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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글 718

알고리즘이 무너졌다.

2주 가까이 글을 쓰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글을 쓰기 다시 조심스러워지고 무서워졌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는 마음이 목적지를 알 수 없이 서성거렸다.  블로그에서 제목을 써놓고 (혹은 공란으로 두고) 한참을 망설이다 결국 다른 일을 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마음 속은 그렇지 않았다. 나 자신과 불안한 줄다리기가 시작되었다. 계속 글을 쓰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서 마음은 끊임없이 글을 써야 한다고 강요했지만 행동은 옮기지 못했다. 우유부단한건지, 아니면 어떤 자신감이 있었던 건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쓰고 싶지가 않았다.    몇 일 글을 쓰지 않았다고 해서 알고리즘이 무너졌다고까지 표현하는 건 억울하지만 사실이 그랬다.    평소에 가지고 있는 루틴이 하루만 깨져도 회복하는데 2~3일이 걸린다...

공존의무게 2024.12.26

(3)

(3)    간만에 용평을 다녀왔다.   스키장에 다시 갈 엄두가 나지 않았던 건 안전한 한 해를 보내지 못한 채 발생한 육체적 고통 때문이었을 것이다.     새삼,   갑작스레,   너무도 갑자기 생각난 스키장행은 용평으로 결정났다.   5년, 아니 6년 만에 만난 익숙한 모습과 행동, 태도를 보면서 생각했다.    "참, 말이 너무 예뻐요."   내가 예쁘게 말하는 사람을 닮고 싶어 하는건 그들이 갖고 있는 부드러움 속 숨겨진 강인함 때문일 것이다.   강해보이지만 약한 것과, 부드럽지만 강인한 것은 앞뒤가 바뀌어 있는 것처럼 정반대의 성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나는 부드러운 사람을 매우 강인하다고 본다. 내가 그 반대 성향인지라, 성향은 다르지만 부드러움 속에 숨겨진 강인함이라는 게 어떤 느낌인..

공존의무게 2024.12.24

(2)

(2)    멋있는 친구들이라고, 대단한 친구들에 어디에 내놔도 부족함 없을 친구들인데 왜 여기에서 이런 대우밖에 받지 못하는지 의문을 표하는 이가 있었다.    당시에는 그냥 흘러들었지만 갑자기 오늘에서야 그 말이 생각난 건,   차마 입 밖으로 꺼내기 어려운 부끄러움 때문이다. 오랜 시간 시간과 공을 들여 노력했다면 내가 알아야 할 부분과 알지 못할 부분을 알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테다.    하지만 10년이 넘도록 습득된 기술적 정보조차도 활용하지 못하는 건 왜 일까. 나는 고민했지만 사실은 내가 이해할 영역은 아니다. 확인 받고 싶었을 수도 있으니까.   그것에 대한 고민은 여기까지 하는 것으로 하자.

공존의무게 2024.12.23

(1)

(1)   버거운 삶의 연속.   버겁다고 하는게 맞을까.   그냥 내 체력적인 한계에 부딪쳐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이 맞을까   어떤 것이 맞는지는 알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이상하게 이유를 알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된다.  T인지 F인지도 가끔은 헷갈릴 지경이라 어떤 사람이 얘기할 때는 편안하지만, 어떤 사람이 얘기할 때는 쿵쾅거리는 심장을 바로잡을 길이 없다.   게다가 정신이 몽롱하고 삶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런 생각이 종종 든다. 매일 퇴근 후에는 집에 가서 공부도 좀 하고 인스타에 저장해 놓은 103번째 셀프 운동도 해볼까 마음을 먹지만 막상 집에 들어가 강아지와 산책을 하고 나면 따뜻한 물에 샤워한 내 몸은, 이미 극세사 이불 속에서 몸을 녹이다 잠이 든다.   5시 40분. 겨우 눈..

공존의무게 2024.12.19

24-56. 처세술에 관한 『말하지 않으면 인생은 바뀌지 않는다』

『말하지 않으면 인생은 바뀌지 않는다』 의 후기를 쓰려면, 먼저 하소연이 필요하다.    충분히 얘기했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가진 의사를 전달했다고 생각했는데도, 상대방은 내 의도한 바와 전혀 다르게 행동하고 말했다. 때문에 나는 약 6개월 이상, 최대치로 잡자면 2년 가까이 맘고생했다. 내가 보는 상대방의 시각과, 제 3자가 바라보는 상대방의 시각이 다르고 나의 말하는 방식이 잘 못 되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게 된 건 사실  『말하지 않으면 인생은 바뀌지 않는다』 을 읽으면서다. 덕분에 도서 『말하지 않으면 인생은 바뀌지 않는다』를 읽는데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렸다.   어쨌든,  나만의 하소연 타임을 즐겨보겠다.   아래 글은 도서 『말하지 않으면 인생은 바뀌지 않는다』 을 읽기 전에 작성한 글이..

Los libros 1112 2024.12.13

24-55. 팬데믹 시대의 현실판. 한국 소설 《 247의 모든 것 》

"팬데믹을 거친 우리에게 필요한 문학적 상상력"이란 소개 글이 머리에 띵-하고 울렸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 세상, 아니 지구의 모습은 어디로 가고 있는 것 일까.    20년 코로나 바이러스가 발병되면서 스페인의 맥주 "코로나"는 사람들의 대화에서 사라졌으며, 박쥐는 혐오 대상이 되었다. 바이러스를 옮긴 것이 박쥐일 것이라는 확신 가득한 주장이 제기되자 박쥐는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매개체가 되어 사람들의 반감을 샀다. 그것이 중국발이라는 걸 알고 특정 사람들은 특정인 을 기피함으로써 꽁꽁 그들만의 세계 안에 눌러 앉았다.   또 다른 바이러스가 창궐해 인간 세상을 어지럽힌다면 어떤 느낌일까.   247의 모든 것강력하고 스타일리시한 소재와 이야기로 개인의 욕망과 시스템이 맞물리는 지점을 날카롭게 짚어온 ..

Los libros 1112 2024.12.11

24-54. 인문, 심리치료 도서 《 당신의 감정에는 당신만의 사연이 있다 》

메일로 업무를 하다보면 내 스스로 사뭇 딱딱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내가 보낸 메일의 수신인으로 남은 누군가의 말이기도 하지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지 모를 미래의 어떤 날 히스토리를 찾다 발견한 사실들이다.   xx 이나, AA 이므로 yy 할 수 없습니다.    로봇 같은 딱딱한 말투와 내 답을 들은 사람들은 그렇게 말했다. "좀 더 예쁘게 말할 수 없어?". "너무 쎄"  그런 당당함이 어디서 나왔는지 태연하게 내뱉어내는 말에 나는 되물었다. 어떻게 고치면 좋을지, 그리고 어떤 부분에서 "쎄"다고 내 말을 느끼는지. 하지만 답은 듣지 못했다. 그냥 "쎄"라는 말 뿐이었다. 사실을 그대로 전해주는 것 뿐인데 무엇이 그렇게 그들에게 "쎄"고, "강하게" 느껴졌을지 아직도 나는 이해하지 못했다.   ..

Los libros 1112 2024.12.09

24-53. 단편 소설집, "인성에 비해 잘 풀린 사람"

24-53. 단편 소설집, "인성에 비해 잘 풀린 사람"   인성에 비해 잘 풀린 사람동시대 한국사회에서 먹고살기 위해 일하는 보통 사람들의 삶에 대해, 발품을 팔아 사실적으로 쓴다는 규칙을 공유하며 결성된 ‘월급사실주의’ 동인의 단편소설 앤솔러지 『인성에 비해 잘 풀린 사람─월급사실주의 2024』가 출간되었다. 월급사실주의는 우리 시대의 노동 현장을 담은 소설이 더 많이 발표될 필요가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한국소설의 새로운 흐름이다. 소설가 장강명에 의해 촉발된 이 움직임은 2023년 첫 앤솔러지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출간으로 이어진 바 있으며, 『인성에 비해 잘 풀린 사람』은 이 동인이 내놓는 두번째 결과물이다. 올해 새롭게 월급사실주의 동인으로 합류한 작가는 남궁인 손원평 이정연 임현..

Los libros 1112 2024.12.06

24-52. 일본 추리소설 "십계 十界", 유키 하루오 作

범인의 횡포, 범인의 농간. 책 속에 나오는 말이지만 소설 "십계"를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이보다 더 나을 말이 있을까. 횡포와 농간. 소설 십계를 관통하는 말이다.   십계유키 하루오의 『방주』, 『교수상회』를 선보였던 블루홀식스가 이번에는 『십계』를 출간한다. 블루홀식스는 창립 이래 매년 미스터리, 추리소설 출판 종수가 압도적 1위인 출판사이다. ‘나가우라 교’, ‘미키 아키코’, ‘아사쿠라 아키나리’, ‘하야사카 야부사카’, ‘후루타 덴’ 등 국내 미출간 작가들의 작품들과 국내에서 아직 인지도가 없었던 ‘오승호’(고 가쓰히로), ‘유키 하루오’, ‘우사미 마코토’ 의 작품들을 블루홀식스의 사명(使命)으로 알고 출간하여 왔다. 특히 ‘나카야마 시치리’의 작품들을 시리즈별로 꾸준히 출간하여 나카야마 시..

Los libros 1112 2024.12.04

24-51, 이설 작가의 한국 소설 "우리에게 남은 시간 46일"

이미 소설의 제목을 읽으며 "끝이 있는" 이야기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언젠가 인스타그램에서도 언급되어 눈가가 촉촉해졌던 소설로 기억한다.  죽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 46일이라는 걸 어떻게 정했을까 궁금증이 생기기도 했다. MBTI가 T는 맞나보다. 굳이 소설에 이유를 찾다니. "우리에게 남은 시간" 보다는 "우리에게 남은 시간 46일" 이 좀 더 낫지 않나.   우리에게 남은 시간 46일〈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46일〉 이 소설은 시한부인 해인의 곁에서 슬퍼하며, 끝까지 사랑과 지지를 아끼지 않는 우현의 슬픈 사랑이야기를 담고 있다. 마지막까지 절대 포기하지 않는 그들의 사랑은 독자의 마음을 짙게 울릴 것이다. 이 책은 우리에게 삶의 소중함과 사랑의 힘을 되새기게 해주는 인상적인 작품이다.저자이..

Los libros 1112 2024.12.02

24-50. 수필집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갑작스레 추워진 날씨인지, 아니면 가을이라 내 자신이 새초롬해진 탓인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수필이나 에세이와 같이 담담한 글을 읽고 싶었다.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를 만난 이유도 그 때문이다. 그래서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 했던가.  오직 한국에 있는 독자를 위해 특별히 한마디를 남긴 그의 말 귀가 책의 끝자락을 다시 돌아보게 했다.  혼자 고독 속에서 쓴 책이 언어의 장벽을 넘고 바다를 건너 수 많은 사람들과 깊숙이 연결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패트릭 브링리.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20만 부 기념 양장 에디션)“나의 결혼식이 열렸어야 했던 날, 형의 장례식이 거행되었다. 그해 가을, 나는 다니던 《뉴요커》를 그만두고 메트로폴리탄 미술..

Los libros 1112 2024.11.29

24-49, B. A. 패리스의 심리 추리 소설 "프리즈너"

아멜리. 어린 시절 부모를 잃고 적적할 법도 하지만 외로움을 느낄 새도 없이 본인의 생계를 위해 열심히 살아온 이 여성이 소설 "프리즈너"의 주인공이다.    그녀가 보조하던 어떤 여성과 함께 한 상류층의 모임에 참석하게 되면서 억만장자 네드와 결혼을 하게 되는 아멜리. 고작 하루 만에 일어난 사건? 사고? 였다. 전혀 상상할 수 없는. 하루 만의 결혼 결정. 어쩌면 아멜리의 삶을 아는 사람이라면 그녀의 "브루주아"를 향한 꿈에 응원을 해줄 수도 있겠지만 좀처럼 쉽게 공감이 가지는 않는다. 그 결혼이라는 건, 밥을 먹는 것처럼 쉬운 결정은 아니니 말이다.   반전의 시작은 네드가 결혼을 발표하면서다. 결혼 자체를 바로 공개하지 않았던 네드의 속셈은 따로 있었고 아멜리는 그에 휘말리게 된다. 누군가의 죽음..

Los libros 1112 2024.11.27

스타트업 면접을 앞두고 있다면,

스타트업의 면접.  언젠가 스타트업 회사에서 면접 제의를 받은 적이 있다. 서너번 정도다. 늘상 그렇지만 스타트업이라면, 우수한 성적으로 비지니스계에 우뚝 설 것 같은 기대 심리가 생긴다. 자신이 있으니 비지니스도 성공할 것이다 라는 지레짐작이랄까. 나는 유별나게도 스타트업의 면접 제의를 종종 받는데 그들은 다양한 업무 경험이 "폐사에 도움이 될 것 같다"라는 결론에 이르러 항상 연락을 한다고 했다.    그렇게 면접 후 입사를 결정해 일도 해보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남은 건 후회다.   정확한 사업포트폴리오가 구상되어 있지 않았던 것이다. 조금만 틈을 비집고 들어가면 허점 투성이, 아니 허점이라고 부르긴 어렵지만 아직 검토되지 않은 것들을 얘기하는 시각을 조금 더 냉철하게 볼 수 있었달까.    그 것..

공존의무게 2024.11.26

#144. 표창원 작가의 본격 심리 프로파일 수사극. 소설 "카스트라토, 거세당한 자"

작가의 말이 흥미로웠다. 현실적인데 어디 수사극이나 프로파일러가 겪지 않았다면 모를 일일텐데 세세하게 알고 있는 것이 그의 전문성을 대변해주는 것으로 느껴졌다.  그리고, 프로파일러의 소설은 어떤 느낌일지, 어떤 현실성을 가진 내용일지 무척이나 궁금했다.  작가의 말대로 "흉해" 보이는 소설 제목에 망설였다. 이걸 읽어도 되나. 괜찮으려나.   경기도 부천경찰서 형사로 근무하던 1991년 연말, 막 대입 시험이 끝난 고3 여학생이 클럽에서 만난 남자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신고 사건을 수사했다. 용의자의 신원을 확인하고 체포해 피의자 신문을 하기 전 경찰서를 찾아 엄벌을 요구하는 피해자와 모친에게 당부했다.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유죄 판결이 내려지기 전까지 합의나 고소 취하를 하시면 안 된다고. 당시는 ..

Los libros 1112 2024.11.25

유기견 22-0696의 입양자를 찾던 2년 전.

💚서또리📌2개월 추정, 남아📌 사회성 있지만 아직 겁이 많아요📌 사람을 너무 좋아해요. 아니 사랑하는 것일수도.📌 배변 95%.📌 칭찬해주면 화장실에서도, 실외배변도 가능.     메모장에 있는 메모들을 정리하다 발견한 입양 홍보글. 지금이야 가족들에게 사랑 받으며, 예쁨 받으며 천방지축 살아가고 있는 반려댕댕이다. 처음 보호소에 가족들과 함께 발견되었을 땐 피부가 좋지 않은 쪼꾸미 댕댕이였다.    22년 7월 쯤 시작한 유기견 임시보호는 운명인 것처럼 그렇게 시작되었다.    성남 어딘가에서 엄마, 아빠, 그리고 3남매, 5마리의 강아지는 그렇게 helpshelter의 이름을 가진 성남 보호소로 구조되었다. 인스타그램에서 공고번호22_0696으로 명명된 믹스 강아지는 지금의 또리다.    ..

네추럴코어 댕댕 랜덤 박스 개봉기 (15주년)

처음 네추럴 코어를 알게 된건 "치즈 브림"이었다.  아니지, 사탕 덕분이었을 것이다. 네추럴 코어를 만나다.  치즈 춥스. 이 때는 사람인 내가 한창 막대사탕을 좋아했다. 또리가 먹을 막대사탕이 있으려나, 고민하다 찾아본 치즈 춥스는 어디든 1개씩 포장되어 있어서 이동하기가 편했다. 어딘가 반려용품 매장을 들러도 꼭 한 개씩은 있어서 사과, 딸기 등 메뉴별로 돌아가며 먹었다. 기분 좋은 날은 한 통씩 샀었지.    강아지와 고양이의 간식, 사료, 장난감 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네추럴 코어"가 15년을 맞이했다. 11/15일부터 11/28일까지 진행되는 15주년 특별 기념행사에서 랜덤박스 구성으로 기대 심리를 자극하고 있는데, 어떤 상품들이 들어있을지 궁금해서 구매해 보았다.     또리에게는 닭,..

공존의무게 2024.11.21

#143. 차인표 작가의 소설.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이란 소설을 알게 된 건, 항상 즐겨찾는 교보문고 사이트였다. (당연하다. 책은 여기서만 보니까) 교보문고 사이트에서 였을 것이다.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은 고국을 떠나 70년 만에 필리핀의 한 작은 섬에서 발견된 쑤니 할머니의 젊은 시절을 담은 이야기이다. 작가는 우리나라가 일본에 주권을 빼앗긴 채 가난하고 핍박받던 시절을 맨몸으로 버텨 낸 우리 어머니의 어머니, 아버지의 아버지들의 이야기를 남기고자 집필을 시작했다. A4 용지 스무 장 분량으로 시작한 이야기는 10년의 집필 기간 동안 데이터 유실로 의지가 꺾이기도 하고 모든 것을 원점에서 복기하기를 반복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은 후, 더욱 진정성과 사실에 근거한..

Los libros 1112 2024.11.20

#147.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

노벨문학상을 받은 후 그녀의 소설은 매우 큰 호응과 국내 문학 시장에 긍정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교보문고에는 사이트가 마비될 정도였고, 메인 페이지에는 그녀의 소설들로 가득 채워졌다. 마치 영화관에서 상영관을 독점한 마블 영화를 보는 느낌이었다. 한편으로는 기쁘기도 했다. 한국에서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나온다는 건 그만큼 한국의 소설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말이고 내가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를 하나 더 만들어준 셈이니까.  채식주의자2016년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수상하며 한국문학의 입지를 한단계 확장시킨 한강의 장편소설 『채식주의자』를 15년 만에 새로운 장정으로 선보인다. 상처받은 영혼의 고통과 식물적 상상력의 강렬한 결합을 정교한 구성과 흡인력 있는 문체로 보여주는 이 작품은 섬뜩한 아름다움의 미학..

Los libros 1112 2024.11.18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다. 그러니까, 아팠던 거야.

0xfe0100d8에 있는 명령이 0x00000026의 메모리를 참조했습니다. 메모리는 written될 수 없었습니다.   내 머릿 속에 나타난 경고창이었다. 경고창과 동시에 내 머리는 멈췄고 심장은 두근거림으로 요동치기 시작했으며 벌렁거렸다. 컴퓨터도 동시에 맛이 갔다.   하지만  이유를 이해할 수 없는 사건이 가끔 생기면, 짜증과 경멸 어린 눈초리가 된다.   내 스스로, 나 조차도 조절할 수 없는 신의 영역이다. 그러다 어느 순간 깨달았다. 굳이 이렇게 살아야하나?      조금씩 반복되는 상황 속에서 나는 어느새 지쳐버린, 그러다 눈 앞이 아늑히, 그리고 가득해진 눈 앞의 실개미들을 본다.  쉴 틈 없이 움직이다 지쳐버린 나는 자리에 앉아서도 쉽사리 내 시간을 가지지 못한다. 다 잘 먹고 잘 살..

공존의무게 2024.11.15

68세의 내가 보내는 편지.

너의 그 당시. 사무실 입구에서 들어와 내 자리에 앉기까지,   네가 스쳐온 사람은 24명이었다.  그 사람 모두가 너에게 한 발자국 씩만 다가온다고 하면, 내가 30걸음을 채 걷기도 전에 이미 너에게 닿았을 것이다. 그 많은 사람들이 너에게 사소한 한 가지, 예를 들어 물 한 잔만, 볼펜 좋은거 있어?, 이거 빨리좀 해줘, 와 같이. 소원이나 요구사항을 말한다면 너는 너의 자리에 앉기 전에 이미 지쳐버렸을 것이다.  발맞춤30살의 너는 모든 사람들의 발자국에 맞추어 살고자 했음을, 가능한 많은 사람들의 소원을 들어주고 함께 공존하며 살고 싶었을 것이다. 그것이 네가 가진 자랑이었고, 자랑할 수 있는 기운이었으며, 빠른 행동과 생각에 부응하는 너만의 특기였다. 가능한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으며 살아내는..

공존의무게 2024.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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