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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의 무게R 132

은서야

은서야어떤 제목이 좋을지 생각해봤지만 그렇게 딱 와닿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도, 그 동안의 우리가 만난 적이 없어서겠지. 갑작스레 부고를 접한 뒤에 나의 충격은 컸지만, 부모님도 마찬가지였을거라 생각해.어린 나이. 그리고 창창한 앞 날.세상의 많은 날을 뒤로 하고 바람이 된 너의 짧디 짧은 삶에,지독히도 열심히 살았던 너의 새싹같은 삶에, 경의를 표해. 젊은 날의 예쁜 너를 기억해.오랜만에 만나 미안했고, 오랜만에 만나 고마웠고,오랜만에 만나 반가웠고,오랜만에 만나 너를 보내려 해.조심히 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화면이 켜져있다.커서가 깜빡이고 어떤 말을 쓰면 될지 화면의 조명이 내 얼굴을 비춘다.몇 초가 흘렀을까.나는 이윽고 키보드에 손을 대고 무엇인가 쓴다. 그 것은 타인에 대한 내 답변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답을 하는 순간 머릿 속에 의문이 떠올랐다.내가 내 스스로에게 물어본 적이 있었던가.보이지 않는 삶의 연속에서 타인에게 보여지는 것만을, 무엇인가에 홀린 듯 따라가지 않았나. 나는 보이는 것에 집착하는 속알머리가 없는 삶을 이제까지 살아온 걸까. 내 마음 속에내 머리 속에어떤 질문이 떠올랐다너는 타인에게 보이지 않지만 내 스스로에게 뿌듯하고 스스로에게 떳떳한 삶을 살아왔는가. 타인에게 휘둘리는 것에 맞추어내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고 핀잔을 주지는 않았나 고민해본다.

연차

엘레나는 그녀의 인생에 있어, 그녀의 삶이, 그녀의 하루가 고정관념이라는 프레임 안에 있다는 걸 몰랐다. 우물 안 개구리라는 말이 그녀와 잘 맞았다. 하지만 엘레나는 그 사실을 몰랐다. 그녀가 보기에 타인이 나에게 쓰레기를 던지는 일은 비일비재했다. 한국말인지도 모르겠지만 수두루 빽빽하다는 말이 그녀의 뇌 언저리를 간지렀다. 매 시간이 고되었다. 하지만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은 크게 없었다. 그냥 살아가는 것 말고는. 그러다 그녀에게도 터닝 포인트가 찾아들었다. 어느 순간 빛줄기가 그녀에게로 뻗었다. 마른 하늘에 갑작스런 번개가 치듯이. 딱 그런 느낌이었다. 엘레나는 출근하자마자 반차를 썼다. 적어도 사나흘 전에는 작성하라던 연차 기준에서 벗어나는 일이었지만 그녀는 그걸 사소로이 가뿐하게 무시했다. 그녀에..

인정

그는 인정을 받고 싶었다.어느 순간이, 어느 시간이, 어느 누구에게나 세상의 모든 것에서 인정을 받고 싶었다. 밥을 먹는 것도,회사에 출근하는 것도 누군가 알아주기를 원했고퇴근 할 때도 모든 일을 제대로 마치고 간다는 걸 누군가 깨달아주기를 원했다. 밥을 먹으면서 졸려하는 것도전화 목소리에서 화가 나거나 빡이 친 상황에서도잠깐 자리를 비우는 시간에도 헬스를 하는 시간에도러닝을 할 때에도서류를 작성할 때에도사람들과 대화를 할 때에도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기회를 기다리고 있는지 누군가가 알기를 원했다. 사람들은 그런 그녀를 알아주지 않았다.다 스스로의 삶을 살고 있는데 그녀는 남들의 기준이 되는, 남들로부터 인정 받은 피동적인 삶을 살고 있다.  기분이 좋은 날에는 왜 좋은지 물어봐주기를 원했다. 기분..

21세기 최악의 개소리

2개가 있다고 한다. "코로나는 축복이다"라는 말과, "젊은 사람들이 나를 많이 미워하나봐, 나에게 당해보지도 않고 ..ㅋㅋ" 라는 말. 전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후자는 전두환 전대통령의 말이다. 한 편, 이라는 단어는 BUNKER NUT, 쇠 대가리라는 뜻이다. 1) 나만 옳고 2) 잘 못은 다 네 탓이고 3) 니들은 아무것도 모른다 이 3가지 특징을 가진 이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것. @forest.kr_ 벙커넛BUNKER NUT. 내가 바로 벙커넛이 된 기분이다. 처음의 나는, 여기저기 왔다갔다 바쁘게 지냈다. 많은 사람들과 얘기하는게 좋았고 대화를 통해 진전이 되어가는 느낌이 들어, 그런 인간관계가 좋았다. 내가 모르는 것을 물어보고 답을 들으면 나는 새로운 하루, 신선한 시각을..

바쁨

미애는 이해할 수 없었다. 일상을 뒤로 하고 일에 집중했다. 그런데 남는게 없다. 머리가 복잡했다. 또 어디서부터 꼬이기 시작한거지? 일이 끝나면 녹초가 되었다. 하루종일 무언가 써내지 않으면 기억하지 못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무언가 적는 것에 회의를 느꼈다. 언제부턴가 쓰지 않았다. 아무 것도 쓰지 않아서 그런걸까. 머리는 멈춰있는데 손가락은 끊임 없이 움직였다. 막상 쓰고 보면 의미없는 것들. 다시 회의감이 몰려왔다. 머리가 멍하다. 무엇을 해야할지 어떻게 해야할지 생각조차 나지 않는데, 해야 할 일은 많은 느낌이다. 의지도 없다. 자리는 옮기고 싶고, 공부는 하고 싶고, 운동도 충분히 하고 싶고, 집도 깨끗하게 유지하고 싶은데, 출근하면 밀린 일 처럼 보이는 것들을 처리 하기 바쁘고 퇴근 후에는..

방심

미래를 예견할 수 있는가? 아니, 없다. 지금의 상태는 괜찮은가? 아니, 괜찮지 않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잘 모르겠다. 왜 문제를 찾지 못하는가? ... 말할 수 없는데 답답한 상황들을 자주 만난다. 가끔이면 스스로 위안이라도 하고 넘어갈텐데 문제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진다. 스스로의 입장을 돌아다볼 겨를 없이 살아내는 것이 인간의 숙명이고 그 속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인간의 생명은 꺼질 것처럼 꺼지지 않은 아련함을 타고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하지만 내일을 살아내기 위한 힘을 지켜내기 위함인지도 모른다. *아래는 인스타에서 퍼온 글. 울지 않는 사람이 강한 게 아니라, 엉엉 울고 쌍욕 날리면서도 내일 아침밥을 위해 쌀을 씻고 밥솥에 예약 버튼을 누를 ..

뺑뺑이

이오가 화장실로 뛰었다. 어제 괜찮을거라고 지레짐작해 먹은 밥이 상했던 탓이다. 매번 그래왔듯이 오늘도 괜찮았다. 괜찮을 것이다. 몇 번 배 아프고, 설사 한 두 번이면 끝날거야. 라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질퍽거리다 못해 효소가 가득 생겨, 찐득거리는 밥을. 아까워서. 입에 우겨넣었다. 그리고 반나절이 채 지나지 않아서, 몸에서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변기를 부여잡을 시간도 없이 입을 통해, 항문을 통해 배설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 깟 밥알이 아깝다고 애써 삼킨 밥이 변심해 돌아왔다. 하필, 쉬지도 못하는 날이라 힘든 몸을 이끌고 출근길에 올라서는 힘겹게 출근을 했다. 점심 시간 동안 차에 숨어 의자를 뒤로 누여 누워있는데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엄마, 나 좀 데려가.

실소

주여, 불쌍히 여기소서. 주여, 기대하던 바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해서 싸우고자 하는 이에게 은혜를 베풀어 주소서. 현재에 만족하기보다 불가피한 이유를 강압하는 이에게 은헤를 베풀어 주소서. 주여, 스스로의 생각이 맞다고 타인에게 강요하는 그를 용서하여 주시고, 그를 미워하는 저에게도 용서를 베풀어 주소서. 제가 만약 이를 이해해야 한다면 저에게 가르침을 주소서. 문득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다. 성당을, 교회를, 절도 가본적 없는 내가 이런 기도를 할 정도로 절망적인 상황에 부딪힌 건가. 갑자기 내 삶이 오롯이 지겨워졌다. 살기 싫어진게 분명했다. 신을 찾다니. 그런데 삶의 끈을, 생기의 끈을 놓치고 싶지도 않았다. 이게 무슨 억지인지 나도 모르겠다 싶은 생각이 들어 실소가 터져나왔다. (이어서)

미애의 꿈

미애는 꿈을 꿨다. 평범한 하루를 보내고 매 시간, 매 초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미애가 꿈꿨던 삶은 이런 거였다. 시간은 흘렀으나 하루의 일과가 모두 기억나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꿈이었다. 꿈이라는 걸 인지하고 있는데도 좋은 느낌이 들었다. 마음이 몽글몽글 솟아오르고 양 볼에 기분 좋은 열이 차는게 느껴졌다. 두리둥실. 몸이 가볍게 사뿐 날아올랐다. 내일도 이런 하루를 보내게 될테지. 눈을 뜨니 꿈이었다. 미애는 어두운 방의 한 구석에서 깜빡거리는 LED 시계가 알려주는 밝은 빛에 초점이 맞춰졌다. 시간이 잘 보이지 않아 두 눈을 비비고 다시 시계를 보았다. 4시 39분. 일어나야 할 시간에, 알람이 울리기 1분 전 자연스럽게 떠진 눈이, 스스로가 미..

단어의 취약점

말은 취약하다. 입 밖으로 뛰쳐 나온 후에는 다시 돌릴 수 없다. 그런데도 쉽게 나오는 것이 말이다. 1. "왜냐햐면"의 논리 무의식 중에 쓰는 '왜냐하면'은 말을 당위성을 이유로 한다. 행동을 무마하기 위하여 행동을 굳이 설명하기 위하여 쓴다. 타인의 필요에 의해 설명하지 않는 한 이 논리는 상대를 설득할 수 없다. 2. "그래서 어떻게 해야할지" 의 핑계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의 말에는 당혹감이 서려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어떠한 상황에서든, 특히나 회사에서는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말이 더욱 취약해지는 이유다. 3. 걱정이 되서... 걱정이 된다면 해결방안을 찾아야 하지 않는가. 걱정이 된다고 모든 일을 태산 처럼 쌓아둘 수는..

역겨운 냄새

역겨워. 사랑해. 그런데 냄새가 역겨워, 너무 역해. 연우가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쿰쿰한 냄새가 숨소리와 섞여 코로 밀려들었다. 고약하다, 메스껍다, 거북하다. 많고 많은 단어들 중에서 그 중에서 '역겹다'가 선택되었다. 불쾌함이 행복감을 너무나 쉽게, 이겨버렸다. 이건 행복하다고 할 수 있는가. 순간의 기분이 하루를 좌지우지 해도 되는건가 싶었다. 도대체 무얼 먹었길래 이런 냄새가 나를 수 있는거지? 연우 머릿 속은 항상 그의 생각 뿐이었다. 왜 그런지 알 수 없었지만 같은 생명체여서 였을까? 아니면 어차피 생명을 가지고 외롭고 고독한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이 그를 통해 유대감을 얻었을까.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양치조차 혼자 할 수 없는 그를 위해 항상 칫솔을 들었던 리안이 생각났다. 리안은 항상..

모래 알갱이가 되어보자. (임영웅의 모래알갱이 가사)

쉼은 언제나 필요하다. 지쳐 쓰러질 것 같은 느낌일 때는 당연하고 반대로 컨디션이 너무 좋을 때도 쉼은 또 다른 활력을 안겨준다. 목표도 없는데 목표가 있는 것처럼, 질주마처럼 달려나가다가 갑자기 멈칫 거리며 '이게 맞나' 싶을 때에 이 곡을 들어보는 걸 추천한다. 마음이 가벼워지는 노래다.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임영웅이지만, 나에게는 크게 와닿지 않았던 임영웅의 노래가 "모래알갱이"를 통해 내 마음에 와서 살포시 닿았다. 내 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내게 와서 꽃이 되었다.고 표현한 김춘수의 처럼 쉼과 마음의 평안을 얻게 되는 노래다. 2024. 01. 22 모래 알갱이 아티스트 임영웅 앨범 모래 알갱이 발매일 1970.01.01 나는 작은 바람에도 흩어질 나는 가벼운 모래 알갱이 그대 이..

Catalogue Guide Ver. 2401

만약, 지금의 상황이 나쁘다면 당신 탓 만은 아닙니다. 하지만, 바로잡을 수 있는 사람은 당신 밖에 없습니다. 블로그 가이드를 써보겠다는 생각. 2014년에 시작한 이 블로그는 처음 만들었을 때와 지금의 상황은 매우 다르다. 지식 정보 전달을 위해서였지만 지금은 개인적인 의견을 주로 쓴다. 타인에게 지식이나 정보를 전달하는게 그때는 중요했지만 지금은 아니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 블로그의 아이덴티티는 자연스레 하늘로 붕- 떠버렸다. 물론 포스팅의 목적이 나의 이해도를 높이면서 동시에 블로그 방문자들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초기의 목적이자 목표였다. 그러나 단순히 남에게 전달하는 지식 말고, 내 스스로를 위한, 나를 위한, 내 생각을 드러내 보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자연스레 생각을 하다보..

제목을 입력하세요.

어느 순간 소외감이 들더니, 위화감으로 번졌어요. 그러다 다시 경멸이라는 심장으로 내 마음을 찢어 놓습니다. 사람들이 말했어요. 너랑 말하기 힘들다고, 너랑 일하기 힘들다고. 하지만 나는 그런 표현들에 익숙해지거나 익숙해질 수 없는 위치에 있었어요. 누군가는 대답하기 어려운 상황은 웃으며 회피하라고 했어요. 그런데 회피해야 할 일과 아닌 일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느꼈죠. 나이의 적고 많음이 중요하지 않았던 거였어요. 가끔은 내가 정말 이상한 건지, 내가 살아가는 세상이 이상한건지 헷갈릴때가 있어요.. 가끔이 아니라 종종, 종종이 아니라 항상 말이에요. 나는 변덕스러워요. 좋은 기분이 들다가 어느 순간 기분이 가라앉아버리는 거센 파도와 부딪혀 세상을 살아가요. 어릴 적 생긴 트라우마 때문이..

나는 이해한다, 오만을.

나는 이해한다. Hubris Syndrome 오만증후군 강한 권력을 유지하거나 성공만 하던 사람이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여 타인을 멸시하는 심리. 휴브리스는 고대 그리스에서 인간의 한계를 넘어 신의 영역을 도전하는 인간의 오만함을 의미한다. 오만증후군은 꼭 권력자뿐 아니라 다양한 관계에서 드러나는 현상으로 타인의 충고나 비판을 무시하며 충동적으로 행동하고 자아도취적인 행태를 보인다. 인스타그램 @오늘하루상식 (인스타그램) But when that confidence inflates to an extreme, irrational, and/or unfounded level, you’re no longer dealing with only a strong self-image. Now, the behavior in..

하루 밖에 없는, 그리고 오늘 하루, 30대에 접어든 오늘 내 생일. 축하해.

생일의 의미. 매년 생일이 지나면 내 생일이 언제쯤 오려나 손꼽아 기다렸었다. 과연 누가 내 생일을 기억할까 싶기도 했고, 선물은 어떤걸 고를지, 그리고 그 사람의 인생에서 내가 어떤 존재일까 라는 걸 알게되는 날이, 일 년 중의 딱 하루. 오늘이기 때문이다. 한 때는 누군가의 SNS 계정이 올라온, 잔뜩 화면을 채우던 사람들의 선물이 부러워, 야무지게도 사람들의 생일을 챙기곤 했다. 그 사람이 나에게 어떤 존재인지 생각하게끔 해주는 잠깐의 고민이었지만 그 해 나에게도 선물은 끊임없이 도착했었다. 그러다 채 몇 년이 지나기도 전에 나는 그러한 선물 공세에 지쳐버렸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선물이라는 대체제로 해소하고 싶지 않았고, 선물을 하면 할수록 누군가로부터 받을 선물에 (나도 모르게)..

나는 이혼했다.

나는 이혼했다. 꽤나 오랜 시간이 지난 일이지만, 나는 이혼했다. 지금은 그나마 편안하게 얘기할 수 있다. 굳이 이 얘기를 글로 옮기는 이유는 내 스스로에게 있다. 블로그에 약간의 포스팅을 하면서 내가 느낀 건, 생각을 글로 옮기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이었고, 생각보다 글이 주는 장점에 있었는데 이 생각이 글로 전환되면서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적나라하게 블로그를 통해 쓸까말까 했던 내 아리까리*한 생각,이 이혼에 대한 나의 이야기를 써보고 나면 좀 더 자유로워지지 않을까 하는 그러한 이기심 때문이라는 말이다. 게다가 온라인에서 유통되는 블로그가 익명이라 해도, 이혼에 대해 얘기한다면 지인들이 포스팅을 보고 나에 대한 부정적이거나 긍정적인 의견을 갖게 되..

완벽주의와 무기력

왜 나는, 이렇게 반복적으로 완벽주의와 무기력을 경험하면서 살아야할까. 왜 무기력에 지쳐 하루종일 바닥에 누워있으면서도, 일어나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일어나지 못할까. 순간적으로 느낀 감정을 내 스스로 잡아버림으로 인해 그건 내 머리 속에 고이 남아 버렸다. 그렇게 내 스스로 잡은 '스쳐가는 기억'들은 하나 둘 모여 또 다른 하나의 세상을 만들었다. 어느 날은 행복했다.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었다. 평소와 같은 날이었다. 어느 날은 죽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이보다 더 나쁠 수는 없었다. 평소와 같은 날이었다. 호르몬 주기의 변화 때문이라고 핑계를 대기엔 나도 모르는 새, 내가 나를 잠식해버렸다. 그리고 점점 더 벗어나기엔 더 오랜 시간이 걸리고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생각이 많았다가도 어..

그냥 살기 1일차

오늘은 기분이 좋았다. 3년만에 다닌 직장에서 퇴근하고 자차로 1시간 거리. 퇴근하면 1시간이 넘게 걸리는 거리를, 붐비는 퇴근 시간에 1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 루트를 찾아냈다니. 유레카. 밀리지 않으면 25분 정도면 충분히 집에 갈 수 있는 거리인데 퇴근 후에는 차가 많아지니 서두르지 않으면 1시간 반까지도 걸린다. 그동안 계속 지도로 찾아봤지만 길을 잘 못 들어 매번 실패했던 것. 오늘 드디어 성공했다. 한시간도 안걸려 집에 도착해 행복하고, 강아지와 산책을 여유있게 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그냥 살기 위해 내가 한 유일한 것은, 네비게이션으로 지도를 찾아보고 운전을 한 것 뿐이었다. 아무런 생각 없이. 이번에는 제대로 가보자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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