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의 이유/독서 그리고 책.

[신호와 소음] 몰아치는 정보의 바다 속에서 쓰레기를 버릴 수 있을까?

올라씨 Elena._. 2014. 7. 28.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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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말하려는 것은 자기가 한 예측이 빗나갈 때마다 자책해야 한다는게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결과가 어떻든 간에 그 결과를 편안한 마음으로 받아들이는게 바로 자기가 정확한 예측을 했다는 신호다. 예측가가 결과의 모든 요소를 직접 통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물론, 자기가 판단을 하고 결정을 내릴 때 어떤 목적이 있었는지 자신에게 물어볼 수는 있다. 그런 여지는 언제나 얼마든지 있다. 206페이지 "

 

우리는 말 그대로, 몰아치는 정보의 바다 속에서 살고 있다. 끝임없이 생겨나는 정보들로 인해 우리의 머리는 혼란스럽다. 많은 정보들로 인해 정보를 얻기 쉬워졌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정보들이 재활용도 하지 못하는 쓰레기라면 어떨까?  과연 우리는, 아니 적어도 나는 지구를 몇 억번이나 돌 수 있는 이 수많은 정보들 속에서 나에게 필요한 신호만을 찾을 수 있을까? 다음은 사실, 공정, 균형, 품위를 지킨다는 목적 아래 시청자들에게 공정한 방송만을 객관적 시각으로 보여줘야 하는  J모 방송국에서 나온 뉴스의 내용 중 일부다.

 

" 유**씨의 장남 유**씨가 잡힌 이후 좁은 오피스텔과 미모의 도피조력자, 심지어 유 씨가 도피 중 시켜먹었다는 치킨까지 화제가 됐습니다. 어느새 세월호 참사라는 본질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우리는 그저 엉뚱한 허상만 좇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듭니다."

 

앵커의 말을 지적하려는 것이 아니다. 모 포털을 활용해 올라왔던 화제의 뉴스기사 제목은 치킨집에서 유씨가 잡히기 전에 소심한 목소리로 치킨을 시켰다는 내용이 뉴스화되면서 일파만파로 퍼진 오늘에 있었던 일이다. 우리는 우스갯소리로 이런 뉴스를 욕하고 헐뜯지만, 그러한 뉴스로 말미암아 즐거움을 느낄지도 모른다. 기자를 욕하면서도 웃긴 이야기를 퍼다나르는 익명의 사람들 속에서 우리는 점차 신호를 잃어가고 있다.

 

요즘들어 '빅데이터'에 대한 중요성이 점점 화두로 자리잡고 있다. 이를 활용한 마케팅사례도 속속 나타나고 있으며, 온라인 시장이 겉잡을 수 없을 만큼 커지면서 쇼핑몰이나 바이럴마케팅에 이를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많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제품을 사기 전에 우리는, 인터넷이라는 매체를 통해 내가 원하는 정보를 뒤지지만, 이미 난잡한 소음의 호수 속에서 찾아냈다고 소리지르는 정보들은 이미 정보가 아니다. 많은 캠퍼스를 통해 돈을내고 다운받는 레포트가 언제까지 유료화가 될까? 지금은 결제하여 다운받는 사람들이 점유하고 있는 시장이라 할지라도, 그 중 한 명은 공유하길 좋아할 것이고 공유하는 순간 그 정보는 가치를 잃는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 결제를 하는 누군가의 손에 의해 그 정보는 가치가 사라질 수 있다. 온라인을 통한 정보의 공유를 조심해야하는 이유다.

 

과연 미래는 내 손에 잡힐 수 있을까?

 

신호와 소음. 미래는 어떻게 당신 손에 잡히는가.

네이트 실버 지음

이경식 옮김

28,000원

 

*

 

 

 

아직 이 책을 다 읽지는 못했다. 하지만 800페이지나 되는 내용 중에 유익한 내용들이 많아, 서평 겸 책갈피로 사용하고 싶어 조금은 이른 포스팅을 시작했다. 초반 내용이 주로 실릴 수 있으니 "이 책의 내용이 이게 다야?'와 같은 시선을 가지고 보지는 마시길.

 

" (중략) 이들 예보관이 구사하는 독특한 자산이 있는데, 바로 육안이다. 기상 예측을 하는 사람에게 육안은 소중한 도구다. 두가지 변수 사이 상호작용을 보여주는 도표를 눈으로 검사하는 작업은 자료에 들어있는 돌출 사항을 통계적 테스트보다도 빠르고 정확하게 찾아내는 경우가 많다. 또 이 작업은 컴퓨터의 처리속도가 인간 두뇌의 처리속도보다 느린 영역이기도 하다. 스팸메일 방지나 비밀번호 보호를 위해 자주 사용되는 캡차처럼 일련의 문자를 일그러뜨려보라. 아무리 똑똑한 컴퓨터라도 혼란스러워한다."

 

 

(캡차의 예, 출처  : 구글) 

 

이 책의 결론은 이미 나와있다. 컴퓨터이나 어떠한 시스템을 통하여 인공지능이 사람들의 자리를 대신하게 될지라도, 사람의 뇌를 비롯해 사람들의 감각은 이기기 쉽지 않고 신호나 소음을 결정짓는 것은 오직 사람 뿐이라는 사실이다. 너무 쉬운 답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책에서도 보여주듯이 사람의 뇌는 주변을 인식하고 적응하기에 바빠서, 빠르게 회전하며 익숙한 것을 찾는다. 책에 따르면, 언론을 통해 자주 노출되는 연애인/정치인과 같은 방송인들의 예측은 자주 빗나간다. 하지만 그들은 방송에서 침이 튀길 정도의 영역 쟁탈전을 벌이는데 이유는 단순하다. 방송이라는 매체를 통하여 강함을 보여주고자 하는 목적이 자리잡을 뿐, 예측이 맞고 틀리고는 방송인들에게 중요치 않다. 소음과 신호를 결정짓는 것은 결국 인간이라는 것이다.


 

" (중략) 이는, 인터넷이 연결된 어두운 방에 건강염려증 환자를 혼자 둘 때 일어나는 상황과 비슷하다. 그 환자는 방에 오래 있을 수록 의학이나 질병 정보를 더 많이 확보하게되고, 따라서 자기가 접하는 의학 전문가의 온갖 진단 내용을 더욱더 왜곡하며 귀찮게 여긴다. 95페이지"

 

 

아직 이 책의 25%로도 읽지 못했다. 월초부터 읽기 시작한데, 이상하리만큼 속도를 내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아직도[!] 속도가 나지 않는 책을 붙들고 있으면서 나름 뿌듯하기도 하다. 데이터를 판단하는 기준이 조금은 정리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다. 언제쯤 이 책을 다 읽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한 달(-_-;;)은 더 읽어야 하겠단 생각이 든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현명함을 배웠으면 좋겠다. 몰아치는 정보의 바다 속에서 재활용할 가치도 없는 쓰레기를 버릴 수 있는, 큰 용기를 얻을 수 있게 말이다. 발표를 앞에 두고, 파워포인트에서 버려야 할 내용을 차마 버리지 못하고 보석처럼 끌어안고 있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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