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의 무게/우울증

우울증, 이제 좀 나아진 느낌이라 남겨보는 관찰지

올라씨 Elena._. 2024. 3. 28.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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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처음 시작이 어렵다

  우울증, 이제 좀 나아진 느낌이라

1. 왜

2. 강제하지 않는다. 

3. 기력이 없어도 기력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4. 자괴감에 빠지지 않는다.

5. 우울한 기분이어도, 그냥 둔다.

회색지대 

산재한 문제

 


 

처음 시작이 어렵다. 

  내가 나였을까. 내가 나로 살아온 것이 맞을까. 수 십 번, 아니 수 백만 번을 스스로에게 되물었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데 나는 아슬아슬하게 부러지는 않은 채로 무거운 머리를 조아리며 살았다. 도대체 내가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 것인지 자괴감이 들었다. 나는 사람들이 나를 향해 손찌검을 하는 느낌을 받았고, 몽롱한 정신 상태에서 살았으며,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힘겨워 출근하고 한참이 지나서야 잠에서 깨어났다. 

 

  그렇게 몇 년을 허비하고 제대로 지내는게 맞는지에 대한 의문이 계속될 무렵, 또 다시 번아웃이 찾아왔다. 괜찮아진 것 같은 느낌이었다가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가 이불 속에 지쳐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우울증, 이제 좀 나아진 느낌이라

  그런데 이번에는 조금 나아진 느낌이 들어서 기록을 남겨보려 한다. 

 

  처음 시작이 어렵다. 왜 해야하는지는 알겠는데, 당위성을 찾아서 어떤 방식으로 풀어야 할지, 해결책을 내기 위해 고민했다.  왜 그러한 상황이 되었는지 나에게는 기초적인 질문이었지만 상대방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그냥 하라면 해. 내가 들은 말의 전부였다. 

 

  병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싶지는 않지만, 우울증이라는 병은 스스로 알아챌 수 없다. 병원을 찾기 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회복까지도 어마무시한 시간과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그렇게 5년 넘도록 약을 먹고, 생각에 생각을 거듭해 찾아낸 우울증에 대한 나의 생각을 정리해보려 한다. 결국 내 스스로의 문제였는데, 사람들과의 대화가 되지 않는 이유를 찾고자 했던 부분이 나의 의문을 해소해주는 기폭제가 되었다.

 

 

 

1. 왜

  '왜'라는 질문을 하지도, 질문에 대한 답변도 하지 않는다. 그대로 둔다. 어차피 사람과의 관계에서 무엇인가 만들어가야한다면 왜라는 질문과 답은 의미가 없다. 만들어야 하는 것이 최종 목적이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고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면 다행이지만 아니면 말고. 

 

2. 강제하지 않는다. 

  나는 항상 내가 질문하면서도 답을 듣기 원했다. 그 대답은 내가 원하는 대답이었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그들이 나의 질문에 피곤해함을 알면서도 나는 내 질문, 그리고 내가 생각한 답변을 들어야 했다. 그래야 문제가 없었다. 그걸 내려놓기로 했다. 답이 없으면 나중에 답이 없었다고 말하면 될 일이다. 그건 내가 아니라 다른 이라도 기억했다. 관심이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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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기력이 없어도 기력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기분 나쁜 일은 언제나 상주해있다. 쉽게 기분은 나아지지 않고, 나아졌다 하더라도 채 하루를 지나가지 못했다. 툭하면 기분이 상했다. 

 

  정말 기력이 없거나, 나쁜 일이 있어서 저조한 상태가 계속 되더라도 이 부분만큼은 감정을 섞지 않으려 했다. 감정이 섞이면 상대방은 짜증을 냈다. 니 기분을 풀어줘야해? 라는 질문도 받았다. 내가 원한 것은 그게 아니었는데도 말이다.  

 

  마찬가지로 기력이 없어도 거의 대부분 평온한 시간을 보내도록 노력했다. 

 

4. 자괴감에 빠지지 않는다.

  병원에서 첫 치료를 받았을 때를 생각해보면, 나는 그리 슬프지도 우울하지도 자괴감에 빠지지 않았다. 문제는 첫 진단을 받아 치료가 필요할 때거나 치료 받은 후였는데 모든 문제가 나로부터 일어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자괴감이, 그것이  문제였다.  

 

  곰곰히 생각해보건데 내가 아픈 것도, 상대방이 어려움에 처한 것도 내 탓이 아니다. 어떠한 상황에 문제가 생겨 최선을 다해, 정말 최선을 다해 체크하고 검토하여 피드백을 했다면 그것은 내 탓이 아니다. 읽고 넘긴 그의 탓이다. 

 

5. 우울한 기분이어도, 그냥 둔다.

  최고로 어려운 느낌은 이랬다. 슬프거나 죽고싶거나 우울한 기분이 들었을 때 벗어나고자 발버둥쳤다. 그런데 이상했다. 벗어나려 노력하면 노력할수록, 발버둥 칠 수록 더 깊은 진흙숲으로 빠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러한 기분이 드는게 가장 큰 어려움이었는데, 나는 그냥 두기로 했다. 아 우울하구나? 왜 우울하지? 그럴 수 있지.  우울할 수도, 기분이 좋을 수도, 이유없이 눈물이 날 수도 있다. 그것이 내 스스로 나를 이해하고 인정하는 방법이다. 그리고, 그것이 우울한 기분을 가장 빠르게 이겨낼 수 있는 지름길이다. 

 

회색지대 

  10년 인가, 12년인가, 14년인가 언제부터 우울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는지는 알 수 없다. 아마 죽을 때까지도 모를거다. 어쩌면 그 우울감의 시작은 청소년기부터 시작되었을 수도 있고 6살, 7살 무렵 부터 시작되었을 수 있다. 흑과 백의 세상에는 정확한 시간이 나와야 곰곰히 생각해보고 우울이 발발한 이유를 찾아볼 수 있을 테다.

 

  하지만 점차 고도화된 세상 속에서도 아직 사람들은 수작업으로 일을 하고, 설비의 보조를 맞춘다. 아무리 세상이 첨단화 된다고 하더라도 사람은 필요할 것이고 부족한 재고를 채워넣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사람의 몫이다. 

 

  지금 나는 회색 지대에 살고 있어서, 언제부터 우울이 생겼고 몇 년도에 재발했으며 도대체 몇 년 동안 약을 먹으며 치유하고자 노력했는지 알 수 없다. 내가 나아졌다고 하면 나아진 것이고, 아프다면 아픈 것이다. 

 

 산재한 문제

하지만 나는 아직도 끝없이 쌓인 문제 더미 속에서 산다. 하지만 그럴 수도 있지. 내가 자초한 것은 아니니까. 가끔은, 그것이 약보다 더 큰 위로를 주기도 한다.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세상은 변하지 않으니까. 그래서 뭐, 그럴 수도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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