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의 무게/인간관계

나를 반추하다. "더 글로리'

올라씨 Elena._. 2023. 4. 3.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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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요

송혜교, 이도현, 임지연, 염혜란, 박성훈, 정성일, 김히어라, 차주영, 김건우 外 출연

학교폭력은 자주 등장하는 화두이고
피해자분들의 글들을 읽어보면
가장 상처를 많이 받는 말, 그리고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너는 아무 잘못이 없어?'라는 말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어, 나는 아무 잘못이 없어', '네, 아무 잘못 없습니다'를
사명처럼 이해시켜야 되는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_작가 김은숙  

잘못은 없으나 존재 자체로 잘못이었다. 죽으러 갔으나 죽지 못하고 돌아와 과외를 하며  복수에 필요한 돈을 모으고 복수의 칼을 간다. 문동은의 얘기다. 

태어났을 때부터 온 세상이 자신의 것이었고 잘못된 것조차 잘못이 아닐 수 있다는 걸 알았을 땐 이미 늦었다. 박연진의 이야기.

 

더글로리, 그리고 나.

  어렸을 때 나는 소위 말하는 왕따였다. 그것이 은따일 때도 있었다. 그냥 무덤덤하게 지나가기도 했지만 어느 날은 내 등뒤에 하는 소리를 듣고 집에돌아와 이불 속에 숨어 끅끅 하고 눈물을 삼키다 세상이 떠나가라 집에서 울곤 했다. 물론 참으면서 웃었기에 옆 집에는 들리지 않았겠지.

  '더 글로리'의 이야기는 세상의, 아니 한국 사회에서의 폭력. 그러니까 학폭을 적나라하게 표현했다는 평을 받으면서 배우들의 연기가 인기몰이에 힘을 실었고 어느 샌가 내 마음 속에 들어와있었다. 도대체 복수는 어떻게 하기에 ,'연진'이는 누구이기에. 이렇게들 난리일까. 

  왜인지 모를 피곤함이 가득 찬 어느 날 난 죽은 듯이 이불을 펴고 누워 넷플릭스를 결제했다. 그리고 누워서 1화를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주말동안 '더 글로리'를 모두 다 보게 됐다. 

잊혀져 있던 기억으로의 여행

  최종화를 보고 시간이 흘러보니 그 새 옅어진 과거의 기억들. 문동은의 복수와 옆에서 칼춤추던 주여정의 숨은 이야기가 '드라마라서', '가상 현실이라 좋겠다' 싶었다. 현실에서는 복수극을 벌이고 칼춤을 추는건 쉽지 않은 일이니까. 

  얼마 전 10년 넘게 만난 지인이 물었다. 이성도 만나고, 결혼도 하고, 즐겁게 살아야 하지 않겠냐. 내가 답했다. 어렸을 때부터 나는 사람들에게 기대를 받으면서 살았다. 그 기대가 화장실을 가는 걸 참는 것부터 돈을 아끼는 것까지. 그리고 청소를 시키면 시킨 사람이 만족할 때까지 깨끗하게 하고, 싫다고 하면 하지 않았다. 이제는 그렇게 살고 싶지가 않다. 

  내 생각대로 내가 편한데로 살면서 좋은 사람을 만나면 결혼할 생각도 있지만,  지금만큼은 내가 원하는데로 목표한 바를 이루며 지금의 행복을 충분히 느끼고 싶다고. 지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 연진아. 내 기억을 되돌려 보게 해줘서. 동은아, 동은이도 고마워.

과거는 아플 수 있어.

하지만 둘 중 하나야. 도망치든가, 극복하든가. <영화 라이언 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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