또 물었어요.
“많이 괴로우세요?”
남자는 답했습니다.
“아니 뭐, 괴롭기보다는 돈이 좀 들지요.”
그래서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그럼 그냥 그렇게 사셔도 됩니다.”
오은영의 화해> 중에서


*나와의 두번째 화해.
어제 무엇을 먹었는지,
오늘 아침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버스를 타고 출근시간이 얼마나 걸렸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하루에 2L가 넘는 많은 물을 마신다고
자신감있게 말해놓고는,
막상 헤아려보면 물을 얼마나 마셨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그냥,
누군가의 질문에 '나는 물을 많이 마시는데.. 세보진 않았는데 ?"라고 답해도 되는 것이었다.
그냥 그대로 살면 되는거였다.
있는 그대로,
딱히 중요한 것도 아니었다.
1분, 5분, 1시간 전에 어떤 업무를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
첫 직장부터 쓰기 시작한 업무일지를 쓰면 그만이다.
업무일지 보면 되니까.
과거에 살면서, 현재의 나는,
과거를 기억 못하는 죄책감에 시달렸다.
근데 괜찮다. 그냥 이렇게 살아도.
2012년부터 시작한 나만의 업무 일지는,
2021년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업체와 미팅을 할 때 쓰기 시작한 프랭클린 플래너.
컴퓨터 앞에서 업무 처리하고
바로 써놓는 엑셀 업무일지.
찾는데 시간이 들지언정 모든 일을 찾아보진 않아도 되니까 그걸로도 충분하다.

그리고 의미 있는 사람이 ‘나’를 인정해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나’를 인정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내’가 ‘나’를 인정하는 마음을 ‘자긍심’이라고 해요.
그런데 이 자긍심은 ‘내’ 안에서 끝나야 해요. ‘

잠깐 멈추지 않으면,
깨어 있지 않으면 ‘내’가 아닌 세상 방식대로,
내가 배워 온 대로 그냥 휩쓸려 갑니다.
말의 폭탄 속으로 끌려들어 가지 않게 멈추고 깨우세요

한 번이라도 잠깐 멈춰서 생각해 보세요.
물론 처음에는 잘 안 될 거예요.
노력하는 와중에도 쉽게 옛날 패턴으로 돌아가서 뒤집어질 때도 있고 다 관두고 싶을 때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내가 나를 살리려면 앞으로 ‘내’ 인생의 흐름의 근간은 이렇게 가야 합니다.
- <오은영의 화해> 중에서



*나와의 세번째 화해.
나는 사람들에게 인정 받는게 좋았다.
어렸을 때 칭찬을 받지 못해, 나를 칭찬하면 버릇드니까, 칭찬하면 안돼. 라고 말해도
누군가의 입을 통해 칭찬을 들으면 기분이 좋았다.
입바른 소리여도, 저 말이 일부러 나에게 잘 보이기 위한 말임을 알아도 기분이 좋았다.

우울증에 걸려 너무 힘들었을 때, 나를 가장 힘들게 했던 건
남들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내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이었다.
나에게 손가락질 할 것 같은 사람들의 무표정속에서 내 스스로를 인정하지 못하고 그냥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3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치료를 받으면서 내가 알게 된 건. 내 자체로도 소중하다는 거였다.
너무나 쉽지만 내 입밖에서 나오지 않는 말이었다.
남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것으로서 나는 내 존재를 부정했다.
어렸을때부터 가져온 상처가 만들어놓은 굴레였다.

그래도 지금은, 친해진 사람. 가족을 통해 내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기 시작하면서
내 스스로를 파괴하는 폭탄의 크기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
그러기까지 너무나 힘들었고 자괴감에 빠졌으며 혼자 울기도 했고 분노를 이기지 못해 욕을 하기도 했다.

나는 타인으로부터 인정 받아야 살아가는 인생 같았다.
누군가의 꼭두각시였으며, 누군가의 마이크가 되기도 했다.
그러기에 내가 없었다.
이제는, 내가 원하는 대로 살고 있다. 조금씩 조금씩. 아주 조금씩.



속절없이 당했던 ‘나’와 화해하고, 이 사람들이 나를 망치면 어떻게 하지 했던 ‘나’와도 화해해야 합니다. 자신을 형편없이 생각했던 ‘나’와 화해하고, 자신을 비난했던 ‘나’와 화해하고, 자신의 나쁜 면에 진저리를 쳤던 ‘나’와 화해해야 합니다. ‘나’ 자신을 세상의 가장 초라하고 작은 존재라고 여겼던, 그래서 ‘나’는 어떤 것도 가질 수 없고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느꼈던 ‘나’와 화해해야 합니다. - <오은영의 화해> 중에서


그래요. ‘나를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아이가 왜 나에게 그런 말을 했을까?’를 궁금해하셨으면 합니다. 누구나 자신의 깊은 마음, 힘든 마음은 가장 가까운 사람, 의미 있는 사람에게 표현합니다. 아이도 그런 거예요. 아이가 어떤 상황에서 그 말을 했는지, 다른 사람도 아닌 나에게 그 말을 한 이유가 무엇일지 한번 생각해 보세요.

인간에게는 꼭 채워져야 하는 의존 욕구라는 것이 있습니다. 독립적이냐, 의존적이냐 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예요. 중요한 사람에게 조건 없이 가장 소중한 존재로 여겨지는 경험, 사랑이 필요할 때는 사랑을, 위로가 필요할 때는 위로를, 보호가 필요할 때는 보호를 받아야 하는 기본적이고 생존적인 욕구가 바로 의존 욕구입니다. 그런데 이 의존 욕구를 채우지 못하고 어른스러워야 했던 아이들은 ‘허구의 독립성(pseudo-independence)’을 갖게 됩니다. 실은 의존적인데 겉으로는 독립적인 것처럼 보이는 것입니다. - <오은영의 화해> 중에서


아이 앞에서 화내지 마세요. 쉽게 “순간 욱해서 그랬어”라고 말하지 마세요. 욱하는 일은 정당화될 수 있는 변명이 아닙니다. 부모에게는 잠깐의 욱이고 화였는지 모르지만, 아이에게는 두려움과 공포의 순간이 됩니다. 아이는 살면서 그럴 때가 가장 힘이 듭니다. 상처가 돼요. - <오은영의 화해> 중에서


당신에게도 그런 말을 해 주고 싶습니다. 너무 힘든 것 잘 알아요. 충분히 지쳐 있을 겁니다. 하지만 나를 알아차리기 위해서 아주 조금만 힘을 내어 보세요. 지금은 상처받았던 그때가 아닙니다. 지금의 당신은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상처를 고스란히 받을 수밖에 없었던 어린아이가 아니에요. 말할 수 있고 행동할 수 있어요. 모든 것은 그때와 달라요. 내가 마무리하고자 하면 마무리할 수 있습니다. 내 의지대로 선택할 수 있고, 그것에 따라 조금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 작은 변화가 시작입니다. 그 점을 알아차리셨으면 해요. - <오은영의 화해> 중에서

나에게 남는 불편함은, 안타깝지만 내가 감당해야 하고 내가 풀어야 하는 내 몫입니다. 문제는 해결되어야 해요. 매듭지어져야 합니다. 그래야 아이도 나도 살 수 있어요. 씁쓸하고 쓸쓸하지만, 계속 그 일에만 매달려 있으면 다른 생활을 시작하기가 힘들기 때문입니다. - <오은영의 화해> 중에서

어릴 때는 어떤 일의 주체가 내가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어떻게 보면 당할 수밖에 없어 억울한 것이 많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른이 된 지금은 주체가 달라요. 잘 생각해 보면 나를 둘러싼 대부분의 일의 주체는 결국 ‘나’입니다. 내가 선택할 수 있고, 진행할 수 있고, 결과도 다르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누군가의 영향을 받고 괴롭다는 것은 자신이 굉장히 수동적인 입장인 겁니다. 어릴 때는 그랬어요. 부모가 주는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존재였으니까요. 이제는 내가 좀 더 주체적으로 그 영향으로부터 벗어나서 아픈 부분을 좀 더 메우기 위해서 나를 알아차려 보세요. 사실 이 모든 괴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내가 진정 화해해야 하는 대상은 어머니가 아니에요. 아버지가 아 - <오은영의 화해> 중에서

211107 나는 너를 방치하지 않아. 버리지 않어. 나는 널 지켜줄거야. 자아 학습 휸련 중. 당신이 종종 이런 기분을 느낀다면, 솔직하게 자신의 상태를 이야기하는 연습을 해 보세요. 나를 존중하고 사랑해 주는 사람이 옆에 있다면 그 사람에게 하세요. 친구도 좋고, 선배도 좋고, 남편도 좋아요. 그런 사람이 옆에 없다면 일기장도 좋습니다. 그 상대를 믿고 자신이 느끼는 실망감, 공허감, 버려진 듯한 감정에 대해 말해 보세요. “여보, 당신이 이런 말을 할 때 나는 방치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이상하게 당신이 나를 버린 것처럼 느껴져”라고 솔직하게 말하세요. 그럼 상대가 “그럴 리가 있나, 내가 당신을 왜 버려. 나는 당신을 놓지 않아. 다른 의도 없이 한 말이야” - <오은영의 화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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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영의 화해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살아가지만, 우리 모두는 마음속에 자신을 찌르는 가시를 안고 살아간다. 우리 중 누구도 아프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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