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의 이유/독서 그리고 책.

#73번째 독서 리뷰. 한 집에 산다고 가족일까? <가족 쇼크>

올라씨 Elena._. 2023. 5. 25. 11:42
반응형

책정보

"넘어지기 전에는 배울 수 없는 것이 배움의 속성이다." 

EBS 가족 쇼크 제작팀 지음

윌북 

2019년 12월 18일

 

리뷰

  지난 달에는 뇌과학에 대한 생각이 내 머리를 휘감았는데 갑작스레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뇌가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최적으로 세팅되어 있다면, 그러니까 뇌가 생존을 위한 것이라면, 내가 가장 편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일까. (뇌가 생존에 최적화되어있다는 말은 여기를 참조)   

#72번째 독서 리뷰. 이토록 뜻밖의 뇌과학.

   너무나 쉽게 나는 그 답을 찾았는데, 바로 '가족'이었다. 내가 어릴 때부터 의지하였지만 함부로 말하고 너무나 편하게 대했으며 이러한 나의 행동들로 가족들은 많은 상처를 받았을 것이다. 나는 책 값을 내야한다며 부모님을 설득했고, 자취를 해야한다며 쓸데없는 고집을 부렸었다. 지금 돌아보건데 내 어린 시절은 부족하지는 않았으며 풍족하지도 않았고 부모님은 내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면서도 알뜰살뜰하게 돈을 모으고 있었다. 가족을 위한 행복의 돈을.

  아마도 내가 이 책을 선뜻 읽기 시작했던 건, 부모가 될 준비가 되었는지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떻게 자라왔으며 나의 유년 시절에 부모님이 나를 어떻게 키워왔는지. 그리고 편한 관계일수록 내가 어떻게 지내왔었는지 알고 싶어서였을지 모른다.  

  프랑스에서의 육아 방식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얻기도 했고, 단순히 2인, 4인 등 인원 수로 따져 몇 명을 구성되었는지가 가족의 구분 단위가 아닌 것도 새롭게 알게 된 것들이다. 

  어느 시점인지는 명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언젠가부터 나에게 집은 집이 아니었다. 도망치듯 출근했으며, 집에 들어가기 싫어 늦장을 부리고 야근을 하며, 집 앞에 도착해서도 들어가지 못해 서성거렸다. 그건 부모님과 함께 사는 집에서도 그랬고, 혼자 사는 집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나에게 집은 안식처가 아니었음은 분명하다. 

  이 책을 읽고 나서는 이제 알고 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 '집', 그러니까 '안식처'가 아니라 편안하게 있을 수 있는 곳이 집이라는 걸.  피를 섞인 혈육뿐만 아니라, 가족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적용하면 누구든 나의 가족이 될 수 있다는 사실 말이다. 더불어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준비가 조금은 된 것 같다. 항상 걱정이 태산이었던 나에게, 누가 올렸는지 모르지만 어깨와 내 머리를 가득 눌러담았던 걱정들에서, 벗어난 느낌이 들어 마지막장을 읽고 난 후에는 마음이 개운했다. 

  이 책의 목적이 무엇이었는지는 나는 모른다. 다만, 이 책을 읽고 난 후에 가족을 대하는 내 마음이 조금은 달라졌다는 사실 하나는 명확하다. fin.

 

북마크

  가족으로 인해 상처를 받았다면, 가족이 남보다 불편하다면, 가족이 인생의 걸림돌이 된다면, 그 가족은 무엇일까?  (중략) 세상은 계속해서 변하고 그에 따라 가족의 개념이나 형태도 변한다. 그럴수록 변화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가치에 주목해야 한다.

  아이와 함께 서점을 찾아 부모 교육서 코너에서 자신의 고민을 해결해줄 책을 찾는 사람들은 아직도 많지만 가족(아이)와 공감하고 소통하는 부모는 찾기 쉽지 않다. 소통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허다하다는 뜻이다. "저는 심각한데, 늘 대수롭지 않게 흘려들으시고 어떤 때는 네가 호강에 겨워서 그런다고, 그런 생각할 시간에 공부나 하라고 하시죠"  

  자기 확신이 부족한 부모는 자신이 부모 노릇을 잘한다는 것을 아이의 가시적 성과로 타인에게 확인받으려고 한다. 

  집은 안식처라는 것과 지금의 아이에게서 미래의 실패한 어른을 보지 말라는 것.

  부모라는 이름으로 살게 해준, 지금 곁의 아이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 말이다. 

  나의 기대를 아이에게서 충족시키려고 하지는 않는가.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아기든 남이든 상대가 사람이라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스스로 알아서 하는 것, 그리고 그 자립심의 원천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구분하는 것에서 (중략)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존중하면서 내가 하고 싶은대로는 다 할 수 없다는 것을 배운다. (중략) 

  (프랑스의 육아) 갓난아이가 울어도 바로 달려가지 않고 15분 정도 기다렸다가 가는 것이다. (중략) 약간의 기다림은 아이에게 인내심과 아기 스스로 자신의 생체 리듬을 찾아갈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한다.  (중략)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아무리 떼를 써도 아이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는 것을 반복하여 설명하는 것이다. 아이에게 아무런 설명 없이 무조건 "안 돼"하는 식의 강압적 절제 교육을 한 ~ (중략) 절제와 인내에 관한 훈육이 잘 되어 있는 덕분이다. ... 권리가 있고 존업과 가치를 지닌 인격체로 대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 아이는 부모가 온전히 책임져야 하는 존재가 아니기에 ... 앞으로도 바다 풍경은 그대로겠지만 지금이 아름다운 건 거기 가족이 있어서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