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의 기억/우리나라

반려견과 함께한 한일고속 골드스텔라 이용 후기 (제주-여수)

올라씨 Elena._. 2023. 12. 12. 10:55
반응형

  강아지와 첫, 난생 처음, 내 인생 최초로,  제주 여행을 하며 궁금했던 것들이 있었다.  배를 어떻게 타고, 내리는지. 그리고 혼자 여행을 떠나기에 괜찮은지, 켄넬 무게나 제한은 있는지. 처음 강아지와 떠나는 장기간의 여행이어서 계획할 때 너무 설레이면서도 떨렸고 걱정도 많았다. 그래서 나홀로(?)반려여행(?) 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싶어 골드스텔라 이용 후기를 적어보려고 한다.

 

<목차>

한일고속의 여수-제주를 잇는 황금빛 페리, 골드스텔라의 사양
선박 여행의 꽃, 스페셜 펫룸 (1등 펫마루) 
강아지 안물어요? 네, 얘는 순해서 안물어요. 
스페셜펫룸 둘러보기 
골드스텔라에서의 식사. 
한일페리의 경험을 기억하며.. 

 

 

 

장장 5시간이 넘게 걸리는 배의 탑승기. 시작한다. 

한일고속의 여수-제주를 잇는 황금빛 페리, 골드스텔라의 사양

 

운항노선  제주-여수  약 203km 

소요시간 5시간 30분

여객 정원 948 명, 차량 정원 343대

선박 규모 길이 160 m, 폭 24 m

 

웅장하다 느껴지는 한일고속의 페리 '골드스텔라'

 

  처음 배를 보고 할 말을 잃었다(?) . 탑승이 쉽지 않다. 페리라 배가 상당이 크며 객실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사진에 보이는 푸른색 철제 계단을 오르며 승무원에게 탑승권과 켄넬이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 높은 편이기에 강아지가 올라갈 수 있을지도 걱정이지만 올라가면서 지레 겁을 먹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대형견을 케리어(켄넬)에 넣어 들고 간다는건 상당히 무리다. 강아지 20kg 라 치면 켄넬또한 10kg는 넘을 텐데 30kg 를 짊어지고 올라가는건 불가능에 가깝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처음 이동식 켄넬로 테스트를 해보았지만 1) 강아지가 켄넬에 들어가는 것을 무서워하고 (교육 불가) 2) 켄넬에 (반강제) 넣은 상태로 들어봤지만 땅부터 발목까지의 높이까지 드는 것도 실패했다.  약 두 달 간 훈련을 병행해보았지만 도무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정말 천만 다행인 것은 완도에서 제주로 가는 길 (이때는 골드 스텔라가 아닌 실버 클라우드를 이용했다.) 에는 2시간 30분의 짧은 소요시간이면서 동생들과 함께 탑승해 켄넬은 동생이 들어주고, 나는 강아지를 안고 이동했다.  약 15kg ~ 16kg 정도였다. 대형견은 더욱 불가능하니 입마개를 한 상태로 계단을 올라야 해서 정말 배를 타기 전에 많은 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오늘 길이 문제였다. 혼자 여행이라면 강아지도 켄넬도 내가 스스로 케어해야 하기 때문에.  다행이었던 건 오는 길에 항구 사무실에 들러 문의해 자초지종을 설명했더니 방법을 찾아주셨다. 

 

선박 여행의 꽃, 스페셜 펫룸 (1등 펫마루) 

 

  골드스텔라의 스페셜 펫룸은 최대 5인이 머무를 수 있다. 강아지도 물론 5마리.  사진이 양 옆으로 늘려진 상태여서 사방 폭이 크게 느껴지지만 생각보다 크지 않고 2~3인 정도가 누울 수 있는 크기다. 나는 금액이 커서 부담이긴 했지만 이전 후기에서 남긴 이유로, 장거리 운전을 야밤에(!) 해야 하기에 맘 편하게 스페셜 펫룸으로 질렀다.

 

  실버클라우드의 1등 펫 침실은 두 개의 침대로 이뤄져 있어서 강아지와 함께 휴식을 편하게 즐기려면 평상이 있는 골드스텔라가 낫지 않을까 싶다. 

 

  골드스텔라 뿐만 아니라 실버클라우드에서도 다인실 펫 룸을 이용할 수 있지만, 장점과 단점이 극명하다. 스페셜 펫룸은 비싼 비용이지만 이불, 쿠션 등 침구류가 마련되어 있어서 편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지만 금액이 비싸다. 실버 클라우드 또한 스페셜 펫룸이 존재하고, "1등펫침실"이라고 부른다. 다인실인 펫룸은 금액이 강아지와 사람 1인씩 짝지어 예약하고 금액이 매우 저렴하지만 약간의 눈치싸움과 강한 마인드가 장착되어야 한다.

 

강아지 안물어요? 네, 얘는 순해서 안물어요. 

 

  중/대형견을 키워본 경험으로 일부 소형견주들이 '크니까 무섭다'는 이유로 입마개를 채우라고 하지만, 자신의 강아지는 작기 때문에 물지 않는다는 이상한 논리를 펴고 있어서 마음을 굳게 먹지 않으면(!) 싸움으로 번질 수도 있다. 나는 처음 탄 대형 페리에, 소형견주와의 작은 다툼이 있었다. 물론 일부 견주분들의 배려가 없었다면 배 탑승 시간동안 나의 강아지는 불안함에 3시간 가까이 숨을 헐떡거려야 했을 것이다. (이건 완도에서 제주로 올 때의 경험담이다.) 

 

   누구나, 언제나, 물릴 위험이 존재한다. 스스로의 강아지가 크기와 상관없이 물지 않는다고 단정해버리고 목줄을 풀거나 입마개를 하지 않는 건 이기적인 행동이다. 작은 강아지가 와서 나를 물었다면, "순한 아이가", "그럴 아이가 아니에요"라고 말하더라도 이미 상황은 끝난 뒤다.  타인과 다른 강아지와 함께 있을 때는 항상 조심해야 한다. 

 

골드스텔라 스페셜 펫룸 사진

 

  스페셜 펫룸의 입구. 바닥은 세무(인공 가죽)로 마감되어 있어 발자국 소리가 나지 않아 강아지 케어에도 안전하다. 하지만 방과 방은 방음이 제대로 되지 않아 예민한 강아지들은 놀라거나 짖을 수 있다. (경험담이다.) 

 

  옆 방에서도 강아지의 짖음이 들려왔다. 미세하지만 배의 움직임으로 인한 진동이 느껴질텐데 생판 모르는 낯선 냄새와 강아지의 짖음은 경계심을 강제하고도 남는다. 덕분에 배에 탑승하는 시간 동안에 꽤나 혼났... 

 

꼭 그렇게 너의 몸보다 작은 쿠션에 들어가야 했니..
포근한 이불에 얼굴을 숨긴 이쁜이.

 

 

  혼자 배타는 여행을 하는 건 쉼지 않지만, 골드스텔라의 스페셜펫룸은 휴식과 이동의 편리함 두가지 장점을 모두 가지고 있다. 비용은 혼자 쓰기 굉.장.히 부담스럽지만 반대로 방의 크기는 크지 않다.  그럼에도 부담스럽지 않은 큰 방이 오히려 강아지와 나에게 편안함을 주었다. 

 

 

스페셜펫룸 둘러보기 

  스페셜 펫룸에는 냉장고, TV, 침구류, 강아지 쿠션이 준비되어 있고 배 탑승 후에는 승무원이 반려용품 비품(배변패드 포함) 을 바구니에 넣어 제공해 주었다. 사실 배 안에서, 강아지가 용변을 볼까 걱정했지만 승선하기 전에 충분한 산책을 해서 그런지 배에서 볼일을 보지는 않았고 덕분에 애견용품은 받은 그대로 돌려줄 수 있었다. 

 

  받은 비품은 하선시 안내데스크에 반납해야한다.  승선시에도 승무원의 안내가 있었고, 하선 전에 도착 방송을 하면서 비품을 반납해달라는 안내가 나왔다. 만일을 대비해 화장실을 갈 때는 목줄을 해놓고 다녀왔는데, 비품 반납하러 안내데스크까지 가려니 자리를 비운 짧은 시간에도 마음이 불안했다. 

 

  비품을 반납하러 안내데스크에 가서 지금 차에 가도 되냐고 물었더니, 차에 가서 기다려도 된다는 답변을 들었고 룸에 돌아와 짐을 꾸려 꼼꼼히 놓친 게 있는지 확인하고 나서 차까지 이동했다. 승선할 때와 다르게 도움은 없어서 조금 낯설었다. 그래도 승선할 때는 충분한 도움을 받았으니 만족!  쨌든  대형견 사이즈의 켄넬을 어깨에 메고, 16kg 강아지를 안고 이동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차에 타서 한숨 돌려야 했다.  

 

 하지만 차에 탑승 후에도 방심하면 안된다. 어떤 사고가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항구를 빠져나올 때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아야 했다. 선박과 차량의 타이어를  묶어 놓은 끈을 해체하러 다니는 직원들 속에, 다가오는 낯선 향기를 맡은 강아지가 짖으려고 준비하고 있어서 등에 땀줄기가 흘렀다. 

 

 

골드스텔라에서의 식사. 

  장장 5시간의 긴 여정 속에 한 끼는 먹어야지 싶었다. 또 다시 댕댕이에게 목줄을 채우고, 리드줄을 방의 가구에 연결한 다음 총총걸음으로 식당에 도착했다. 돈까스는 품절이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그 외 먹을게 마땅히 생각나지 않아서 라면을 선택했다. 시원한 맥주를 한 캔 정도는 따도 괜찮지 않을까 싶었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다 싶어 시원하게 포기했다. 

 

  라면은 13,000원으로 꽃게가 들어가 시원한 국물이 일품이었다. 라면을 좋아하지 않아서 일 년에 몇 번 먹지도 않지만, 배에서 먹는 라면인지라 꽤나 맛있었다. 꽃게의 사이즈가 크지는 않았어도 오징어, 홍합이 들어간 해물라면은 얼큰하게 속을 채워주었다. 공기밥을 무료로 제공해주는데 밥양이 많아서 덜어달라고 했더니 이모도, 데스크 사장님도 난감해하셨다. 

 

제주항, 선박으로의 인편 이동을 위해 잠깐 바람 쐬는 중.

 

 

 

 

한일페리의 경험을 기억하며.. 

 

  배에 타고 내리는 것은 어렵지 않았지만, 혼자 여행을 떠나 마음은 가벼워도 (사실은 가볍지 않다) 챙겨야 할 물품도 많고 나 외에 또 다른 생명을 문제 없이 케어한다는 건 생각보다 품이 많이 든다. 그럼에도 나는 또 제주도에 다녀오고 싶은 생각이 든다. 페리에 오르고 내릴 때에는 높은 곳에서의 강아지 불안이 커질 수 있으므로 미리 교육을 한다면 더욱 알찬 여행이 될 것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호호혹시 모르니 항구에서 배에 탑승할 때 편리한 이동수단(예를 들면 엘레베이터나 엘레베이터..)가 있는지 문의했지만 그런건 없으니 기대하지 않는게 좋다. 페리 탑승 후에 룸으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엘레베이터를 사용해야하지만 매우 비좁아서 사람의 이동이 없을 때 움직여야 한다. 강아지를 안고 타는 것은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가 될 수 있고 어떠한 위험이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나는 제일 먼저 탑승하거나, 제일 나중에 내리면서 (댕댕이의 입장에서) 낯선 사람들과의 접촉을 최소화했다. 

 

  소형견의 경우 켄넬 뿐만 아니라 뚜껑이 있어 열고 닫을 수 있으며 밀폐할 수 있는 보호장치라면 사용이 가능하다. 켄넬 이동시에는 켄넬 안에서 입마개를 할 필요가 없지만, 켄넬 밖으로 나오는 순간부터는 입마개를 해야한다. 입마개를 하더라도 캔넬은 필수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예외는 없다. 

 

  대형견의 경우 켄넬에 넣어 이동할 수 없으면, 켄넬과 입마개, 목줄을 채워 함께 이동할 수 있다.  혼자 하는 여행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면 미리, 꼭 항구에 있는 한일고속 사무실에 들러 의견을 구해보기를 권한다. 

 

   많이 떨렸지만 그만큼 값진 여행이었고, 강아지에게 오두막에서의 일주일을 선물할 수 있어서 기억에 남는다. 아침부터 마당에서 뛰뛰하며 우다다로 질주하는 강아지를 본 적이 있는지. 아파트에서 산다는 건 강아지에게 슬픈 일이지만 이렇게라도 새로운 바다의 공기와 경험을 선사할 수 있었다. - 끝 - 

 

 

<제주의 이야기>

2023.11.29 - [여행/우리나라] - 제주 반려동반 나홀로여행 7일차. 강아지 탈주사건

 

제주 반려동반 나홀로여행 7일차. 강아지 탈주사건

반려동반 제주나홀로 여행이 드뎌 7일째를 맞았다. 놀라운 사실은 원래 6박 7일의 제주도 여행을 목표로 삼았으니 제주항으로 가야했으나, 아침에 사건?이 터져서 지친 마음에 하루 더 있기로 했

hrdforus.tistory.com

 

2023.10.18 - [여행/우리나라] - 삼남매와 댕댕이 여행 제주 2일차. 푹 쉬고 산책하기 : 올레낭 통나무집과 요우나 카페

 

삼남매와 댕댕이 여행 제주 2일차. 푹 쉬고 산책하기 : 올레낭 통나무집과 요우나 카페

삼남매와 댕댕이 여행 제주 2일차. 푹 쉬고 산책하기 올레낭 통나무집과 요유나 카페. 그리고 동네 마실 산책 / 올레낭 통나무집의 내부 문득 내부 사진을 찍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통나무집

hrdforus.tistory.com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