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의 무게/산문집

작은 행복을 경험하는 순간. 사소한 행복 찾기 놀이

올라씨 Elena._. 2023. 3. 6.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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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요즘 사소한 행복을 느낀 일들이 요즘 자주 있다보니 <작은 행복을 경험하는 순간>이라는 글을 문득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행복이라는 단어를 정의하기 위해 몇 년 전부터 애를 써온 탓일까. 마음이 동하고 눈물이 날 것 같은 순간들이 나에게도 분명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의 그 마음은 참으로 형용할 수가 없다. 

1. 구급차가 지나가는 길, 차들이 양보할  때

   운전하다 어디선가 삐뽀삐뽀 소리가 나면 차에 붙어있는 거울에 눈을 흘긴다. 1분, 아니 1초라도 구급차가 먼저 지나갈 수 있게 하려고 몇 차선에서 오는지 보기 위함이다. 그렇게 거울을 주시하고 있자면 많은 차들이 모두 구급차가 있는 차선을 비켜서고 구급차는 빈 공간에 들어와 지나가고 나면 차들이 다시 제자리를 찾는다. 

  정말 이상하게도, 구급차에게 양보한 차선을 보게 되면 나는 가슴이 벅차오른다. 아픈 사람을 위해 모두가 이렇게 양보하고 있구나 하고. 아직 세상은 살 만 하구나. 

2. 댕댕이와 산책 후 같이 뻗거나, 씻고 누웠을 때

  처음 댕댕이를 입양하고 나에게 매우 매우 어려운 미션은 매일 거르지 않고 나가야 하는 산책(산책의 효과는 여기로)이었다. 하루는 너무 피곤해서 산책을 걸렀는데 다른 방에 볼 일을 보면서 속상한 표정으로 날 보던 기억이 난다. 그도 스트레스를 풀어야 했을테지.

 나에게는 하루 일과의 끝이지만 댕댕이에게 산책은 하루를 시작하는 것과 동시에 주변의 냄새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마감의 시간. 처음 30분의 산책을 시작으로 지금은 한 시간 ~ 1시간 반 정도를 거룩한 마음으로 보내고 있다. 힘들고 유독 지친 날에는 밖으로 나가 산책 하고 집에 들어올 때가 되면 뿌듯한 마음이 가득하다. 같이 방바닥에 누워 멍때리기를 시전하거나 씻고 나와 개운함을 느낄 때 행복감은 배가 된다. 유기견 임시보호, 그리고 내 인생의 변화와 시작.

3. 댕댕이가 배를 까고 누워 나를 지긋히 쳐다볼 때

  실내에서 생활하는 댕댕이는 배를 자주 까고 눕는다. 처음에는 왜그러지 했는데, 바깥에서 보는 댕댕이들에게선 볼수 없는 신기한 자세였다. 배를 까고 몸을 흔들며 나를 쳐다볼 때면 어찌나 귀여운지. 무시할 수가 없다. 

4. 책 완독 후 하나의 가르침(?) 을 받았을 때

  스트레스가 나를 괴롭힐 때는 소설을, 그리고 그 외의 시간에는 자기계발서를 주로 본다. 자기계발서적 뿐만 아니라 소설에서도 배우는 것이 있는데 소소하지만 완독 후에 뿌듯함이 배가 된다. 최근 읽었던 소설 책 "목숨x값"에서는 인생의 좌절 속에 목숨을 잃으려했지만 영웅으로 다시 태어난 '구지희'를 보며, 좌절하지 말자. 언젠가 로또가 될 터이니 라는 생각이 들어 다시 한 번 긍정적인 마음을 가질 수 있었고,  "가장 질긴 족쇄, 가장 지긋지긋한 족속, 가족" 에서는 가족이기 때문에 가질 수 밖에 없는 오해를 간접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소설 속 허구가 현실을 일부 반영했으니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고, 그 일로 스트레스 받을 필요없다는 가르침을 받은 격이다. 

5. 블로그를 쓰고 난 후.

  글을 쓴다는 건 스스로와의 싸움에서 이겼다는 것을 의미한다. ...[!] 쓰기 싫지만 글을 쓰지 않으면 내심 방문자수가 줄어드는게 아쉽다. 그렇게 꿋꿋히 불편한 마음을 꾹,꾹 참아내며 써놓은 글들이 380개를 넘어섰고 기억 속에서 희미해지는 독서, 일상의 소중한 기억들을 블로그에서 찾아볼 수 있어 기쁘다. 

6. 운전하며 기존 연비 최고치를 넘었을 때. 

  차를 구매하고 운전을 하면서 '내가 운전을 잘 하고 있나?'라는 의문을 가진 적이 많았다. 차도 아프면 말을 하지 않으니 내 스스로, 그리고 꾸준히 관리를 해줘야했다. 그러면서 어느 순간 최고 연비가 16.5를 넘었고, 몇 일 전에는 연비가 또 최고치를 찍어 20.6 km/L에 도달했다. 

  연비 뿐만 아니라 세차를 하구 또롱이가 깨끗해지고 말끔한 모습을 하고 있으면 매우 든든하다. 운전의 묘미는 연비지. 

끝내며. 

  이상하게 행복을 찾기 시작한 순간 보이지 않았던 작은 것들이 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꽉 막힌 길을 구급차가 지나갈 수 있게 양보해주는 사람들에게서 미덕과 훈훈함을 느꼈다. 연비를 좋게 하기 위한 내 노력이 LED 창에 보여질 때면 만세를 불렀다. 만세를 부르는 나에게 동생이 그게 그렇게 좋냐며 의문을 가졌었다. (지금도 아마 마찬가지) 

  그런데 지금은 이상하게도 내 삶, 아니 일상에 작은 행복이 숨어있다. 아무것도 아닌 일 같아도 이러한 사소한 일들이 모여 나의 하루를 만들어가고 있다. 오늘도 기분이 좋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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